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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건보료, 평생 한 번 이용 안해도 내야 하나?
한방 건보료, 평생 한 번 이용 안해도 내야 하나?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1.21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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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포커스>보건부, 한방 첩약·약침도 급여화 공언

국민 대다수가 한방 의료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방 육성을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현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해서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방 의료 이용 실태 및 한약 소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34.9%만이 한방 의료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한방에 대한 인지도와 한방의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져 평생 한방 의료 경험률은 20대 이하 연령층에서 4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조사는 한의약육성법에 의해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재단법인 한약진흥재단에서 수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한방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인구 고령화로 인한 전체 의료비 증가 등의 이유로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필요한 필수의료항목 보장을 위한 재원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점을 갖게 한다.

정부가 한의약육성법까지 제정해 한방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한방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더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방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사건 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한방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1월 12일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전 회장이 골밀도측정을 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30대 여성이 한의원에서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봉침시술을 받다가 가슴 통증과 열을 동반하는 아나팔락시스 쇼크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봉침은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환자에게는 금기인 행위로 사전에 알레르기 유발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의사에게 이러한 준비가 돼있을 리가 만무했다.

`한의사 봉침사망사건'뿐만 아니라 한방에 의한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 한방 추나요법을 급여화하기로 심의·의결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는 한방 첩약과 약침까지 급여화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한방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검증은커녕 한방 진료의 표준화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보장성 확대가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제들보다 한방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우선시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추나요법 급여화 직후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사회연구원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의과에 비해 보장성이 떨어지는 한방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정부가 의료계에는 인색하게 굴면서 한방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직결된 의료 문제에 있어 보장성 강화 정책과 인구 고령화 등의 이유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받는 현실에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정책적 배려를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해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평생 한 번도 한방치료를 받지 않는 분들도 있고 젊은 층에서도 한방치료가 많이 줄고 있다”며 “2017년 한방 건강보험으로 2조 5000억 원이 지출되고 있는데 건강보험에서 의과나 한방을 선택 가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한방을 건강보험에서 분리 실시하자는 요청이 정식으로 들어온 적도 없다”며 다만 “보건의료계 상생을 위한 전반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현 상황에 단지 정치적 이유로 안전성·유효성 검증은커녕 국민의 이용률조차 떨어지는 한방의 보장성을 분별없이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제 의료계도 한방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국민에게 선택권을 줘 한방 건강보험은 분리해서 실시할 수 있도록 대국민 캠페인 등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1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의학교육협회 회의에서 한국 한의과대학의 세계의과대학명부 등재 불가가 재확인됐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우리나라 한의대가 세계의과대학 명부에 등재될 가능성 및 근거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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