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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학교 폭력' 어떻게 대응하나
우리아이 `학교 폭력' 어떻게 대응하나
  • 의사신문
  • 승인 2019.01.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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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24〉

`의외다'라고 생각하는 분도, `그럴 줄 알았다'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필자 역시 초등학교, 중학교 재학시절에는 문제적 학생이었다. 생활기록부에는 언제나 `주의산만'을 달고 다녔고,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도심으로 다리 밑으로 몰려다녔다. 중학교 때에는 싸움을 하다가 의자에 머리를 맞아 여러 바늘을 꿰매는 열상을 입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혼자 병원에 갔고, 부모님께는 넘어져서 다쳤다고 말씀드린 적도 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모님은 넘어져서 다쳤던 것으로 알고 계신다. 그래도 줄곧 반장이었고 공부도 곧잘 해서 선생님들께서 너그럽게 보아주셨는지, `어머님 모시고 와라' 같은 상황은 몇 번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에 `이선희'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여가수와 이름이 같았는데, 그 당시 남자아이들 눈에는 인물이 못난 것으로 보였던 것 같다. 문제적 학생이었던 필자도 아무 거리낌 없이 친구들과 함께 많이 놀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런데 만약 요즘 필자처럼 무리지어 같은 반 여학생을 `장난으로' 놀린다면, 바로 징계를 받게 될 것이다. 2004년부터 제정·시행되고 있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의 집단따돌림(이른바 왕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수많은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면서 알게 된 점은 이것이다. 첫째 학교내외에서 (가해이던, 피해이던) 자녀에게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야 부모가 전체적인 문제 상황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부모 대부분은 자녀가 걱정되어 일단 학폭위에 같이 출석하지만 학폭위의 절차나 심지어 학교폭력의 개념조차 잘 알지 못한다.

자녀의 대학입시까지 마친 `학부모 졸업자'들은 해당이 없겠지만, 이 글을 읽는 분 중 상당수는 자녀가 초, 중, 고를 다니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아보겠다. `우리 애는 착하니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지 말고(전혀 예상치 못하게 학교폭력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10년 무사고 운전자도 11년째의 사고에 대비하여 자동차보험에 드는 것처럼, 일독하여 두면 유사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학생에 대한 법적 선도절차는 이원화되어 있는데, 학폭위와 선도위원회가 그것이다. 그러면 언제 학폭위에 회부되고, 언제 선도위원회에 회부되는가? 학교폭력 사안인 경우 학폭위에 회부되고, 학교폭력이 아닌 사안(흔히 벌점누적, 출결불량, 흡연, 교권침해 등 전통적인 징계사유)인 경우 선도위원회에 회부된다.

그러면 학교폭력이란 무엇인가? 법적인 정의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의가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쉬운 사례를 보자. 얼굴이 길어서 별명이 `코끼리'인 학생이 있었다. 당사자는 이 별명을 싫어했다. 그런데 어떤 친구가 몇 차례 하교길에 그 학생을 `야 코끼리!'라고 불렀다. 피해학생은 이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모욕'에 해당하며 지속성이 있으므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둘째 학폭위의 학생에 대한 조치는 서면사과, 교내봉사 조치와 같은 가벼운 것부터 강제전학, 퇴학처분 조치와 같은 무거운 것까지 다양하다. 학폭위는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심의기준에 따라 심의하여 조치를 의결한다.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가 가장 많이 변명하는 내용은 `장난이었다.', `애들끼리 그러면서 크는 것인데,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입장에 따라 성장기 학생들 사이의 장난과 괴롭힘의 경계라는 것이 모호할 수 있다. 그래서 학폭법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의기준을 분명하게 규정하여 놓았다. 즉 ①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②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③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 ④ 가해학생(및 보호자)과 피해학생(및 보호자) 간의 화해의 정도 ⑤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여부이다.

이 중에서 ②, ③, ④는 사후적인 심의기준이므로, 결국 중요한 심의기준은 가해학생에 있어서는 `행위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피해학생에 있어서는 `장애학생인지 여부'라고 하겠다. 그 중 `심각성', `고의성'이 보이는 행위는 누구나 가해행위라고 인식하므로 명백하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는 행위(예를 들어, 지나갈 때 어깨를 툭 치는 행위)라 할지라도 `지속성'이 있는 경우에는 역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

셋째 학교폭력 사안 발생시의 처리 절차는, 먼저 해당 학교의 교감, 생활지도교사, 담임교사 등으로 구성되는 `학교폭력전담기구'가 학교폭력 조사기준에 따라 사안 조사, 보호자 면담, 사안 보고를 실시한 뒤, 학폭위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이 전담기구가 학폭위를 개최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결정하는 경우(예를 들어, 경미한 사안으로서 가해학생이 사과하고 피해학생이 이를 받아들여 원만하게 종결된 경우) 학폭위는 열리지 않는다. 단 성폭력 사안은 반드시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학폭위의 위원 구성은 학교마다 다양하지만, 3∼4명의 학부모, 1명의 학교전담경찰관(SPO: School Police Officer), 1명의 변호사명예교사, 생활지도교사, 교감 등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넷째 학생과 부모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이다. 일단 학폭위의 모든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이후 서면사과 등 경미한 조치는 해당 학생의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나, 출석정지, 강제전학 등 경미하지 않은 조치는 해당 학생의 반성 정도에 따라 학폭위 의결로 졸업과 동시에 삭제될 수 있는데, 만약 삭제되지 않는 경우 졸업 2년 후에 삭제한다. 따라서 중학교, 고등학교 재학 중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하여 만약 삭제 의결이 되지 않는 경우, 자칫 고교입시나 대학입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퇴학처분의 경우 삭제 없이 보존된다.

자녀는 어릴 때는 `혼날까봐', 어느 정도 머리가 커지면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학교에서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세상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자녀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부모가 모두 파악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부모들도 그 시절을 경험하여 알고 있듯이, 성인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다 하더라도 또래집단은 또래집단 나름의 룰이 있고, 미성년 학생이 그 룰과 또래집단을 벗어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학폭위에 출석한 부모의 진술은 대부분 같은데, 어머니는 `다시는 이러지 않도록 잘 교육하겠으니, 선처를 바란다'이고, 아버지는 `이 정도 가지고 학폭위가 열리는 것은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선처를 바란다'이다. 세상이 변하였고, 성장기 학생들 사이에서 사소한 폭력이 친밀감의 표시이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학교폭력에 대한 부모의(특히, 아버지들의) 인식 변화를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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