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동네의원은 안전 더 취약…비상벨 절실”
“정신과 동네의원은 안전 더 취약…비상벨 절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1.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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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중 폭언·폭행 일상다반사…장기대책은 정신보건법 개정

최근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태가 발생했지만 정신과 개원의는 폭력에 더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보안요원 등 안전관리인력을 두고 있고 진료 중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여건상 그러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들 상당수는 원장인 의사 1인과 여성 간호조무사 1~2인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형태여서 위급 상황에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원장이 여성일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것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저 역시 수차례 위협을 받아본 적이 있다”며 “이번에 일어난 일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주목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신과 개원의들은 자구책으로 호신장비를 개인적으로 마련해 진료실에 구비해 놓거나 직접 체육관에 등록해 호신술을 배우는 등 웃지못할 촌극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신과 의사 A씨는 “실제로 진료실 보이지 않는 곳에 가스총이나 전기충격기, 삼단봉 등 호신장비를 구비해 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심지어 젊은 동료 의사 한 명은 직접 이종격투기 체육관에 등록해서 진료가 끝나고 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들의 안전이 매우 취약하지만 비용 문제로 따로 경비 인력을 채용하기도 힘들고, 경찰관이 일일이 상주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보니 정신과 의사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선 진료실 비상벨 설치라도 의무화하는 게 실질적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상훈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영등포구의사회장)은 “행정안전부에서 각 시군구 의원급 정신과 의원에 비상벨을 설치토록 의무화함으로써 위급상황 시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 시점에서는 가장 필요한 대책”이라며, “영등포구의사회의 경우 이러한 조치를 취할 것을 관할서인 영등포경찰서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진료실에 비상벨을 설치하더라도 이번 ‘정신과 의사 사망 사태’처럼 급작스러운 행동 앞에서 무력하고, 비상벨을 눌러도 경비인력이 필요할 때 도착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런 이유로 중장기적 대책으로 탈원(脫院)화를 골자로 최근 개정한 일명 ‘정신건강보건법’을 재개정하는 게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상훈 회장은 “현재 법 체계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입원이 필요해도 환자 본인이 인정하지 않고 외래치료만 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어 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향후 ‘사법입원심사제도’를 도입해 법원이 정신질환자의 강제구금을 결정하게 함으로써 지금처럼 의료진이 환자의 입원 여부를 판단해 환자의 원망을 듣는 일이 없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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