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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마취 이후 뇌손상…의료진 ‘무과실’
척추마취 이후 뇌손상…의료진 ‘무과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1.1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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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5억 상당 손배소서 최선의 주의의무 위반 인정 어려워

척추마취 이후 뇌손상이 발생한 환자 가족이 의료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의료진의 무과실이 입증됐다.

담당 의사가 수술 당시 모든 위험에 대비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등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 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15억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환자 가족 측의 소송 청구를 1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사건 당일인 2012년 4월 18일 환자A씨는 우측 고관절 비구의 굴극 제거술을 위해 척추마취를 하고 진정수면제를 투여받았다.

의료진은 척추마취를 위해 국소마취제인 부피바케인을 주입하고 10분 간격으로 미다졸람 2.5mg, 프로포폴 40mg을 정맥 주입했고 펜토탈을 250mg씩 2회 정맥 주입했다.

이후 의료진은 A씨에게 혈압강하제인 페르디핀을 주입해 혈압을 120/70에서 100/60까지 강하시켰다. 그러나 A씨에게 심정지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고 이에 의료진은 아트로핀과 에피네프린을 주입, 기관삽관 및 인공호흡을 시행했다. 그럼에도 심전도상 심실 빈맥이 발생하자 의료진은 200j로 제세동을 실시 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전원 후 A씨는 대학병원 심장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기질성 정신장애가 발생했고 현재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기능 저하가 심각한 상태다.

해당 사건에 대해 A씨 가족 측은 의료진이 수술 전 과정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지 못해 사태가 발생됐다고 주장했다.

즉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기 때문에 A씨로 하여금 심정지를 발생시켰으며 정신장애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주의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의료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부피바케인 주입 시점과 상당한 시차가 있어 A씨의 심정지를 부피바케인의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미다졸람, 프로포폴, 펜토탈은 부작용으로 호흡억제, 심혈관계 억제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약효가 단기 지속되고 비교적 안전해 선호되는 약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약제들이 일시에 다량 투여된 것이 아니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 투여됐다는 점 △A씨의 체격을 고려해 소량씩 투여됐다는 점 △100/60 혈압이 임상적으로 문제될 수준의 저혈압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심정지의 주된 요인이 의료진의 약제 사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응급상황 발생 후 아트로핀과 에피네르핀 처방에 대해서도 심계항진과 심기능 향진 및 혈압 상승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필수약제라는 점에서 잘못된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의료진이 환자의 체질, 체격에 따라 적정한 마취제 종류를 선택하고 적정량을 투여했다”며 “수술 중 및 수술 전후의 전 과정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를 의료진이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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