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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논쟁 앞서 부담주체 다양화해야 <5>
등록금 논쟁 앞서 부담주체 다양화해야 <5>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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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양성비용 - 의대 등록금 얼마로 해야 하나

최근 41개 의학교육기관(의과대학) 가운데 27개(65.8%)가 의학 전문대학원제도 도입을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의사 1명을 양성하기 위한 표준 교육비 및 적정 등록금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의학 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되면서 `의학전문대학원 등록금만 1천만원선 : 돈 없으면 의학전문대학원도 못갈 판'(연합뉴스, 2004.12.8), `전문대학원 : 서민 자녀에게 그림의 떡'(권오혁, 2005.5.25, 동아일보), `전문대학원 돈 없으면 꿈도 꾸지마 : 학부서 대학원까지 등록금만 총 1억원 넘어'(조선일보, 2006.3.8) 등 의학 전문대학원의 교육비 및 적정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는 의사 1명을 양성하기 위해 적정 교육여건을 확보하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표준 교육비와 적정 등록금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있다.

 

#교육비용 포괄적 이해 · 논리적 접근을

첫째, 의사 1명을 양성하는데 들어가는 교육비용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필요하다. 대학의 일반적인 회계 기준에 따라 의과대학에서 학생 교육비로 투입되는 비용 항목을 구분해 보면 인건비(전임교수 인건비, 시간강사 강의료, 조교 인건비, 직원 인건비 등), 관리운영비(학과 운영비, 판공비, 도서비 등), 연구비(교내, 교외 연구비 등), 학생경비(실험·실습비, 장학금, 학비감면, 학생 지도비 및 기타경비 등) 및 시설·감가상각비(실험·실습, 기자재 구입비, 정액법에 의한 감가상각비 등) 등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단순하게 의과대학 학생들이 지불하는 비용에 근거하여 학생들이 지불해야 하는 등록금을 논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둘째, 의과대학 등록금의 적정성에 대한 논리적 접근의 필요성이다. 적정 등록금 산출은 시장모형에 기초해서 의과대학 지원자의 의사결정과 의과대학의 의사결정간의 균형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의과대학 시장상황을 살펴보면 의과대학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한다. 아래의 그림은 의사 1명을 양성하기 위한 적정등록금을 의과대학 입학정원과 등록금 수준과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전체 의과대학 정원이 Q<&23783>로 고정되어 있다면(현재 의사 인력 배출 규모를 고려할 경우 의과대학 정원의 증원은 필요하지 않다), 의료인력 양성에서 있어 현 정원을 채우는 선에서 등록금을 P<&23783>에서 P₁까지 상승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의사결정 관점에서 보면 의과대학 교육을 추가로 더 받음으로써 발생되는 한계비용(marginal cost : MC)에 비해 미래에 발생할 한계수입(marginal benefit : MB)이 더 큰 것을 반영하고 있다. 의과대학 출신자들이 졸업 후 받게 될 미래수입과 교육받는 동안 지불한 교육비용을 비교해 보면 의과대학의 등록금 상승요인은 충분할 수 있다. 셋째, 의과대학 등록금과 입학생의 질(quality)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다.

의과대학의 의사결정 관점에서 보면 완전경쟁시장의 균형은 `MC=MB'에서 이루어지므로 개별 의과대학은 등록금을 `MC=MB'가 될 때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가상적인 시장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의과대학 입장에서는 실제적으로 등록금이 상승되면 학생의 질이 하락하는 상충관계(trade-off)에 직면하게 되어 `MC=MB'까지 등록금을 상승시킬 수 없다(Martin, 2000). 결국 개별 의과대학은 등록금에 대한 학생 질의 탄력성(elasticity)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학생 질의 탄력성이란 잠재적으로 의과대학에서의 학업 능력과 의사로서 자질을 가진 학생들이 등록금 상승에 따라 의과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의과대학은 등록금 상승으로 인해 재정을 확충할 수 있으나 등록금 상승에 따른 학생의 질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비율이 비 고소득층 자녀에 비해 17배나 높았다(조선일보, 2004.1.26). 또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소득, 부모 학력, 가정 문화생활 등이 학생의 성적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동아일보, 2004.11.12). 그러므로 의과대학은 현 등록금을 최소로 하고 개인의 의사결정 기준인 `MC=MB'가 되는 등록금을 최대로 하여 이 가운데 등록금 상승에 따른 학생 질의 하락을 고려하여 등록금을 책정해야 한다. 개별 의과대학들이 직면하는 학생 질의 탄력성은 상이할 것이며 개별 의과대학들이 판단하는 학생 질 하락에 대한 가치 또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실습비 지원등 정부 적극 투자 절실


넷째, 의사 양성에 소요되는 교육비용의 부담 주체에 대한 고민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설립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의학교육 기관의 설립자가 제반 의학교육 비용을 부담해 왔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여 의과대학의 등록금은 일정 수준 통제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모순되는 현상들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질적인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의학이 국제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답보 상태로 만든 하나의 원인이다. 이제 정부는 국립 의학교육 기관뿐만 아니라 사립 의학교육 기관에 대해서 과감한 교육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사립의과대학의 교육인력에 대한 국가수준의 인건비 지원, 의학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실험실습비 및 기자재 지원 등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요청되는 분야다. 한편, 지금까지 의사양성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해 온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병원협회 또한 교육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의과대학을 통해 졸업하는 의사 인력은 향후 의료공동체의 일원이다. 따라서 우수한 학생들이 재정적인 문제로 의사가 되는 길을 포기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가칭 `의학생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교육비용 대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의사 양성을 위한 적정 교육비 집행에 대한 대학의 노력도 필요하다. 의사 양성을 위해서는 적정 교육비가 지출되어야 한다. 의학교육기관에 따라 학생 1인당 교육비 집행 규모가 다르다는 점은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의학교육 관련 기관들의 협의체는 적정 교육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적정 교육비 집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강화 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의사 양성위한 적정투자 바람직

의과대학 재학생, 예비 의과대학생 및 학부모들은 그들이 지불해야 하는 교육비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의학의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교육비용을 투자해서 얼마나 많은 의사를 양성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적정한 교육비용을 투자해서 얼마나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이것이 결코 의과대학의 적정 등록금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의학교육에 소요되는 교육비용에 따라 교육기회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논의되어야 한다. 아울러, 의사 양성에 소요되는 비용을 등록금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근시안적인 논의보다는 의학교육 기관의 의사 양성 교육비용에 대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비용 부담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은배 <연세의대 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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