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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차 시승하기
여러가지 차 시승하기
  • 의사신문
  • 승인 2010.08.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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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시승 후 냉정하게 판단하고 선택하라

이번 여름휴가는 조금 색다르게 보낼 것 같다. 평상시처럼 휴가를 처가인 경주로 가는 대신 경주에서 서울로 식구들이 미리 올라오고 잠시 놀다간 후 정작 휴가기간에는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궁금했던 차량들을 시승하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니 진짜 휴가라고 볼 수 있겠다.

필자가 오디오와 자전거에 빠져 지내는 동안 차들은 많이 변했다. 새로운 차종이 많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빠듯할 정도의 시승 스케줄을 만들었다. 시승을 해보아야 겨우 차를 파악할 수 있다. 그것도 극히 일부만이다. 글을 읽고 시승기의 비디오 클립을 보아도 직접 몰아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나중에는 막연한 지식만 쌓이고 다른 마니아들이 무슨 말을 해도 잘 못알아 듣는 사태가 발생한다. 시승을 할 때 예전에는 집에서 걸어가거나 차를 타고 갔으나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맡겨 놓고 시승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에는 니싼, 스바루, 혼다, 토요타 등의 일본차들이 많다. 신형 아반떼도 신청을 해놓기는 했으나 아마 조금 더 지나서야 시승이 가능할 것 같다. 140마력의 아반떼는 크기나 엔진출력이 과거의 소나타와 비슷하다. 과연 준중형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 혼동이 들 정도다. 그래서 중형 컴팩트라는 묘한 호칭을 얻었다.(차의 성능이나 완성도는 이전의 아반떼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며칠전 시승행사에 다녀온 지인의 평가다)

덕분에 라세티와 SM3도 새로운 엔진으로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출력은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공평하게 이차들도 시승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입차들은 본격적인 소형차 세그멘트가 그다지 많지 않다. 앞으로의 대세는 차들이 약간 작아지고 연비가 좋아지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실제로 모터쇼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다.

시승이라는 것도 바쁘다보면 많이 해볼 기회도 없지만 어떤 차종을 지인들이 사고 싶었을 때 같이 시승하러 따라가 본 경험에 의하면 몇 가지 적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잡지나 매체를 너무 믿지 말라는 점이다. 하지만 정보를 얻는 중요한 소스이니 꼼꼼히는 읽어보는 것이 좋다. 매체들은 차에 대해 냉엄한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혹독한 평가는 더욱 어렵다. 그러니 글을 읽고 나면 차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이미지가 자리 잡는다. 이런 점에서는 경쟁차종의 시승기도 같이 읽는 편이 좋다. 그러면 차들의 시승기가 얼마나 비슷비슷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예전보다 솔직한 시승기가 많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중요한 시승기를 쓰는 사람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비슷비슷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해외의 리뷰를 읽어 보는 수밖에 없다. 기대를 많이 한 차종이더라도 리뷰를 읽다보면 조금 더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다. 요즘은 구글로 많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시대다. 동호회 같은 곳에 보면 차종에 대한 평가가 극을 달리기도 한다.

두 번째는 경쟁차종이나 관심차종을 실제로 몰아 보아야 한다.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차들이 분명히 있다. 다양한 메이커들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종, 무난한 차종이 실제로는 자기가 원하는 차종이 아닌 경우도 있다. 차를 사고 나서 바꾸려면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몇 번 이상은 타보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 시승을 여러 차례 신청해야 하는 이유다. 비교도 안해 보고 메이커의 이미지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경솔한 일이다. 당장 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제외하고 여러 차례 몰아보고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다. 비교하다보면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는 해당 차종 구매자의 의견을 너무 믿어도 안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차종이 좋은 차종이라고 믿는다. 나쁘게 평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라고 볼 수는 없다. 필자의 적어도 자신의 몇 달치 수입정도를 차에 지출한 사람들이 차가 나쁘다고 광고하는 경우는 웬간히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상상하기 어렵다. 참고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니 두 번째 방법인 시승을 여러 번 해보고 조금 공부해서 자신을 납득시키는 방법이 필자의 생각으로는 제일 나은 것이다. 납득이 되지 않으면 시승을 더 해본다. 시승을 싫어하는 대리점이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차량 가격에는 귀찮은 손님의 여러 번 시승에 대한 비용도 포함된다.

네 번째는 메이커들이 좋아하지 않는 방법이겠지만 기다리던 차가 나오더라도 조금 기다려보는 것이다. 처음에 무엇인가에 씌운 것처럼 차가 좋아 보이더라도 여러 번 보다보면 문제점도 나오고 얼리 어댑터가 되는 일에는 큰 장점도 없다. 얼마가 지나면 조금 더 냉정한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너무 비싼 차종을 덜컥 지르지도 않는다. 필이 꽃이면 예외가 되겠지만 얼마 더 기다린다고 차가 모두 매진되는 경우는 없다.

다섯 번째는 운용비용을 계산해보는 것이다. 조금 비관적으로 보아도 좋다. 보수적으로 보여도 좋지만 안정하게 유지하려면 너무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다. 리스비나 운영경비가 무리한 경우에는 차를 손해를 보고 처분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절대 차를 사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결국은 사게 되어있다. 필요하기 때문에 사게 되기도 하고 낡거나 지겨워져서 차를 바꾸기도 한다.

필자의 방법론이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번에 좋은 차를 직관적으로 고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납득을 하고 차를 사는 것이 잘 고르는 요령이라고 생각하는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두 번째 방법이 납득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면 나중에 잘 못 골랐다고 생각해도 경솔했다는 후회는 없어진다. 당시로서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런 생각조차 없이 차를 사기 때문에 메이커들이 광고에 혈안이 되어있는 지도 모른다.

필자는 시승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승을 해보면 조금 더 그 차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궁금한 점은 스스로 더 공부하게도 된다. 아주 좋은 안목이 생긴다고 보증할 수는 없지만 안목을 아예 키우지 않는 것 보다는 엉성한 주관이라도 키우는 편이 낫다. 물론 필자 역시 편견을 포함한 주관을 스스로는 안목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라고 특별한 방법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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