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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업성 사라지면 리더십 잃고 치료기술자 전락
전문직업성 사라지면 리더십 잃고 치료기술자 전락
  • 의사신문
  • 승인 2018.12.0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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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Ⅰ : 프로페셔널리즘 향상을 위해 의료계가 나가야 할 방향
이덕철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의사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요구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탁월한 의학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역량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직업과는 달리 의사에게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 있다. 바로 `프로페셔널리즘', 즉 전문직업성일 것이다. 질병의 고통 중에 있는 환자는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의사는 이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치료하며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하는 인도자, 상담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는 다른 전문직에서와 같이 수평적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의사는 환자의 친구이자, 가족, 때로는 선생이자 옹호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의사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고 전문직업성이다.

전문직업성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직업과 그것을 위한 기능, 전문 지식에 강한 자부심과 탐구심을 가지며,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의사는 환자의 모든 건강상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탁월한 의학 지식, 기술과 함께 사회적 책임감, 명예, 청렴성, 이타심도 함께 갖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회 모든 영역에서 만연되고 있는 상업주의와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의사는 전문직업성의 진정한 가치와 위상에서 멀어지고 사회적 책임보다는 오로지 의학지식이나 기술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직업인의 자리에 머물게 된다. 더구나 현재 의료계의 생태에서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의사들에게 이러한 사회적 책임이 담긴 전문직업성은 일상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낭만적 구호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가 전문직업성을 지켜내지 못할 때 의사는 환자나 사회에 대한 리더십을 잃고 단지 치료 기술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렇게 될 때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는 무너지고 그 피해는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와 사회 전체로 되돌아간다.

그러면 기존질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모든 권위가 실종되고 있는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의사의 고유한 전문직업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의료계는 무엇을 해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다. 어쩌면 이것은 의료계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닐 수가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의 전문직업성이 사라진 사회가 당면하게 될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의사의 사회적 책임 고취와 환자와 의사의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문직업성의 향상을 위해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는 의료계가 전문직업성을 고취 시킬 수 있는 의료시스템과 제도를 확립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의 주치의 기능 강화를 위한 수가 개선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의료인들이 서로 경쟁자의 입장에서 환자의 건강과 사회적 유익을 위하여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는 새로운 의학 지식과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열정이다. 의사의 높은 자신감과 자긍심은 전문직업성의 향상으로 직결된다. 의사는 늘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자신의 의학적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실력 있는 의사만이 책임감을 갖고 정직하게 환자를 치료하며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자는 의사를 더욱 신뢰하고 치료 방침에 대한 순응도가 높아져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셋째는 적극적인 의사의 자정노력이다. 의사의 전문지식은 오직 환자의 유익을 위해 안전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의사단체는 의사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의료인의 일탈에 대해 즉각적이고 가차없는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여 전체 의료인의 전문직업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면허 및 자격을 부여하고 징계하는 모든 권한을 의사단체가 스스로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화된 의료 행위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의료인 스스로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재인식과 적극적인 참여이다.

이제 의사는 단지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소극적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에 대해 올바른 의학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시민단체를 비롯한 사회자원들과 공동의 목표를 갖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높여야 한다. 환자의 모든 문제, 즉 신체적 정신적 영적인 문제에 대해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의사에게 높은 직업만족도와 자긍심이 선물로 주어질 것이다. 이렇게 의사의 전문직업성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의 수준과 국민들의 건강이 향상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뒷받침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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