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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영웅' 생명의 별이 되어 주시길....
'응급의료 영웅' 생명의 별이 되어 주시길....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2.11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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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덕센터장 눈물의 영결식...유족·동료·의료계 인사 등 추모

설 연휴도 잊은 채 위급한 환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홀로 사무실에서 숨진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렸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의료계 인사 등 300여 명의 추모객이 참석해 눈물로 영웅을 배웅했다.

윤 센터장의 어머니는 차마 국화꽃을 내려놓지 못하고 결국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평소 고인과 닥터헬기 도입 등을 위해 자주 만났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고인을 그리스 신화 속 지구를 떠받치는 신인 ‘아틀라스(Atlas)’에 비유했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다’라는 세간의 진리를 무시하고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선생님께 항상 경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故 윤 센터장의 이름은 그가 도입을 위해 헌신했던 닥터헬기에 새겨질 예정이다. 이국종 교수는 “곧 도입하는 응급의료 헬리콥터 기체 표면에 선생님 존함과 함께 '아틀라스'를 크게 넣겠다. 앞으로도 선생님과 함께 비행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싣고 갈 때 우리의 떨리는 손을 잡아 주실 것으로 믿는다. 창공에서 뵙겠다”고 말했다. 

17년간 윤 센터장과 함께 한 국립중앙의료원 동료들도 흐느끼며 그를 회상했다. 윤순영 재난응급의료 상황실장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시더니 인터넷 실검 1위까지 하셨네요”라며 울먹였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개척자인 윤한덕 선생님, 세상을 향한 비범함 속에서도 수더분한 웃음을 짓던 당신이 벌써 그립다”며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우리는 선생이 남긴 숙제들을 묵묵히 이어 가보겠다”고 애도했다. 

그와 전남의대에서 응급의학과 수련을 함께 한 허탁 전남의대 교수는 “90년대 삼풍백화점이 붕괴됐을 때 밤새 환자를 돌보며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측은지심’이 윤한덕의 시작”이라며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발을 디딘 이후 독립투사처럼 살아왔다”고 추모했다.

윤 센터장이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돌보느라 집에 들어가기 힘들어 생전 일주일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어려웠던 윤 센터장의 장남 윤형찬 군도 유가족 대표로 담담하게 추모사를 이어가며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윤 군은 “전 아버지와 가장 닮은 사람이기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알고 있고 이해한다”며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평생의 꿈이 아버지로 인해 좀 더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결식 이후 유족과 동료들은 윤 센터장의 위패와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의료원을 한 바퀴 돌았다. 윤 센터장이 일주일에 하루를 빼고는 낡은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가며 밤을 새우던 집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국화꽃과 아메리카노, 전자담배만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영정사진을 뒤따르는 동료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렸다. 장례절차를 마친 윤 센터장의 시신과 영정을 실은 영구차는 유족과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례식장을 떠났다. 윤 센터장의 두 아들과 아내는 영구차에 실린 관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센터장의 시신은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 포천시 광릉수목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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