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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해 배웅도 좋고, 오는 해 마중가도 좋지요
가는 해 배웅도 좋고, 오는 해 마중가도 좋지요
  • 의사신문
  • 승인 2019.01.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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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43〉  동해 강릉 `바다호숫길'

희망찬 새해의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동해 강릉의 `바다호숫길'은 해돋이는 물론 한해를 마감하는 일몰을 경포호에서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멋진 코스다. 이 코스는 강릉바우길의 5코스이면서 해파랑길의 39코스이기도 하다. 바닷가 옆 해송 숲 사이로 난 오솔길과 드넓은 경포호 주변의 산책로를 남녀노소 편히 걸을 수 있는 명품 길이다.

■겨울바다의 낭만과 해솔의 향기를 음미하며 걷는 소나무 숲길
아침 일찍 준비해서 새해일출에 대한 부푼 마음으로 동해 바다로 향한다. 고속도로 주변의 산들은 며칠 전에 내린 눈꽃으로 옷을 갈아입고 겨울왕국으로 들어섰다. 올해의 마지막 날임을 알려주는 해님은 구름 사이로 천천히 얼굴을 내밀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강릉항에 도착해서 죽도봉과 항구를 둘러 싼 방파제를 한 바퀴 둘러본다. 방파제 끝의 빨간 등대는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에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다. 죽도봉에서 남항진 해변까지 쇠줄 하나로 이어지는 아라나비 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짜릿한 외침이 짱짱하다.

커피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에는 소원을 담은 연들을 날리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신났다. 나무그네와 조형물 주변에는 연인과 친구들이 모여 추억의 사진을 남기려고 길게 줄서 있다. 다음에 이어지는 송정해변은 해송숲길의 시작이다. 추운 겨울에도 독야청청한 소나무들로 가득한 오솔길에서는 솔향을 품은 맑은 공기가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하얀 눈이 남아있는 길이나 길가의 의자들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인상적이다. 웃음을 한 가득 머금은 얼굴을 마주보며 길을 걸으면서 담소는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기 좋다.

강문해변으로 들어서니 다양한 조형물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백사장에 설치된 다섯 개의 바다액자 포토존은 이곳을 커플들의 사진명소로 만들었다. 겨울 낭만과 추억의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경포해변으로 넘어가는 강문솟대다리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이다. 송강 정철 선생이 관동별곡에서 이곳의 수려한 경관을 보고 극찬을 했다는 설명이 마음에 와 닿는다. 대망의 경포해안으로 넘어가 나무데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멀리 오리바위와 십리바위가 우리의 옛 만남을 떠올리며 파도와 함께 반겨 소리친다.

■한해를 마감하는 석양과 새해 소망을 담은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경포대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일몰 시간보다는 여유 있게 경포호로 향한다. 그러나 예정시간보다 빨리 마지막 해님이 저물어 잠시 호수 위로 노을을 비추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높은 태백산맥 너머로 해가 지다보니 해님이 빨리 얼굴을 감추고 여운으로 붉은 석양만 남긴다. 올해의 어수선하고 슬픈 일들을 모두 거두어 가주시길 기원하며 아쉬운 석별을 고한다.

경포호 둘레길은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많은 사람들이 심신을 단련하는 곳이다. 길 양편의 조각상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말해줄 듯하고 멀리 나무 주변의 조각상들은 같이 놀자고 부르는 듯하다. 호수에는 이름 모를 철새들이 요즘 AI의 분위기는 모르는 듯 삼삼오오 짝을 이뤄 놀기에 바쁘다. 멀리 황새가 한 마리 차분히 내려앉아 도도한 모습으로 물속을 걷는다. 점차로 어둑어둑해지면서 가는 눈썹 모양의 초승달이 떠올라 밤의 운치를 더해준다.

드디어 또 다른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희망찬 새해를 알려주는 해님을 맞이하기 위해 경포해변으로 향한다. 많은 인파들이 모여 저마다의 소원을 빌기 위해 해님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린다. 하늘에는 가족이나 연인들의 소원을 담은 소망등들이 하늘 높이 날아 희망의 세계로 향한다. 멋지게 떠오르는 새해의 첫 해님께 우리 모두의 소망을 빌고 포근한 가슴에 품어 고향으로 향한다.


■여행 TIP.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인파로 주차가 쉽지 않으므로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거나 경포대 주변 숙박을 추천한다. 안목해변에서의 멋진 분위기와 함께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소문난 맛집에서 맛있는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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