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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응급시 특정 환자의 진료 거부는 의사의 당연한 권리”
“비응급시 특정 환자의 진료 거부는 의사의 당연한 권리”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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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최선의 진료를 위한 진료제도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 개최
'최선의 진료를 위한 진료제도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가 개최됐다

의협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진료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이 다각적으로 논의돼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회장·최대집)는 지난 6일 오후 2시 용산전자랜드 랜드홀에서 '최선의 진료를 위한 진료제도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의료계와 정부, 관련 학계, 언론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으며, 참석자는 최대집 의협회장,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좌장), 주제발표를 맡은 김기영 고려대 좋은의사연구소 연구교수, 이얼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지정토론을 맡은 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장, 이준석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 엄명숙 소비자시민모임 서울지부 대표, 이혁 대개협 보험이사, 이경원 응급의학회 섭외이사 등이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개회사에서 “올바른 의료제도는 의사로서의 의학적 판단과 소신진료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오늘 토론회의 모티브”라며, “의협은 의사의 권리와 진료의무의 법적 한계 검토를 통해 최선의 진료를 위한 의사의 ‘진료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오늘 토론회가 의학의 전문성에 기반해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희밍한다”고 밝히며 활발한 토의를 당부했다.

이어 토론회 첫 순서로 김기영 고려대 좋은의사연구소 연구교수가 진료거부의 정당성 및 법적 한계에 대한 독일의 논의를 중심으로 ‘자유전문직으로서의 의사의 권리와 진료의무의 법적 한계’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규범적 출발점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며, △자유전문직으로서의 의사 직업활동, △계약자유의 원칙 인정, △건강보험의 요양급여시스템 내 계약자유 등 독일의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독일의사직업윤리법(MBO) 제1조 제1항 제2문은 의사의 직업을 상업상의 조직(Gewerbe)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자유전문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의사의 자유로운 직업은 변호사의 자유전문직만큼이나 적기 때문에 직업의 허가 및 직업적 행사는 법적 규범에 의해 규제됨으로써 국가에서 구속하는 직업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자유로운 직업의 공통적 특성”이라고 밝혔다.

김기영 교수는 “독일 의사는 원칙적으로 계약자유가 있으며, 응급 사례 등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진료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이미 개시한 진료는 계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계약적 자율성은 건강보험의 의료에도 적용되지만, 독일은 건강보험공단 소속의사로서 허가와 함께 계약자유 원칙은 제한되며 의무를 지게 된다”며,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소속의사 역시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등 신뢰관계를 저버린다면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비효율적이거나 비경제적인 진료의 이행 및 부적절한 약의 처방도 거부할 수 있으며, 과도한 업무로 의료의 질적 유지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며, “이는 의사가 특정한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김기영 교수는 “독일의 민사법이나 형법도 의료급부의무에 관한 사회법적 기준들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며, “비록 이에 해당하는 건강보험법상의 진료의무는 성립하지만, 응급사례를 제외하고는 이미 치료를 받은 환자에 대한 진료의 공개적 유보는 형사법적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새로운 환자나 특정한 질병과 관련해 아직 치료를 위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환자를 치료 거부하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독일 민법 역시 사회법적 기준과 별개로 자리 매김하고 있으며 사회법에 따라 치료해야 하는 의무와는 달리, 민법상 진료계약에서 필요한 주의의무에 대한 의사의 준수의무 또는 진료의 사실상 인수는 의사의 진료의무의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며, “진료관계에서 의무의 내용을 결정할 때, 민사법원들은 사회법에 근거한 요양급여목록에 근거하지 않고 오로지 의료수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사회법은 요양급여를 대상으로 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성립한 기존의 관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의사로 하여금 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목록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급부이행에 대한 의무를 지도록 하고자 한다는 것.

김기영 교수는 “문제가 되는 것은 부담하는 의료급부의 질과 양에 대한 각각의 내용적 의무들이 서로 상충될 때다”며, “현재 의료 서비스의 분배 및 우선순위 결정에 관한 공개 토론의 관점에서 법은 법질서의 단일성을 보호하고 요양기관에 대한 법적 요구사항이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민법과 형법의 차이점은 개별적인 경우 의무의 성립시점에 있다”며, “환자에 대해 사실상의 진료 수용을 통해 형사법적 보호가 이뤄지기 전에 이미 진료계약의 체결을 통해 민사법적 주의의무가 성립한다”며, “마찬가지로, 형법은 응급상황이 없다면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의 종료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보증인적 지위로부터 해소를 통해 면책가능성을 제공한다”고 했다.

또한 “세 가지 법적 영역들의 차이는 대부분 정당화되며, 따라서 최후의 수단으로서 형법의 제재가능성은 진료행위의 적용범위에서 가장 작다”며, “독일 민법은 의사와 환자간 법적 관계에 대한 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진료계약의 맥락에서 부담하는 의사의 주의의무 및 자신의 법익들의 침해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데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진료선택권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은 이얼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진료선택권의 발전방향을 논하기 전 △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 거부금지, △의료법상 진료거부금지, △해외 사례, △정당한 사유의 구체화, △의료인의 형사책임 추급 △발전방향 등을 발표했다.

이얼 책임연구원은 “비응급시 의사가 특정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의사의 당연한 권리”라며, “진료거부금지 조항은 삭제하거나 선언적 규정으로 전환해야 하며, 벌칙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전문가 입장의 확립과 관련해 “당해 진료거부가 정당했는지 여부는 ‘의사윤리’ 또는 ‘직업윤리’의 문제”라며, “환자와 의사의 관계, 의사의 인격권, 직업선택 및 행사의 자유 등 다양한 가치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진료를 거부당한 환자의 민원이 발생시 당해 진료거부가 ‘의료인의 품위손상행위(의료법 제66조 제1호)또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2호)에 해당하는지 심사가 필요하다”며, “이는 곧 ‘전문가평가제’의 역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얼 연구원은 전문가 단체의 자율규제 활성화를 통해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국민건강에 대한 의료인의 공적 책임을 인정하고 전문직에게 독점 면허 및 자율규제 권한부여,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 보장을 위한 전문직과 국가 간의 계약(합의)가 필요하다”며,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의사‧환자간 신뢰 회복과 관련해 징계에 대한 순응도 향상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독립적‧중립적 면허관리 기구 설립과 관련해서는 “독립적 면허관리기구 설립은 의료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이라며, “동남아시아 10개국 의사면허기구 연합(AJCCM), 세계 48개국 의사면허기구 연합(FSMB) 등과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이어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이혁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는 지정토론에서 강제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한편, 강제지정제가 유지된다면 형사면책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만약 강제지정제 폐지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부분적으로 개원가에 강제지정제에 대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섭외이사는 “우리나라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뿐 아니라 응급의료기관 지정과 재지정, 매년 전국 응급의료 기관 평가와 평가 결과 언론 공포,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응급의료를 엄청나게 통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응급의료종사자들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희생하며 그 사명을 다해왔지만 현재는 응급실 폭언, 폭행, 성희롱, 성추행 가해자나 상습적 마약성 진통제 요구자와 같은 범죄자들에게까지 응급의료종사자들은 매어져있다”며, “응급진료 거부의 금지 족쇄를 풀어 안전한 응급의료 현장을 만들어나가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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