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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서 읽는 세상사
숫자에서 읽는 세상사
  • 의사신문
  • 승인 2018.12.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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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99〉

정 준 기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명예교수

 

수(數)는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추상적 개념으로 인간만이 만들어낸 유용한 도구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이 세상은 모두 수학적 원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간단한 예는 분수에서 뿜어 나오는 물줄기의 궤적이다. 배출하는 물의 힘, 양, 높이 등 몇 가지 변수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복잡한 예를 들면 바다 파도가 해안가에 부딪치는 양상이다. 밀려오는 바닷물의 속도와 양, 방향, 부딪치는 방파제나 바위의 위치, 크기, 질량, 여러 힘 사이의 벡터, 등등 복잡하지만 관계 있는 각종 인자로 방정식 같은 수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수학적 분석이 발전하면 바다 지진으로 생긴 쓰나미를 예측해 해변가 피해를 줄이는데 사용할 수 있다.
피타고라스의 말을 따라서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숨어 있는 `숫자의 비밀'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현상을 나타내는 숫자와 수학은 각별한 의미가 있어 객관적 해석과 주관적 자각으로, 우리 주위의 현상과 자신의 삶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4가지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겠다.

“큰 감나무 한 그루에 감이 얼마나 열릴까요?” 감의 유명한 생산지인 경상도 상주가 고향인 후배 교수가 물어 온 퀴즈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 백 개로 대답했으나 실제는 수 천 개 많으면 만 개가 열린다고. 실제로 과일 열매를 셀 때에는 100개를 뜻하는 `접'이란 단위가 있지만 곶감의 경우에는 100접 즉, 만 개를 나타내는 `동'이란 단위가 따로 있단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노력과 기대 이상으로 넉넉하게 보답을 해 준다. 주말 농장에서 채소나 과일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면 쉽게 수긍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나무 꼭대기에 있는 감 열매는 새들에게 양보해도 충분하다. 이마저 욕심을 내어서 나무에 오르다가 떨어져 다리를 다치고는 한다. 감나무 가지는 보기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이집트 여행을 할 때 유명한 피라미드를 구경했다. 석회암이나 화강암인 돌 한 개는 내 키의 2/3 정도로 평균 무게가 2.5톤(2500kg)이었다. “그러면 이런 돌 몇 개를 쌓아 피라미드를 만들었을까요?” 두 번째 질문이다. 정답은 100만 - 200만개이고, 큰 피라미드는 250만 개나 들었단다. 기원 전 2500년경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낸 이 거대한 석조물은 기적적인 건축물 `세계 7대 불가사의(不可思議)'의 대표이다. 그 당시 전 국민이 수 십 년간 동원되어 피라미드 한 개를 만들었다. 흔히들 독재자의 철권 아래 민중의 희생으로 건설했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나는 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숫자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중의 자발적 협력없이 무력을 동원하여 억지로 건설하기에는 세상의 이치와 맞지 않는다. 처음 몇 개는 가능하지만….. 이집트의 절대 군주인 파라오는 모든 권력과 재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영생에 대한 개인적 욕구인지, 정치 종교적 이유인지 피라미드가 고대 이집트 왕국에 필요했고, 수십 년 재위 기간 동안 자기의 무덤인 피라미드를 건설하였다. 그 당시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석해보니, 주로 농사 일이 없는 농한기 동안에 노임을 지급하면서 온 국민을 동원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일종의 국민 취로사업인 것이다. 무덤 벽에 “이 피라미드를 건설하면서 황금 덩어리를 가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처럼 수없이 지출했다”고 적혀 있단다. 파라오의 재화를 민중에게 재 분배하는 방법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기업을 하나만 든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대답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꾸준히 우리 경제를 이끌었고, 올 한 해에 매출 250조 원, 영업이익 65조 원으로 또 다시 신기록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내 다음 질문은 “삼성전자에 직장인의 꿈이라는 이사급 이상 임원이 몇 사람일까요?”이다. 임원은 회사의 일정 업무를 총괄하여 회사를 대표하는데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 회장이 있다. 직장인에게 임원이 되는 것은 군대에서 장군이 되는 것과 같아 업무에 걸맞게 대우와 보수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답은 1100 여명이다. 일반 회사에 근무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실감나지 않으나, 많은 직장인들이 놀라는 눈치다.

임원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이 회사에서 경영 화두 중 하나가 `초 격차'이다. 세계 반도체 1등인 삼성전자가 다른 회사가 따라오지 못하게 큰 격차를 벌리고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비정한 기업세계에서는 압도하지 않으면 잡아 먹힌다. 통상적인 경영으로는 이 격차를 유지할 수가 없다. 회사를 대표하는 한 경영가는 “상황에 맞게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하고, 다시 그 번데기가 나비로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무엇 보다도 먼저 교육 훈련, 평가, 인사 시스템을 나날이 발전, 변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항상 미래를 대비하여 여러 분야의 인재들을 우선적으로 키우는 자세가 일류의 비결이고 이에 따라 많은 임원이 필요하다고 내 나름대로 해석한다.

마지막 질문은 “우리나라에 화장품 제조 회사가 몇 개일까요?”이다. 놀랍게도 식약처에서 확인한 정답은 현재 2209업체이다. 이 숫자에 대한 해설과 우리가 얻는 경고와 지혜는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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