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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년 전의 작품' 신비한 분화구 숲 속서 노닐다
`20만년 전의 작품' 신비한 분화구 숲 속서 노닐다
  • 의사신문
  • 승인 2019.01.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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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44〉  제주 `거문오름'

밝은 희망을 품은 새해의 시작과 함께 걸어보기로 마음먹은 곳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제주도 거문오름이다. 거문오름은 분화구 내 울창한 산림이 어둡고 음산한 기운을 띤데서 유래되었으며,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2007년 우리나라 최초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과 함께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초록 삼나무 오솔길과 멋진 오름 경치가 어우러진 전망대 코스
어제부터 내린 비로 걱정이 되었지만 우리의 근심을 알기라도 하듯 날이 밝으면서 점차 빗줄기는 가늘어진다. 탐방안내소에 들러 예약자 확인을 한 후 명찰을 받고 입구로 집합한다. 탐방을 함께 할 해설사분의 자기소개 후 오늘의 일정과 거문오름의 역사를 귀 기울여 열심히 듣는다. 빽빽이 늘어선 삼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이다. 삼나무를 제주도에서는 예전부터 “쑥대나”라고 부른단다. “쑥쑥 대나무처럼 잘 자라는 나무”라는 의미라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약어만큼이나 재미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계단을 오르는 시작점에서 여유를 가지고 한걸음씩 천천히 오른다. 엄마와 함께 온 초등학생이 경치가 멋있다며 엄마를 모델 삼아 열심히 사진작품을 만든다. 몇 개의 계단인지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려니 전망대가 기다린다. 흐린 날씨 탓에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해설사분의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니 선명한 풍광이 눈앞에 선하다.
나무들이 늘어선 데크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또 다른 전망대가 우리를 반겨준다. 이곳에서는 주변의 많은 오름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인데 아쉽지만 오늘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오름의 이름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해설사분의 청산유수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다음 방문을 다짐한다. 백약이 오름은 백가지 약초가 자라고 있는 오름이고 그 옆의 칡오름은 칡이 많아서 붙여진 오름이란다.

■신비한 용암 협곡과 곶자왈의 자연 생태가 이어지는 분화구 코스
전망대 코스를 내려와서 이제는 분화구 코스의 시작이다. 보통은 산골의 계곡이라고 생각하는 곳이 20여만 년 전 이곳으로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작품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사이로 만들어진 신비한 오솔길 여행의 시작이다. 길 주변으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풍광은 이곳이 살아있는 땅 속의 힘으로 꾸며진 위대한 곳임을 말해준다. 나무와 바위들과 함께 초록 이끼들의 속삭임에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워본다.

곶자왈 지형으로 지열이 유지되어 겨울에도 초록의 아름다움이 충만한 동화 속 나라에 있는 느낌이다. 곶자왈은 숲을 의미하는 곶과 넝쿨을 의미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도 말로 예전에는 바위와 자갈만 있어 쓸모없는 땅으로 천대를 받은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시사철 나무와 함께 이끼들이 풍성한 자연의 보고로 숲의 허파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곳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한 식물들과 함께 동물들에게도 낙원으로 사랑을 받는 곳이다.

지열의 따스함이 끝나고 이제는 천연에어컨인 풍혈이 우리를 반겨준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나와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전망대 건너편 언덕에는 A, B, C, D 스펠링과 함께 일본군의 본부 진지로 사용했던 슬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다.

마지막 코스인 수직동굴에서는 해설사분의 탐험기로 동굴을 한 바퀴 둘러본 느낌이다. 센터로 돌아오는 길에는 억새들이 안녕 인사를 하며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해준다. 해설사분의 유창한 입담으로 3시간의 걷기 여행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여행 TIP. 거문오름 탐방을 위해서는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체력이 허락된다면 능선 코스까지 둘러보는 전체 코스(10km)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제주 세계 자연유산 센터 내에서 용암동굴을 체험해보고 4D 상영관에서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도 권장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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