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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해결책
[기획]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해결책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1.1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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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조장하는 부정적 보도 지양해야...보호자 지원책 적극 도입"
<사진=pixabay>

분명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환자를 위해 진료를 하던 의사가 환자에 의해 사망했다는 소식에 의료계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들썩였다. 반인륜적 가해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의료계가 우려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이번에 의사를 찔러 살해한 가해자는 정신질환자였다. 때문에 자칫 정신질환자 및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정신건강의학계 및 정치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선입견은 환자의 사회 재적응을 방해할 뿐 아니라, 정신과 치료를 꺼리게 만드는 문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최대한 자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실제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현재까지도 마음이 아픈 다수의 환자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우려-치료지연-사고 증가-편견 심화의 악순환 속에 살고 있다”며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유념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정치권에서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없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원격진료 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복지위 현안보고 자리에서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어도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원격의료 활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에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이목이 집중됐다.

■ 정신질환 대한 부정적 이미지, 실제로 존재할까…'위험하다' 61% 응답 

그렇다면 정신질환자는 사회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을까.

지난 4일 국립건강정신센터가 발표한 '2017년 대국인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위험하다'라는 질문에 61.4%(939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1.4%(175명)에 그쳤다.

아직까지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회 전반에 보편적으로 깔려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더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배타성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질환자 이용 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질문에는 35.6%(544명)만 긍정적 입장을 보였고 21.4%(327명)가 부정적 견해를 내비췄다.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과 대화하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는 질문에는 23.1%(354명)이 '아니'라고, 34.9%(534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 정신질환 편견 부추기는 미디어…부정적 기사 2배 많아

특히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영향 중 미디어 언론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편견을 계도하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하는 언론이 오히려 편견을 조장한다는 점은 충격적인 대목이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38권 4호)에 실린 ‘한국 언론의 정신건강 보도에 관한 내용 분석 연구’를 살펴보면 정신질환·정신건강 기사 중 부정적 논조의 기사가 긍정적 기사보다 2배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이 2016년부터 2년간 일간지 13곳에서 보도한 1011건의 정신건강 기사를 분석한 결과, 긍정적 논조 기사는 76건(7.5%)에 불과했고 부정적 논조는 148건(14.6%)에 달했다.

논조의 차이는 기사 유형별, 뉴스 성향·프레임과 영향이 있었다.

우선 기사 유형별로는 스트레이트 기사·칼럼 등 유형에서는 부정적 논조의 기사가 더 많았지만 기획기사나 인터뷰 기사에서는 긍정적 논조가 많았다. 뉴스의 성향·프레임 면에서는 일화 및 사건사고를 전하는 뉴스 프레임의 경우, 부정적 논조 비율이 많았고 예방 정보나 정책적으로 설득하는 내용인 경우에는 긍정적 논조가 많았다.

관련 검색어별로는 자살 관련 기사가 511건(38.8%)으로 가장 많았다. 우울증 264건(20.0%), 정신질환 201건(15.3%), 정신건강 164건(12.4%), 조현병 82건(6.2%) 순이었다. 

연구팀은 결론부분에서 기사를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특정 정신질환을 범죄 또는 폭력과 연관 지어 보도할 경우 범죄에 대한 사실보도는 피할 수 없으나 그 질환이 있는 ‘모든’ 사람이 그 범죄 또는 폭력에 개입될 수 있다는 편견과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다”며 “때문에 특히 유의해 기사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기사와 더불어 지상파 뉴스도 다르지 않았다. 

10년간 지상파 뉴스를 분석한 정신건강 및 정신질환에 대한 지상파 TV 뉴스 분석(조수영‧김정민, 한국언론학회, 2010) 연구에 따르면 지상파 TV 뉴스의 4분의 1 가량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보도하고 있었다.

