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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통크족'
<수필> `통크족'
  • 승인 2005.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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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꼭잡고 산책하는 노부부 `한폭의 그림'

 

`통크족'

 

박양실<중구/박산부인과, 전 복지부 장관>

 

자녀에 의지않고 자신들만의 새삶 추구

 

일반노인층 행복 선사할 정부지원 필요

 

 

 요즘 Tonk족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 즉 Two Only, No Kids의 준말이다.
 자녀나 손자들에게 기대거나 얽매이지 않고 부부끼리만 자신들만의 생활을 즐기며 새로운 인생을 추구하려는 신세대 노년층을 말한다.
 지난 7월에 대한상공회의소는 보건복지부 통계를 이용해서 1990년 이후 55세 이상 노인가구의 소득이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통크족이 새로운 소비자집단으로 부상한다고 했다.
 이들 중 가장 안정적인 사람들은 연금수급자들로 노후걱정이 없는 층이며 다음은 부동산 소득자로 그 임대료를 매월 생활비로 쓰고 있는 층이다. 다음은 퇴직금이나 일정한 액수의 현금을 가지고 은행이나 주식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이 자녀들이 보내주는 생활비를 받아서 생활하는 층일 것이다.
 이와 같이 노후걱정이 없는 통크족들을 겨냥하는 소비재생산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현재 실버시장의 규모는 25조원이며 2010년에는 연금수혜자가 400만명에 이르고 실버시장 규모도 37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 상반기 30∼40대 고객이 올린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서 줄었고 50대 이상의 매출은 늘어났다. 이에 따라 노년층을 겨냥한 패션 화장품, 건강, 의료, 여행, 금융, 주거 시설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만해도 직장을 퇴직하고 자녀들이 결혼을 하고 손자손녀가 생기면 일세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은 장남의 부양대상자로 뒷방차지가 되고 아이들이나 보아주고 밥이나 얻어먹는 신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핵가족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노인들의 사고도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이세대 삼세대가 집안의 중심이 되면서 노인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자연히 노부부 중심의 새로운 생활단위가 필요하게 되었다. 다행히 이들이 생활능력이 있을 때는 따로 세대를 구성해서 통크족으로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언론보도에 의하면 소위 백화점 명품관의 새로운 고객이 20∼30대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젊은이들이 그 고가의 명품들을 구매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재벌 2세들이라면 몰라도 또는 요즘 새로이 등장하는 벤처 재벌들이라면 몰라도 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일생을 노력해서 어느 정도의 노후자금이 저축되고 또는 종신 받을 수 있는 연금수급자들이 여유가 있어서 명품관 고객이라면 누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다.
 근래 시내 도심지에 실버타운이 여러 곳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불티나게 분양이 되고 거주자들이 여러 면에서 만족하고 품위 있게 노후생활을 즐기는 것을 보면 참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평생 세금 내고 가정과 나라를 위해 일한 은퇴자들에게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양로원과 의료혜택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 국민연금은 열심히 내고 있지만 그 연금이 어떻게 될지 앞날이 불안한 것은 왜일까.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노인들을 보면 그들이 정부에서 받는 혜택은 한달에 1만2000원의 교통비가 나오고 지하철 운임이 무료이며 고궁관람이 무료이거나 할인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순진한 노인들은 지하철만 공짜로 타도 몹시 고마워한다. 그들이 일생 정부에 낸 세금이 얼마인데. 그들은 그런 셈을 할 줄 모른다.
 한편 노후 자금은 커녕 하루하루 식생활이 어려운 많은 빈민층 노인들을 보면 서글프기 짝이 없다. 정부에서 주는 얼마 안 되는 생활비를 가지고 생계를 꾸린다고 해도 질병이 생기면 대책이 없어진다. 그나마 호적상 자녀가 없거나 거동이 부자유한 독거노인에 한해서 혜택이 주어진다. 생사도 모르는 자식이 호적에 있으면 차한에 부재다. 설사 자식이 여럿 있으면서도 서로 부양하지 않으려고 짐짝 떠맡기듯이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는 처량한 노인들이 많다. 이 세상에는 없느니만 못한 자식이 의외로 너무 많다. 이러한 최하위 빈민계층을 위한 무료시설이 많이 건설되어 원할 때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겠다.
 돈 있고 배우자가 있는 통크족보다는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불쌍한 그늘에 있는 노인들의 하루하루의 생활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조선일보가 조사한 `세계인의 은퇴실태'에 의하면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인의 노후준비는 세계 최하수준이라고 했다. 54%는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은퇴 후에는 자녀들이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6%인데 실제로 내 자녀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7%에 불과하다. 정부에 대한 기대는 제일 커서 은퇴 후 국가가 부양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46%라고 한다.
 우리사회는 조기은퇴추세인데 노령화 되어 은퇴 후 나머지 삶의 기간이 길어져서 더욱더 노후가 문제된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30세부터 노후준비를 한다고 한다.
 전에는 옷이나 간식은 자녀들이 사다 주어야 입고 먹는 것으로 알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특히 통크족들은 자녀들의 힘을 빌지 않고 자신들이 백화점을 돌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구매한다. 백화점 쇼핑은 단순한 쇼핑이 아니고 여가 활용도 되고 운동도 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이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의 쇼핑을 구경할 수도 있어서 시간 보내기가 좋은 곳이다.
 한국인의 일생은 30년은 태어나서 자라고 교육받고 결혼한다. 다음 30년은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결혼시키고 노후준비도 해야 한다. 나머지 30년은 통크족으로 큰 질병 없고 경제적인 불편 없이 편안하게 인생을 즐기며 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가.
 최근에는 서울의 변두리가 아니라도 도심지나 아파트촌에도 산책로가 많이 생겼다. 아침저녁으로 통크족인 노인부부가 손을 꼭 잡고 산책하는 광경은 참으로 그림같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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