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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학생 인권 위해 의료기관 평가인증 개선해야”
“의대 학생 인권 위해 의료기관 평가인증 개선해야”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1.23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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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의과대학 학생 인권개선 위한 토론회’ 개최

의대 학생 및 전공의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의료기관 평가인증 기준에 인권침해 관련 부분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직원 안전 항목에 병원 실습과정에 있는 전공의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제기인 것.

인권의학연구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23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연구원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평가인증 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기존 의료기관 평가인증 기준에서는 직원의 안전 항목에 병원 실습과정에 있는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침해와 차별 관련한 대응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여성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는 전공의 선발방식과 절차의 투명성에 대한 항목이 필요하다”며 “비공식적으로 여성 전공의를 선발하지 않는 전공과가 실제 존재하고 있고 이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데, 의료기관의 평가에 이점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형식적인 평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연구원

이와 더불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항목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의과대학에 대한 평가와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의학 교육평가원이 의대 학생들의 부당한 대우와 인권침해에 대한 평가항목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평가원이 부당한 대우를 세부항목이 아닌 기본기준으로 제시하고 세부 항목에 학교 내 폭력 발생 여부와 신고 및 예방 지침에 대한 이행 등을 마련해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견해다.

한편 인권위 내에 의료기관 인권기구를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는 문제도 대두됐다.

의료기관 내 폭력이 드러난 만큼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의료기관의 구성원과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을 별도로 관리·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화영 연구원은 “공정한 조사관에 의한 조사와 사건 처리,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크다. 의료기관 인권기구를 별도로 설치해 지금까지 조사되지 않았던 전공의 선발과정과 운영에 있어서의 공평성 문제 등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고학년 전공의에 의한 폭행이 발생됐을 시 의협 중앙윤리위에 고발해 스스로 자정노력을 다하겠다”고 해결방안을 내놨다.

■ 의과대학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발표

이번 토론회에서는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결과(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 1763명(여학생 743명, 남학생 1017명)참여)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10명 중 5명(49.5%)이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학생들의 16%가 ‘단체기합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10명중 6명(60%)는 모임이나 회식에서 ‘음주 강요’를 경험했다.

또한 여학생의 37.4%가 성희롱을, 여학생의 72.8%가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한 여학생은 58.7%로 남학생보다 3.3배가 높았는데. 특정과에서는 여성을 선발하지 않는 전통을 학생들에게 공언하고 있어 여학생들의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울러 폭력과 강요, 성차별, 성폭력 등을 경험한 학생들의 3.7% 만이 대학 또는 병원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하지 않은 주요 이유는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고 신고 후 부정적 이미지나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 두려웠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또한 대부분 신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는데, 학교 차원에서 가해자 처벌 등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2차 피해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학교 당국은 학교이미지를 위해 문제를 덮기에 급급해서 피해자 보호는커녕 가해자 처벌조차 거의 없었다”며 “특히 대응매뉴얼조차 없는 체계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최규진 인하의대 교수는 “눈여겨 볼 점은 실태조사에서 교내 권위주의 문화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동문회, 향우회, 동아리, 신입생 OT, 본과 진입식 등 의과대학 내 전통적인 의식들이 의대의 권위주의 문화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었다”며 “폭력과 강요, 성희롱과 성차별 등 부당한 대우는 피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에 비해 우울증상을 더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 정부부처 “취지 공감, 내부 자정노력 병행돼야”

이에 대해 정부부처는 문제제기 취지에 공감한다며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정훈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사무관은 “의사 직역의 권위주의적 관계는 우리 사회 병폐 중 하나다. 교육부에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의과대학 평가기준에 폭력 부분을 반영하는 부분을 검토하겠다”며 “지금까지 교육평가 시 얼마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지만 평가했던 것 같다. 학생의 심리적 안정, 인격적 대우 등에 대해서도 평가할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근용 보건복지부 의료지원정책과 사무관은 “법적인 강제 및 의무화를 위해서는 의과대학 독자적 심각성, 특수성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이 문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조건적으로 강제하기 전에 의료계 내 자정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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