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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
프란츠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
  • 의사신문
  • 승인 2010.08.0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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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열정과 향수 피아노에 담아

리스트는 소년 시절을 헝가리의 시골에서 보냈다. 그곳에서 대중들의 노래와 집시들이 켜는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헝가리의 민속 음악에 매료되었다. 훗날 그 영향으로 리스트는 피아노를 위한 헝가리 광시곡을 작곡하게 된다. 

원래 광시곡은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를 지칭하는 것이었으나 후세에 와서 정열적이고 자유분방한 시를 일컫게 되었다. 이것을 음악에 적용하여 리스트는 자유롭고 열광적인 곡을 써서 광시곡(랩소디)이라고 하였다. 이는 헝가리의 마자르 사람들의 춤곡인 차르다시(Czardas)에서 유래한 것이다. 헝가리의 춤곡에는 느린 템포의 라싼(Lassan)조와 대단히 빠른 템포의 프리스카(Friska)조가 있는데 느린 템포의 라싼은 헝가리 사람들의 평화, 슬픔, 우울함을 나타낸 것이고 빠른 템포의 프리스카는 헝가리의 국민성이라 할 만한 격렬하고 야성적인 면과 열정적인 기쁨을 나타낸 것이다. 리스트는 이 두 가지 곡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헝가리 사람 고유의 기질과 생활을 적절하게 표현하였다.

헝가리 광시곡은 모두 19곡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제2번, 제6번, 제9번(페스트시의 사육제), 제12번, 제14번, 제15번 등의 6곡을 리스트는 그의 제자 포플러와 함께 관현악으로 편곡하기도 하였다. 이 유명한 6곡은 지금까지도 많이 연주되고 있다. 리스트 말년의 피아노 작품인 이 광시곡은 음악적으로 동시대를 훨씬 뛰어넘어 훗날 드뷔시 혹은 바르토크의 음악을 연상시키고 있으며, 또한 성숙기의 바그너 음악에도 강한 영향을 주었다.

19세에 이미 유명한 피아니스트로서 파리의 살롱을 드나들었던 그는 여기서 많은 예술가들을 알게 되어 친교를 나누었고, 수많은 여인들과의 염문으로 가십의 대상이 되었다. 리스트를 숭배하고 열애하는 것이 그 당시 여인들에게는 전염병과도 같았다. 그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숙녀와 부인들은 꽃다발 대신 보석들을 무대 위로 던지는가 하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비명을 지르고 기절을 하였으며, 그가 피우다 만 시가를 주워 일생동안 가슴에 품고 지내기도 하였다. 심지어 연주회장에서 그의 코담배갑을 서로 차지하려고 땅바닥에 뒹굴며 싸우는 부인들까지도 있었다. 금발에다 호리호리하고 늘씬한 몸매와 수려한 용모, 귀족적이고 열정적인 정신의 소유자이자 육체적으로도 강철같이 강인했던 리스트는 모순덩어리 인격의 소유자였다. 허영심과 소박함, 호색과 종교심, 순수함과 방탕함 등 일생동안 예술에의 욕구와 종교에 대한 갈망, 육체의 욕망과 영혼에의 구원사이에서 방황, 갈등했다. 온갖 미덕과 속물적 허영심이 공존한 야누스적인 그의 인격 속에서도 일관된 특징은 관대함과 성실성이었다.

바이마르궁을 떠나면서 화려한 기교위주의 음악세계와 호사한 사교계 생활에 지친 그는 로마로 이주하여 수도원에 들어가 종교에 귀의하였다. 1865년에 아베(Abbe)라는 성직을 수여받은 그는 이후 검은 수도사복만을 입는다. 그 후 다시 바이로이트에 가서 후배 양성에 힘을 기울였는데 이곳에서 리스트는 후에 바그너의 부인이 되는 둘째딸 코지마의 애원으로 그 해에 공연되는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보러 바이로이트에 들르는 길에 급성폐렴을 일으켜 그곳에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죽는 것, 젊어서 죽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슬프고도 위대한 것은 예술가의 운명이다”라고 외친 리스트는 작곡가와 지휘자, 교사와 평론가, 그리고 음악행사의 조직자로서, 만년에는 사제로서 다양한 삶을 살았으며 근대 피아노 연주기법의 창시자이자 위대한 낭만주의자였다.

■들을만한 음반 : 기요르기 치프라(피아노)(EMI, 1958); 프랑스 클리다(피아노)(Decca, 1975); 라자르 베르만(피아노)(Melodya, 1963); 로베르트 시돈(피아노)(DG, 1972)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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