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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등 전문직 분류 자율규제기구 독립성·지위 확보
영·미 등 전문직 분류 자율규제기구 독립성·지위 확보
  • 의사신문
  • 승인 2019.01.0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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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각국의 현황과 한국형 도입 모델은?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의사는 가장 전형적인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의사단체는 단체의 이념으로 최고의 교육을 바탕으로 환자와 사회에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는 전문직업성을 발전시켜왔고 이런 집단적 사명은 곧 사회적 신뢰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의사의 직업전문성에 대한 규제는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기도 하나 더욱 보편적으로는 전문직 스스로 자체적인 합의를 통하여 설정된 의료수준과 규약을 통한 자율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하였다고 자부하는 일본이나 한국, 대만, 그리고 중국도 현대적인 의사 자율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동아시아는 관료가 전문직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관료는 전문직의 윤리 보다는 법에 의한 전문직 관리에 익숙한 특성을 갖고 있고 전문직의 자율적인 윤리에 의한 관리는 익숙하지 않은 사안이다. 동북아시아 유교문화권의 나라는 대의민주주의를 달성 하였으나 서구식 민주주의의 정착과 의사의 단체적 전문직업성은 여전히 개발 도상에 있어 보인다. 그러나 홍콩 이남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영국을 위시한 다른 유럽국가의 식민통치 경험에 의한 문화적 유산을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으로 받아 현대적인 전문직 자율규제제도를 잘 정착시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규제라고 하여도 각 나라의 제도를 살펴보면 엄밀한 의미의 자율규제(Self-regulation)라기 보다는 정부나 사회의 참여가 포함 된 공동규제(Co-regulation)라는 표현이 적합 할 수도 있다.

현대적 자율규제 단체는 19세기 말에 영국에서 영국의사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가 주도하여 General Medical Council을 설립 한 것이 근대적인 효시로 알려져 있다. 현시대도 영,미 문화권이 지배하고 과거 영국의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들이 세계 도처에 존재하여 영국의 표기방식인 Medical Council이 자율규제기구의 보편적인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에 Medical Association은 의사들의 권익과 신분 그리고 경제적 보상을 위한 조합(Trade Union)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영국의 GMC는 왕실의 추밀원(Privy Council)의 직속기관으로 보건부는 상위기관도 아니고 관여하지도 않는다. GMC가 추밀원에 보고한 것은 1894년이 마지막이라고 알려져 있어 실제로 독립 법정단체로 사회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GMC는 영국 의회(Parliment)에 대한 소명(accountable)의 책임이 있다. 프랑스, 이태리, 밸지움, 네델란드는 자율규제 기구를 영어로 `Order' 라고 그리고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는 `Chamber'로 표기한다. 그리고 법률로 정한 위치와 구조는 나라마다 상이하다. 미국은 의사면허기구만 70개 정도 되고 주 별로 State Medical Board를 근간으로 하고 지역적 특성에 의하여 괌, 사이판 등 특정지역 단위로 존재하기도 한다.

미국의 자율규제기구는 순수 민간단체에서 주정부의 산하기구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 하는데 주정부 별 관련 정부부서(소비국, 노동관련 부서, 보건관련 부서 등)도 달라 매우 혼란스럽다. 자율규제기구는 많은 나라에서 법률에 의하여 보건부 산하기관으로 존재하기도 하나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자율기구 수장의 임용도 일체 정부는 간섭하지 않고 전문직의 결정을 존중한다. 우리와 같이 선거에 의한 정치적 임용인 속칭 낙하산 인사는 불가능 하다. 반드시 의료계에서 존경과 풍부한 경력을 갖춘 의사로 자율규제 기구의 수장을 위촉하고 있다. 비록 자율 기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직 자체에서 설정한 진료표준(수준, standard)을 근거로 하는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법적으로 1심의 기능을 대체하는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의사협회는 다양한 나라의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방문조사를 하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Medical Council를 방문하였고 곧 말레이시아, 싱가폴 방문을 앞두고 있다. 모두 보건부 산하에 자율규제 기구를 설치하였으나 정부는 수장의 임명과 운영을 철저히 전문직에 맞기고 재정적, 인적, 물적 지원만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100명 정도의 공무원을 파견하고 행정업무를 지원하나 실제 자율기구의 핵심 인사는 모두 전문직이 스스로 선택하고 위촉하고 있고 태국도 마찬가지 이다.

우리나라의 의사협회는 일본의 영향을, 그리고 일본은 독일의 영향을 받았던 역사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단일 의사기구에 의한 조합과 규제기구의 역할에 대한 관심을 끈다. 이원화 체제가 아닌 단일 단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대한의사협회가 법정단체로 되어 있고 중앙윤리위원회가 미약한 정도의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의사협회가 주도적으로 설립하고 독립성을 보장시킨 의과대학 교육 평가인증기구인 재단법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매우 성공적인 사례도 우리나라에서 자율규제의 성공적인 정착에 매우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율규제기구가 대한의사협회의 기구로 아니면 별도의 독립기구가 될 것인가는 우선 설립과 운영의 경험 이 후 논의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치나 여러 이익단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진정한 현대적 의미의 면허관리와 자율규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 사안은 전문직 주도의 자율규제의 독립성과 사회적 신뢰성을 담보 할 수 있는 투명한 기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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