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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앓는 청소년들 사망원인 1위는 `자살' 
`마음의 병' 앓는 청소년들 사망원인 1위는 `자살'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1.2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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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포커스 - 청소년 정신건강 `위험수위'

최근 발생한 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망 사건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사회는 그 동안 육체적 건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신건강 문제에 소홀해 왔다. 그 중 특히 청소년기 정신건강 문제는 철저히 등한시 돼 왔으며 그 결과 청소년 4명 중 1명꼴로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스트레스 인지율은 전체 응답자 중 43.2%로, 28.9%를 보인 국내 성인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우울감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37.5%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기의 우울증 및 정신질환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이 성인들에 비해 감정 기복이 크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청소년기 우울증은 자살과 관련성이 높다는 게 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WHO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20% 정도가 정신질환을 겪고 있으며, 성인기 정신장애의 50%가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의 지속적인 증가추세와 더불어 2020년에는 정신장애를 가진 청소년의 비율이 50%에 이르고, 정신건강의 상실은 청소년의 5대 사망 원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은 1990년대 이후 양적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통해 발표된 연령별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10대의 경우 자살이 전체 사망의 27.1%를 차지해 교통사고를 제치고 사망원인 1위에 꼽힐 정도로 국내 청소년 자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질병관리본부에서 2014년 실시한 `제10차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서는 청소년 7만2060명 중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밝힌 응답자가 9438명으로 확인된 바 있고 이 중 실제로 최근 1년 내에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청소년이 무려 19.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자살은 어떤 여타 문제행동보다 그 심각성과 부정적인 결과가 크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이 이처럼 많은 자살 행동을 보이지만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들보다 우울과 스트레스를 덮어두고 있거나 심지어 자신의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정신건강 검진이나 준문가 등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때문에 아동청소년기의 정신건강문제는 성인기의 정신건강 문제와는 상이한 양상을 보이며, 성장발달 환경 및 특성과 맞물려 있어 아동청소년기에 적합한 전문적인 처방법이 요구된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월 청소년 자살예방 국회토론회에서 “OECD 국가 평균 2000년 대비 2013년과 비교하면 청소년 자살율이 24% 감소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오히려 30%가 증가 추세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청소년 자살 관련 국가별 분석

청소년들의 자살에 대한 수치가 국가별로는 차이가 있을까. 우선 한국의 경우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가 남녀에게서 차이를 보이며 스웨덴, 일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교육부 및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자 청소년의 자살 사망자 수(5.15명)는 OECD 평균 수치(6.2명)보다 낮지만, 여자(4.36명)는 OECD 평균치(2.25명)보다 월등히 높았다.

스웨덴과 일본의 경우도 남자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는 각각 4.69명과 5.17명으로 OECD평균보다 낮았지만 여자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는 각각 3.02명, 2.82명으로 OECD평균 보다 높았다.

특히 고연령층 여학생은 자살 생각(suicidal ideation) 고위험군 성향을 보인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국내 남녀 고등학생 6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연구에서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자살 생각 경험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했다. 이탈리아 고등학생 99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여자 청소년은 남자 청소년에 비해 자살과 자해(self-harm)를 실행하겠다는 생각을 좀 더 빈번하게 했다.

핀란드의 아동 청소년(12~17세) 정신과 환자(psychiatric patients) 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남자 청소년에 비해 여자 청소년의 자살 생각 경험 여부는 더 높았고, 자살 시도(suicide attempts)와 자해 행동도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자살 생각 및 시도에서 남녀의 정도 차이는 실제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주와 미국의 샌디에이고 카운티(San Diego County)에서 발생한 16세 미만 청소년의 실제 자살 사고를 비교한 결과, 남자 청소년의 자살 사망 수가 두 지역 모두에서 여자 청소년보다 높았다.

■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 1위는 `적대적 반항장애'

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과 관련해서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국내 4개 권역(서울, 고양, 대구, 제주)를 조사한 결과, 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 1위는 적대적 반항장애(5.7%)였으며 특정공포증(5.3%),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3.1%), 틱장애(2.6%), 분리불안장애(2.3%)가 뒤를 이었다.

고위험 유병률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11%), 적대적 반항장애(10%), 분리불안장애(5%), 사회공포증(5%), 틱장애(5%) 순이었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에게선 적대적 반항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많이 발견됐고 여성에게서는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이 나타났다.

가장 많은 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을 보인 적대적 반항장애는 뚜렷하게 반항적이고 불복종적이며 도발적인 행동을 보이지만 규칙을 어기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반사회적 행동 또는 공격적 행동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화내기, 어른과 논쟁하기, 어른의 요구나 규칙을 무시하거나 거절하기, 고의적으로 타인을 귀찮게 하기, 자신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등이 네 가지 이상 빈번하게 발생하면 적대적 반항장애로 볼 수 있다.

고위험 유병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보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흔히 ADHD라고 불리며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을 주증상으로 보이는 정신질환이며 대개 초기 아동기에 발병해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특징을 지닌다.

유전적 요인과 신경학적 요인, 사회심리적 요인이 원인으로 꼽히며 치료방법으로는 약물치료, 부모 및 가족상담, 사회기술훈련, 인지-행동요법, 정신치료 등 방법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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