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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폭탄'…야간·휴일 진료 없애고 '생존 몸부림' 
'최저임금 폭탄'…야간·휴일 진료 없애고 '생존 몸부림'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9.01.14 08: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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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끙끙 앓고 있는 `동네 병의원' 허리가 휜다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대 국정 과제로 삼았던 `일자리 창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는 더 속이 탄다. 타 산업 분야 대비 인력 채용지수가 높은 병원산업을 주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 병의원은 필수 인력인 간호사 부족과 잦은 이직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동네 병원급은 지난 2010년 폐업률이 11.4%에서 매년 1% 이상 증가하고 있고, 의원은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 감소도 심각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의료기관별 외래 급여비 중 동네 의원의 비중이 2008년 60%에서 2017년 54.7%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안 그래도 어려운 동네 병의원 경영에 올해는 악재가 더 겹쳤다.

최저임금이 지난 2017년 6470원에서 7530원(16.4% 인상), 올해는 8350원으로 결정된 것.

이는 지난해 대비 10.9% 상승된 것으로 올해 물가상승률 예측치 및 공무원 등 평균 임금인상률이 2%대 미만인 것에 비하면 5배가 넘는 수치다.

신년 벽두부터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및 사업장에 초비상이 걸렸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일 8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초과하면 모두 연장근로로 본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1시까지 운영하는 병의원이라면 5인 이상 병의원의 직원 월급은 197만600원, 5인 미만은 189만5450원이다.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은 연장근로 등 시간 외 수당을 계산해서 지급해야 최저임금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본임금 외에 퇴직금과 4대 보험료 등 부수적인 비용지출도 늘어나 동네 병의원의 부담 가중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책 마련에 나선 동네 병의원의 생존 전략은 눈물겹다.

최저임금 직격탄을 맞은 많은 동네 병의원들이 오랫동안 지켜왔던 단골 환자들과의 약속 시간을 깨고 올해부터 탄력근무를 본격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주말은 수당이 1.5배여서 근무 시간을 줄이고, 주중 전일 및 반일 강제 휴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돌아가면서 단축 근무를 시키거나 직원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미용성형외과 및 피부과는 이른 시간에 환자가 없는 것을 고려, 과감하게 오전 진료를 접고 오후 연장 진료만 실시하고 있다.

노원구에서 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B원장은 “수가에 비해 폭증하고 있는 임금인상으로 직원 탄력 근무는 물론 편의점, 분식점처럼 온 가족이 나와서 근무해야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발적으로 저녁 있는 삶을 즐기는 것이 아니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의료환경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진료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B 원장은 “과잉경쟁으로 나홀로 의원은 너무 힘들다. 몇 년 전부터 공동개원이 유행하고 있지만 크게 망하는 경우도 많아 리스크도 크다. 다른 산업에 비해 의료계의 경영상태 악화와 양극화가 더 빠른 것 같다”고 힘들어 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도 신년사에서 “2019년은 최저임금 33% 인상으로 동네 병의원은 존폐위기에 처할 정도의 참혹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와 국회, 정부는 오래 전부터 동네 병의원의 위기에 공감하고, TF를 만들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는 “당장이라도 파격적인 수가인상이 절실하고, 일반진료는 전문의로 이뤄진 일차의료기관에서 담당하는 정상적인 의료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며,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1차의료기관 세제 혜택, 의료급여 선지급, 보건소 진료기능 금지, 약제비 본인부담률 하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대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동네 병의원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거듭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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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모 2019-01-14 10:10:45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