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3:36 (수)
법학자가 말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선방향
법학자가 말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선방향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9.01.22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진 서울대 교수 "인적·물적 자원 투입없이 법틀만 바꾸면 왜곡 불러"

故임세원 교수의 사망과 더불어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한 문제가 집중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 회복과 사회통합, 인권존중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이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예산확보, 인력양성, 시설확충 및 개선, 교육과 인식개선 등은 법 개정과는 달리,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의료정책포럼’을 통해 “인적·물적 자원의 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채 법적 틀만 바꾸는 개정은 오히려 더 큰 왜곡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신보건법제의 목적은 정신보건을 증진하고 정신질환을 예방ㆍ치료하는 데 있다”며,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남용에 대해 그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대응해 성과를 거뒀으나, 정신질환자 호송의 공백은 그대로 뒀다”고 했다. 

이어 “입원의 장기화, 탈수용화와 관련해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별다른 대응책도 내놓지 않았다”며, “헌법재판소와 국제연합의 MI Principle(1992)이 요구하는 적법절차 요청의 핵심인 고지(告知)와 청문 및 절차보조인 지원은 결여돼 있다. 실체적 정당성이 없는 보호의무자 제도는 유지하면서 치료목적 계속입원을 위한 2인 진단과 원칙적으로 서류심사에 그치는 입원적 합성심사 등이 옥상옥으로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자의입원의 비자의입원으로의 전환이 어렵고 정신질환자의 개념이 부적절하게 좁혀져 있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선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선방향에는 합의될 수 있는 부분과 입법적 선택에 맡겨진 부분이 있다. 적법절차와 관계된 부분으로 독립적 심사절차의 도입은 필수적”이라며, “절차보조인 등의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다만, 독립적 심사를 법원에 맡길지, MHRT(Mental health review tribunal)에 맡길지는 입법적 선택의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보호의무자 제도와 입원적합성 심사는 폐지돼야 한다. 다만, 일정 범위의 가족 등이 절차에 관여할 수 있게 하거나 나아가 그들에게 절차 개시의 신청권을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2인 진단 폐기도 고려해야 한다. 2인 진단은 독립적 심사가 이뤄지는 한 목적과 기대효과에 비해 과도하게 비용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입원 요건은 종전과 같이 자·타해 위험과 치료의 필요성을 선택적으로 규정하되 자기결정능력의 결여 또는 부족을 추가로 요구하고, 정신질환자(의심자 포함)를 정신의료기관까지 적법하게 호송해 검사받게 할 새로운 제도, 특히 응급입원과 응급호송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정신질환자의 개념 규정도 더욱 개방적인 형태로 하고, 자·타해 위험과 치료의 필요성도 절차와 적절한 유인(incentive)체계의 설계로 통제함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한 “목표는 단순히 입원의 빈도와 기간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닌 입원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적절히 선별하는 것”이라며, “탈수용화와 관련해서는 정신요양시설을 개방된 사회복지시설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외래치료명령제는 적어도 비자의입원 절차와 그 요건에 통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