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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사(仙源寺) 연꽃늪
선원사(仙源寺) 연꽃늪
  • 의사신문
  • 승인 2010.08.0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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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 이정균 원장
넓은 연못, 활짝 핀 홍련, 푸른 연잎으로 온통 뒤덮혀 연꽃 세상이 되었다. 삼복더위, 마른장마, 찜통 더위로 여름이 빨리 떠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일지라도 연못에서 활짝 핀 연꽃 한두 송이와 만나면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진흙땅에 피는 기특한 연(蓮), 정오를 전후하여 핀다 해서 자오련(子午蓮)이라 부르는 연꽃, 눈 밝은 사람이라면 밤새 다문 꽃잎이 조금씩 열리는 모습도 볼 수 있을 듯…. 홍련에 비해 백련(白蓮)은 흔치않아 불가(佛家)에서도 귀하게 여길 정도라, 회산 백련지 10만평 연못의 백련 모습이 아른거린다. 넓은 방죽 고아한 백련의 느낌, 우유 빛 꽃잎은 갓난아기의 보드러운 피부를 연상시키고 활짝 잎을 열어 꽃 피운 모습은 귀부인의 단아한 옷매무새를 생각하게 하는 백련이 정오 햇빛아래 피어있는 모습은 푸른 연잎으로 뒤덮힌 분홍빛 홍련의 늠름한 꽃대, 어른 키 높이 그 끝에 축구공만한 홍련이 피어있는 홍련의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순백의 청결함을 뽐내는 백련,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에 꽃봉오리를 닫는 연보라빛 수련(睡蓮), 오돌도돌 가시가 매력적인 가시연, 분홍꽃이 화사한 홍련(紅蓮), 물위에서 소담스런 애기수련, 그리고 개연, 어리연에 연밭에 많이 자라며 물에 떠 있는 물양귀비도 연꽃 행세를 하는가.

물 위를 수놓는 고결한 꽃 잔치가 한창이다. 전국 연지(蓮池)에 연꽃이 피었다. 국내 최고의 인공저수지,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과 선화공주의 뱃놀이 전설이 깃든 부여궁람지, 국내 최대의 자연늪, 소의 목젖처럼 생겼다는 51만평 창녕 우포늪, 경산연지와 갑못, 태안 수생식물원, 전주덕진공원, 지금 그곳에서는 연꽃놀이가 한창이다.

빠른 성장, 무분별할 정도의 개발을 염려하던 우리는 지금, 생태계 복원작업에도 눈을 돌렸다. 바다 갯벌과 갈대숲의 역할처럼 생태계 복원과 부활은 우리의 장래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선원면 선원사지(仙源寺址) 인근엔 불자들이 기증한 논에 연꽃을 심기 시작한지 15년만에 자랑할 만한 연지(蓮池)가 조성되었다. 선원사지는 팔만대장경과 인연이 있는 절이다. 목탁보살로 유명하여 관광객을 끌어모았던 소는 지난 봄, 구제역에 희생되었다. 이제는 연꽃이 관광효자다.

중국 북송(北宋)의 유학자 주돈은 애련설(愛蓮說) 중에 연꽃은 “물과 뭍의 풀과 나무의 꽃 가운데 사랑할 만한 것이 많다. 이 중에서도 나는 홀로 연꽃을 사랑하노니 진흙에서 나왔으면서도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아니하며 가운데는 통하며, 밖은 곧고, 넝쿨은 없고, 가시도 없으며, 향기는 멀리 더욱 많으며 우뚝이 깨끗하게 서있으며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다”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영산화상에서 가섭존자가 염화시중의 미소로 부처님에게 화답할 때 부처님이 들어보이셨던 바로 그 꽃은 연꽃이었다. 불가에서는 연꽃의 특성이 불교의 근본가르침과 같다 해서 불교상징꽃 만타라화(曼陀羅花)기 되었다.