또한 대체로 사건‧범죄 관련 주제가 다뤄지고 치료나 예방 차원의 기사는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서도 연구팀은 “정신질환의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며 “중립적인 언어 사용과 균형 있는 보도시각을 가지고 흥미위주가 아닌 일반인들의 의학적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제공 위주의 기사 보도가 증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김상욱 원장 “편견으로 고통 받는 환자 존재, 자극적 보도 지양해야”

김상욱 샘신경정신과의원장(서울시의사회 섭외이사)

김상욱 샘신경정신과의원장(서울시의사회 섭외이사)은 정신질환자에 대해 선정적 사건 위주로 보도하는 신문기사‧뉴스 보도 행태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번 故 임세원 교수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부 언론에서 마치 질환명만으로 모든 사건의 원인이 파악된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는 위험하며 정신과 치료의 문턱을 낮춰오던 지금까지의 노력이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점이 밝혀지고 해당 질환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이 강조되는 듯하다”며 “그러나 그 질환 안에서도 심각한 위험군부터 상대적으로 괜찮은 군이 존재하며 평소 환자의 성격 및 그 동안의 경험 등 모든 조건을 가려놓고 질환명만 앞세우는 보도실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초진환자일 때 진단명 없이 상담을 진행하는 제트코드 도입 등 정신과 치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이런 노력들을 굉장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원장은 실제 대중과 대면하고 찾아가 행패까지 부리는 정신질환자는 극소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대개는 나서는 것을 어려워하고 자신이 먼저 불편해 자리를 피한다는 것.

실제 자료를 찾아봐도 정신질환자들의 범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검찰청 법무연수원이 발표한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범죄 발생건수는 177만 1390건으로 이 중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6890건, 즉 0.39% 수준에 그쳤다. 2017년에도 전체 강력 범죄(흉악‧폭력 등) 27만 4819건 중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1.11%에 불과했다.   

김상욱 원장은 “정신질환자들은 대개 자신들이 불편해서 먼저 피한다. 이번 사건처럼 직접 찾아가 범행을 저지르는 일은 극소수지만 이런 일들을 계기로 언론에서는 가해자의 반사회적 성향, 학대 경험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은 배제한 체 병명과 죽였다는 사실만 엮어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니 다수의 정신질환 환자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 해결방안 제언 : 가족 지원책 적극 권장…원격진료는 ‘글쎄’

그렇다면 이번에 정부에서 내놓은 ‘사회적 인식 및 문화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앞선 9일 국회 복지위 현안보고 자리에서 정신질환자 인식 개선을 위해 '생각을 바꾸면 더불어 살 수 있다'는 주제로 공익광고 시리즈 제작, TV, 라디오 등 매스미디어, SNS 등 홍보 등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신질환자 가족 교육 지원으로 가족의 적절한 보호 및 대응을 통해 환자 회복 및 일상생활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제공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복지부에서 밝힌 사회적 인식 및 문화개선 방안 내용

김 원장은 이 중 특히 가족에 대한 보호 및 지원이 눈여겨 볼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행 법상 환자 인권 강화가 최대로 돼 있는 상태라 동의입원이나 강제입은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증상을 파악할 수 있는 보호자들만이 총대를 매고 입원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생긴다”고 전했다.

때문에 가장 환자를 잘 아는 가족들이 뭔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지원방안 및 보호책을 구체적으로 강구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가족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효과적인 정신질환자들의 치료 및 입원을 권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맹성규 의원이 주장한 원격의료를 통한 정신질환 치료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반대 이유는 크게 △실효성 문제 △불분명한 책임소재 △응급처치 불가 총 3가지를 꼽았다. 

김 원장은 “우선 원격의료를 통한 정신과 상담은 마음과 마음이 맞닿지 않는 상황에서 심지어 녹화까지 되고 있다는 불안정한 상황이 연출돼 환자의 속마음이 화면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신과 상담은 일반적인 진료와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정신과 상담을 위해서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부터의 쭈뼛거림, 분위기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진료와 다르다”며 원격진료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환자가 옆에 있다면 환자의 극단적 선택 및 잔인성을 보이는 등 응급상황에서 응급처치가 가능하지만 원격진료를 한다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위급상황 시 119나 경찰을 불러서 환자의 집에 보내야하는 것인지, 진료 중 사건이 발생했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환자를 책임지고 치료해야하는 입장에서 원격의료는 대안으로 주장될 수 있으나 도입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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