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카메라,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가하는 `테러'
감시 카메라,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가하는 `테러'
  • 의사신문
  • 승인 2018.12.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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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례 Ⅰ : 수술실 CCTV 설치
강중구 경기도의사회 부의장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감시하는 행위, 그 자체가 바로 불법이다.

환자의 신체를 함부로 촬영하는 것과 더불어 의사나 간호사들이 죄인도 아닌데 행동을 하나하나 감시한다는 것도 잘못됐다.

수술실에서 자행된 불법대리수술문제가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후 수술실CCTV 설치 강제의무화 법안이 상정된 상황이며, 불법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립 안성의료원에 감시목적의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경기도지사 집무실에서 지역방송을 통해 생방송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연간 전국적으로 수백만 건의 수술이 행해지고 있는데 과연 사회적인 지탄과 처벌을 받아야 할 경우가 몇 건이 있을까? 극히 극소수의 일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수술에 참여하는 인원은 최소 5명에서 많게는 10명이 훨씬 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런 수술실에서 불법한 일이 일어난다면 공모하지 않는 한 은폐되기 어려우며, 설령 공모했다고 해도 내부고발이 적극 장려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편승해 결국 폭로되고 있는 것이다.

대리수술 문제는 도제식의 수련과정에서의 의사들의 안일한 사고방식에서 초래된 구태로 의사들의 통철한 반성과 자정노력과 함께 자율적이고 철저한 교육을 통해 근본적으로 척결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숙련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도제식으로 수 없이 많은 수술경험을 통해 수련 받아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대리수술의 문제점을 처벌위주로 몰아가다보면 외과의사의 양성시스템이 존폐위기에 놓일 수도 있어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의사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극히 드문 일부사례를 침소봉대해 사회문제로 이슈화시킴으로써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민사적 절차로 해결했던 의료사고나 분쟁들이 형사적 책임으로 비화돼 의사에게 형벌을 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할 일이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인 만큼 엄격한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의사들을 마녀 사냥하듯 여론 몰이하는 작금의 세태로 인해 진료위축이나 진료기피 또는 과잉진료로 이어져 소신진료에 의한 최적의 진료를 못하게 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브라더'는 절대진리를 앞세워 가짜를 진짜로 포장하고 사람들을 속이면서 온 세상을 감시하고 사찰하며 통제하고 지배한다.
CCTV는 시설물 안정이나 사고 및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고 있으나 그 부작용도 상당해서 인권침해는 물론 오히려 범죄에도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술실 CCTV감시가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진상을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헌법으로 보장된 인권은 무시한 채 그동안 국민건강을 위해 힘쓰고 있는 절대 다수의 의사들에게 감시카메라를 들이대며 환자와 의사간 불신을 조장하고 불안에 떨게하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의사는 신이 아닌 사람이다. 수술할 때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며,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수술이 너무 힘들 때도 많고 생사의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잘못하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의 무게를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수술에 감시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의사뿐 아니라 환자에게 가하는 무서운 테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수술실은 공개된 장소가 아니며, 목욕탕,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신체의 중요 부위들이 노출될 수 있는 프라이버시가 존중돼야 하는 공간이다.
수술하다 보면 환자의 신체를 칼로 째고 망치로 두들기고 톱으로 자르며 피가 튀게 되는데 그 장면을 촬영한 영상은 의사인 본인도 끔찍할 뿐 아니라 관리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해킹 등의 방법으로 인터넷 등 외부에 무단유출 될 수 있다. 그로 인한 피해는 실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의료진을 감시하는 행위는 의사나 간호사들에 대한 인권과 직업자유수행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며, 만약 그로인해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집중력이 떨어져서 최적, 최선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노출된 신체정보가 무단유출될 위험성이 상존하므로 절대 안 될 일이다.

환자의 인권과 알 권리를 존중하는 선진국 어느 나라도 감시목적의 수술실 CCTV를 운영하지 않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며, 감시목적의 수술실 CCTV 설치를 주장하는 누구라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자신의 집무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는 상상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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