해뜨는 아침, 하늘의 새들처럼 연꽃방죽도 밤새 닫았던 연꽃잎 여는 소리, 그것은 정중동(靜中動), 열린 듯 닫힌 듯 아리송한 모습, 그러나 순간 활짝 핀 꽃으로 변하지 않는가. 새벽어둠이 가실 때 꽃봉오리가 열리면서 꽃이 내는 가느다란 미성 그것은 청개화성(聽開花聲)이다.

국화는 꽃 가운데 은일(隱逸)한 것이고 모란은 꽃 중 부귀(富貴)를 뜻하여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君子)라고 칭송받는다. 연(蓮)의 꽃말은 `순결', `청순한 마음' 이다. 연은 순결을 머금고 화사한 개화(開花)를 한다. 우리나라 연꽃은 대부분 붉은 기운 띠는 홍련이다.

강화도 진달래산 고려산(高麗山)엔 오련지(五蓮池) 옛터가 있고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고구려 장수왕 4년(416) 천축스님은 오련지에서 오색연꽃을 따서 고려산 정상에서 날려보내셨다고 한다. 하얀 연꽃이 떨어진 곳에는 백련사(白蓮寺)를 짓고, 파란연꽃이 날아가 앉은 곳에는 청련사(靑蓮寺), 붉은 연꽃이 내려앉은 곳에는 적석사(赤石寺), 노란 연꽃이 닿은 곳에는 황련사(黃蓮寺)를, 검은 연꽃이 도착한 곳에 흑련사(黑蓮寺)를 세우셨다 한다.

지금도 고려산 자락엔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가 남아있다. 긴긴밤 할머니 옛이야기에서 들었던 심청전 속의 인당수 깊은 물속 `심청이 꽃' 이야기 새록새록 그리움을 더하고, 이젠 연못가에서 긴 대롱치켜 올리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심청이꽃'을 보며, 은은한 향기와 그 향기에 정신이 맑아짐을 느끼며 그것은 모성의 꽃이며 붓다가 성자에게 바친 꽃이었으니 고향에서 연꽃 감상은 더위를 잊게 한다. 미당 서정주(1915∼2000년)선생은 연꽃을 `만나고 가는 바람같다'고 했다. 시인 오세영 선생은 자작시 `연꽃'에서 “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고 노래하였다.

연꽃은 대자대비, 부처의 알림, 부활 재생을 뜻한다. 맑고 순박한 꽃, 그것은 험난한 인간세계에 살고 있는 고달픈 중생을 구원한 석가모니 상징꽃이며, 부처님 오신날에 연등(蓮燈)으로 나타난다. 쌍떡잎 식물, 미나리아재비과 목수련과 여러해살이 수초, 흙탕물에 물들기는커녕 되레 깨끗한 물로 바꾸어 놓는 맑고 아름다운 연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의미다.

연꽃은 어디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하고 둥글고 원만한 꽃 모양에 마음이 온화해지며, 꿈속이나 생시에도 보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좋은 일만 전해주며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고, 유연하고 부드러운 줄기, 다른 꽃과 구별된다. 보통 다른 식물은 꽃이 먼저피고 꽃이 진 다음에 열매를 맺지만, 연꽃은 꽃과 함께 많은 열매가 동시에 성장한다. 원인과 결과가 동시성이니 인과동시(因果同時)다.

연꽃은 씨앗을 많이 품는다. 다산과 풍요의 생태적 속성으로 연생귀자(蓮生貴子)라 연이어 아들을 얻는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본래 지니고 있는 마음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 `연꽃처럼 아름답게 사는 사람', 연꽃이 자신과 대화하자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라고 소근대는 연꽃방죽! 소금장이, 물방개 분주하고, 둘레길, 방죽 가로지르는 나무다리, 우렁이, 청개구리의 한가한 휴식 속에 태양의 꽃은 더 아름다워 보인다.

이정균<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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