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보건의료협정 체결 이후 법제화 필요"
"남북보건의료협정 체결 이후 법제화 필요"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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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제연구원, 보고서...감염병 예방등 공동 대응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등에 따라 남북 간 교류·협력의 물꼬가 트인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위해 '남북보건의료협정(가칭)'을 체결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검토한 뒤 이를 남북이 각각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 '감염병 공동 대응을 비롯한 남북 간 협력 강화'가 명시됐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대북제재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 성격을 갖는 보건의료 협력은 예외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법제연구원은 통일법제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남북의료협력의 법제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박훈민 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소장 신희영 교수)가 공동으로 맡았다.

앞서 지난해 9월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평양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는 합의가 명시됐다.

보고서는 우선 "남북 간 보건의료 분야 협력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천명돼 다른 분야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보건의료 분야에 관한 남북 당국 간 협력과 이를 위한 추가 합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예상했다. 

이어 "북한의 의료체계 붕괴나 전문성 부족 등에 따라 이전처럼 국제기구·구호단체를 통한 간접적인 지원이 아닌, 북한의 감염병 실태조사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남북 간의 직접적인 의료분야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북한 지역에서 발병하고 있는 감염병이 비무장지대(DMZ) 이남 지역으로 전파된 사례도 있는 만큼, 보건안보 측면에서 감염병에 대한 방역·치료 등 남북 간 공동 대응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 등 북한의 의료서비스 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인도적 차원에서의 대북 의료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니세프 등에 따르면, 북한에서 보건의료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취약계층은 5세 미만 아동을 비롯해 임신부, 전염병 환자, 장애가 있는 사람 등 약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1997년 국제기구(UNICEF, WHO)를 통한 의약품 지원으로 북한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교류를 시작했다. 2007년까지는 보건의료 지원 규모가 확대됐고 교류 범위도 넓어졌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천안함 피격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됐을 뿐만 아니라 대북 제재조치인 '5·24 조치'에 따라 직접적인 대북 지원은 중단됐다. 인도적 차원의 의약품 지원도 2015년 12월 백신 지원이 마지막이었고, 국제기구를 통한 의료 지원 역시 2016년부터는 끊긴 상태다.

보고서는 남북 간 보건의료 분야 협력 모델로 과거 독일 분단 시기에 있었던 동·서독 간의 '보건의료분야에 관한 합의서'를 제시했다.

1974년 체결된 이 합의서는 △감염병 발생 시 상호전달 △의약품 등 의료장비에 대한 정보제공 △마약류 등에 대한 정보교환 △방문·체류 중인 상대측 주민에 대한 치료·후송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 보장 등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이 같은 합의가 결국 독일 통일의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보건의료 분야 협력이 다양한 교류·협력 방안 중 하나로 취급됐을 뿐, 구체적인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동·서독 간의 합의서처럼 구체적인 보건의료 협력이 가능한 실용적·체계적 협정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 보고서는 남북보건의료협정 체결과 함께 이를 법제화한 '남북보건의료협력법(가칭)'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협정에는 감염병 발생 시 상대방에 대한 통보 의무화, 상대측 방문·체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 보장 이외에도 방역관련 협력, 의약품 등의 정보교류, 남북한 의료전문인력의 교류 및 상호교환교육 등이 포괄돼야 한다"며 "남북한 보건의료인력의 상호방문, 의료물품 반출입 시의 자격에 관한 상호인정, 신분안전보장, 절차 간소화 등 각종 편의 제공 등도 부수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정을 안정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법률로써 현행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의 특별법 성격인 남북보건의료협력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2016년 11월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발의한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보고서는 "남북 보건의료 협력은 인도적 지원 성격 뿐만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한 관계를 고려할 때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 보호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의학계 등의 입장을 반영해 통일에 대비한 의료분야 통합의 전단계로서 교환교육프로그램 등을 비롯한 남북한 의료인력 간의 교류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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