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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인력기준’…판결 핵심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인력기준’…판결 핵심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12.11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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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 1회 출근 안할 시, 접근성‧실효성 떨어져”…다만 복지부 업무규정은 법적효력 없어
<사진=pixabay>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소 주 1회 이상 근무하지 않을 시, 특수의료장비의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또 다시 나왔다.

앞서 지난 10월에도 한 외과병원의 한 해 CT 검사 요양급여비 6억5000만 원을 건보공단이 전액 환수 처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의 공분을 산바 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 16개 광역시도회장단 및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등은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 건보공단의 이 같은 환수조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이번 판결 사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최근 천안A병원을 운영하는 B씨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1심 판결에 이어 건보공단 측의 승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A병원은 공단이 지급한 자기 공명 영상 촬영장치(MRI)와 관련된 요양급여비용 1억 5700여만 원과 전산화 단층 촬영장치(CT) 관련 요양급여비용 2억 2700여만 원 등 총 3억 8400여만 원을 환수 당하게 됐다. 

판결의 가장 큰 이유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 1회 이상 병원에 출근하지 않아 해당 업무에 충실히 임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해석이었다. 

현행법상(의료법 제38조 제1항, 특수의료장비 규칙 제3조 제1항, 제2항)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 1회 이상 출근해야 한다는 세부 규정은 없지만 복지부 운영지침에서는 비전속 인원에 대해 최소 주 1회 이상 근무를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복지부 운영지침에 대해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문제가 된 부분은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라도 해당 의료기관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의료영상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재판부는 “현행법에 따라 CT의 적절한 설치 및 활용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관련 진료의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사선사나 CT 자체의 전문가와는 별도로 해당 진료과목의 전문가인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하여금 CT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면서 활용의 적정성 등을 도모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특수의료장비 규칙에서 요구하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주 1회 등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해당 병원에서 근무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 한 해당 의료기관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의료영상의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하거나 감독하고 영상화질을 평가하며 임상영상을 판독할 필요는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즉 직접적으로 주 1회 이상 출근하지 않은 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지만 의료기관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속적인 업무 총괄 및 감독을 함에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추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해당 의료기관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 특수의료장비나 그 설치 환경과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방사선사에 대한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및 감독, 영상화질의 평가 등을 실효적으로 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해당 의료기관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그가 특수의료장비의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복지부의 운영지침에 대해서는 “이 사건 운영지침은 특수의료장비 규칙에서 규정한 비전속의 의미와 관련해 비전속이란 최소 주1회 이상 근무를 해야함을 의미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그 규정은 상위 법령의 위임없이 보건복지부가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편의를 위해 마련한 것에 불과해 법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의료계 “비전속 주1회 출근 규제, 재검토 필요해”

한편 의료계는 비전속 최소 주1회 출근규제에 대해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CT특수의료장비가 디지털화돼 전문업체에 의해 주기적으로 관리·검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규제는 구시대적 발상에 근거한 제도라는 것.

또한 특수의료장비 품질검사를 통해 질적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원격 판독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비전속 전문의의 주1회 이상 출근 규정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16개 광역시도회장단는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시대착오적 CT장비 비전속 영상의학과 주1회 출근 규제도 진료현장에서 선량한 많은 회원들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CT특수의료장비는 디지털화돼 전문업체에 의해 품질관리검사가 1년에 1회씩 의무화 되어 기계적 정도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중소의료기관에서 원격 판독이 실시간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아나로그시대에 필요했던 기계정도관리와 방문 판독이라는 명분의 영상의학과의 주1회 방문규제 존치의 당위성은 의문시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환수 처분에 앞서 인력기준 준수를 위한 시정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관계자는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무조건적인 환수처분보다는 인력기준 준수를 요구하는 시정조치를 선행해야 할 것”이라며 “복지부와 공단이 시정조치에 인색하고, 유독 환수처분을 선호하는 것은 의사와 병원을 동반자가 아닌 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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