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국정감사는 병·의원 감사(?)'
최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나선 의원의 대부분이 가입자의 입장에서 병·의원의 문제사안에만 집중적으로 질타하는 등 국회가 `반 의료계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의료계의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달 28일 열린 심평원 국정감사에서는 의료계가 심평원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질의는 전무한 가운데 의료기관의 `높은 주사제 처방률' `과잉진료' `불법의료행위' `진료비 부당징수' 등 의료계의 민감한 사안들에만 집중 사격하면서 심평원이 아닌 의료기관이 오히려 뭇매를 맞는 꼴이 돼버렸다.
특히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의료기관들의 높은 주사제 처방률에 대해 의원의 집중적인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은 `우리나라 주사제 실태'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주사제 처방률은 주사제 상위 3% OECD국가의 34배로 특정의원은 감기환자 10명 중 9.8명을, 일부 소아과에서는 아동 10명 중 9명꼴로 주사처방을 내리고 있다”고 주사제 오남용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고 “주사제 처방률 공개를 낮은 의료기관에서 높은 의료기관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 역시 “심평원이 지난 5월 공개한 주사제 처방률이 낮은 상위 25% 병·의원의 주사제 처방률은 15∼20%였지만 미국·영국 등 전문가들은 외래 환자의 적정 주사제 처방률을 1∼5% 이하로 제시했다”고 설명하고 “공개된 의료기관들의 처방률 역시 적정처방률의 3배가 넘는다”며 처방률이 높은 상위 의료기관의 공개를 비롯해 적정성 평가의 공개 확대를 요구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성구 의원은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현행 불법으로 규정된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일회용의료기기의 재사용 실태에 대해 고발했다. 이의원은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흡입용 카테타와 렉탈튜브, 산부인과용 포셉과 같은 일회용 의료기기는 각각 74.05%, 61.65%, 51.5%, 엘튜브는 30%, 트로카는 27.27%, 충선카테터는 16.67%, 이비인후과용 버(bur)는 16.54%의 비율로 광범위하게 재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2003년부터 2005년 7월까지 업무정지 처분기관에 대한 이행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22개 요양기관 중 14개 기관이 편법으로 계속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요양기관과 동일한 장소에 새로이 요양기관을 개설하는 자에게는 업무정지처분의 효력을 승계시켜 편법, 탈법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재희 의원은 “단순질병인 감기의 불필요한 진료의 남발을 막기 위해 2002년부터 `표준 심사원칙'의 도입을 추진했으나 2003년 4월 이후 중단되고 있다”며 “과잉진료 방지, 항생제 처방률 저하, 항생제 내성률 저하, 보험재정 절감 등을 위해 `감기 심사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항생제 처방률의 문제점과 고가장비인 CT의 무분별한 사용문제를, 정의화 의원은 무분별한 태반주사 사용실태와 비용 문제를, 강기정 의원은 격리실 편법운영에 상급병실료 부당징수 문제를, 정화원 의원은 심평원의 정밀심사 부족에 따른 재정누수 문제 등 병·의원의 다각적인 문제들을 지적했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심평원은 독립된 기관으로 가입자들 시각에서의 심평원 문제점과 공급자의 시각에서의 심평원 문제점이 같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나 오직 가입자의 시각에서 공급자의 문제만이 제기됐다”며 형평성에 문제점을 지적,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심평원은 객관적인 심사평가를 위해 가입자뿐 아니라 정부 및 의료기관의 중간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독립단체로 가입자의 편도 아닌 정부의 편도 아닌 의료기관의 편도 아닌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니다”며 “하지만 이번 감사과정을 보면 의원들 대부분이 심평원을 오직 가입자와 공급자의 대립적 구도의 시각에서 오직 가입자의 편에서 공급자의 문제만을 지적한거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했다.
한편, 다른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가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부정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국회 로비력 부재에 대해 비판했다.
정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