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없는 자율은 없다” 전문 역량부터 갖춰야
“책임 없는 자율은 없다” 전문 역량부터 갖춰야
  • 의사신문
  • 승인 2019.01.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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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평가제 도입을 위한 서울시의사회 역할
이명진의사평론가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전문가 단체의 생명은 자율교육과 자율규제(Self-Regulation)다. 전문가로서의 갖추어야 할 전문가 역량과 신뢰 유지에 필요한 두 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단체라고 하지만 정작 전문가 집단으로서 가져야할 의료 규제(Medical Regulation) 권한이 전무한 상태였다.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 2016년 11월 ‘자율규제기구’의 초기 모형인 ‘전문가 평가단’이 출범하게 되었다.

경기, 광주, 울산 세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2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보완해야 할 부분을 파악하고 점차 적용 지역과 평가대상의 유형을 넓혀 갈 예정이다. 서울시 의사회에도 곧 전문가 평가단이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문가 평가단의 운영 목적은 비윤리적인 의료 행위를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사하고 평가함으로써 진료역량과 전문가 자질을 유지함에 있다. 의사회원의 경우 전문가평가단에서 평가하고 비회원의 경우 보건소나 보건복지부에 조사의뢰하게 된다. 평가단의 활동은 조사와 평가를 통한 징계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을 계도하고 발전된 수준으로 회원 자질을 향상시키며 상업주의로 인한 의료 환경훼손을 방지하는 데에 더 큰 목적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전국 의사회 중 가장 많은 회원(전체 활동의사의 32.8%)이 있는 지역이기에 많은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문가 평가단 확대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서울시의사회가 준비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의료계 내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자율 규제에 대한 이념교육이 필요하다.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사용할 수 없다. 자율징계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념무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의료계는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직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어, 전문가답지 못 한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물론 이러한 밑바탕에는 교육과 의료시스템 문제가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유를 굳이 분석을 해 보자면 먼저 유교사상에 젖은 선비 의식 혹은 선민의식이 의사집단에 널리 퍼져 있어 보인다. 자율성과 자율 규제를 요구하지만, 정작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 달라는 안일한 개인주의적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의료계의 평소 주장과 일치되지 않은 이런 이중성은 의사들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그와 함께 일제 식민지 의학의 잔재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일제 식민지 교육 결과로 의료 전문직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율교육과 자율 규제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제도적인 면에서도 관주도형 정책이 전문가 주의를 발달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사 연수교육이나 면허신고의 경우 ‘왜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을 의사단체가 대신해주냐’고 항변하는 일이다. 의사단체가 전문가 단체로서 자율교육을 주관하고 면허관리를 담당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도, 면허나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교육을 전혀 접해 본 적이 없었기에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좀 민망한 분노들이다.

어느 집단이 힘을 얻어 행동하려면 내부적인 합의와 결속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이념무장에서 시작된다. 왜 면허관리를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지, 자율을 택할 것인지 타율의 간섭에 끌려갈 것인지 의사단체 전체에 집단적인 이념무장이 필요하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무엇보다도 면허에 대한 개념과 관리주체, 자율 정화에 대한 이념 무장이 필요하다. 의사 모두가 사회계약을 기초로 한 의학 전문직업성과 면허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특히 회원들을 이끌고 가는 의료계 지도자들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들에게 이념무장 교육이 절실하다. ‘책임 없는 자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과 전문가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들을 키워가야만 진정한 전문가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회원들에 대한 내부 결속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율 규제에 대한 이념교육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서울시의사회가 전문가 평가단 시행을 앞두고 회원들에게 이념교육을 시행한다면 비윤리적인 사건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전문가 평가단과 자문위원회 등의 조직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평가단은 광역시도의사회 단위에 ‘전문가 평가단’을 설치하여 5~7명의 광역평가위원을 두고 지역평가위원을 각 분회별로 2명 씩 위촉하여 구성하게 된다. 의사의 특성상 직접 진료행위를 해야만 하는데 진료나 교수 활동 등을 접어두고 현지 조사와 대면 조사 등의 활동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운영비용이 필요하다. 문헌조사 및 사례 분석 등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의사협회와 함께 정부와 고민해야한다. 돈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지속적인 면허관리 개선을 위한 정부-의사단체 간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셋째, 조직을 운영할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광역 전문가 평가단과 각 분회 위원, 중앙 윤리위원회와 지부 윤리위원회가 구성이 되어 있으나 구성을 보면 외부인을 제외한 의사 위원들의 면면이 각 직역에서 맡고 있는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독립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되고 있다.

평가단의 공정성과 권위,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원을 맡는 동시에 다른 직책들은 모두 사임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평가단에 참여하는 위원은 의학 전문직업성에 대한 확고한 지식과 철학을 갖춘 분들이 참여했으면 한다. 하지만 회원을 징계하는 절차적인 방법과 법리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절차적 정의와 실제적 정의를 잘 지키고 판달 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위원들을 도와 실무적인 행정절차 및 문헌 수집과 조사 결과 정리 등 행정사무를 원활하게 진행할 전문 행정요원들의 교육도 필요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자율징계권 가져오기는 쉬워도 이를 지켜나가려면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 역량강화를 위한 이념교육과 결연한 의지를 바탕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운영 재원과 전문 인력 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문가주의를 향한 서울시 의사회의 세밀하고 결연한 자율규제 의지와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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