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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에 사법경찰권 부여'…의료계 '자율규제권' 주장
'건보공단에 사법경찰권 부여'…의료계 '자율규제권' 주장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12.21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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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의료계 자율성 강화해야"

사무장병원 개설 등 관련 범죄를 막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제도를 통한 과도한 공권력의 남용으로 국민의 기본권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서는 사무장병원을 척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특별사법경찰권이 아닌, 의료계의 ‘자율규제권(실질적 조사권 확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법제사법위원회)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특별사법경찰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사무장병원이나 면대약국 범죄와 관련해 건강보험의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이 추천하는 임직원 중 지방검찰청검사장이 지명한 사람이 특별사법경찰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무장병원 등의 근절을 통해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 면허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기관이 증가하면서 의료시장의 건전성과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에는 6곳이 적발된 이래, 2017년에는 40배가 넘는 253곳이 적발되었으며 지난 9년간 사무장병원이 챙긴 부당이익의 규모는 약 2조863억원에 달해 의료시장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사권이 없어 행정조사만으로는 불법개설 혐의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송 의원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허술한 단속 문제를 해결해 건전한 의료질서 확립이 필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불법개설기관을 조기에 퇴치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 및 건강 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의사회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제도를 통한 ‘규제’가 아닌 의료계의 ‘자율지도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우리나라는 행정과 단속의 효율성만 강조해 특별사법경찰제도가 지나치게 확대되고 특별사법경찰권이 무분별하게 남용돼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별사법경찰제도가 활성화되고 그 직무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특별사법경찰제도의 비효율적 운영과 함께 특별사법경찰의 수사 비전문성, 피수사자의 절차적 기본권의 준수 여부에 관한 논란, 과도한 공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의 침해 우려 등이 지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경우에 따라 이른바 사무장병원의 단속 등 특별사법경찰권의 부여가 필요한 사안이 존재함은 인정할 수 있으나, 개정안은 사실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직무수행자가 될 수 있어 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 하다”며 “범위 및 수사 관할 역시 구체화되지 않은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방문확인 및 현지조사에 관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임을 고려해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기 이전에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및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경찰 수를 늘린다고 해서 도둑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제를 위한 제도를 계속 만드는 것 보다는 의료계의 자율성과 전문성, 객관성을 강화해 사회 근간과 제도를 이상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사무장병원들은 또 다른 방법을 통해 개설돼 운영될 것"이라며 "사무장병원을 찾아내는 사람만 계속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의료계의 ‘자율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 의사들과 지역의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사무장병원을 척결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사회는 물론 의료계가 ‘진료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전문가 자율평가제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 회장은 "의사들이 윤리·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결국엔 독립된 '의사면허 관리국'을 설립해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단체)를 통해 자율적으로 면허관리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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