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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 목소리 외면 땜질처방으로 의료계 압박
의료현장 목소리 외면 땜질처방으로 의료계 압박
  • 의사신문
  • 승인 2018.12.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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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인가? - 정부 인식·시스템적 문제 중심으로
유진목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의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환경이 나날이 척박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의사를 옥죄는 법이 상정되는가 하면 복지부에서도 이런 저런 고시 등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우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즉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해 보장률을 70%로 높이는 문재인 케어가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태생적으로 출범할 당시 전국민에게 사회보험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저비용,저급여의 체계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 체계로는 모든 의료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필연적으로 대두되게 되었고 2000년대를 지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점진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문 케어는 이런 점진적 시행을 유지 해 오던 것을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라는 명목 하에 급진적으로 시행을 강요한 것에 큰 문제가 있다.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가 없이 5년간 30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 투입 정책을 시행하면서 건강보험 가입자와 공급자의 충분한 의견의 수렴이 없었다. 의료계도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라면 보장성 강화에 대해 적극 찬성일 것이다.

그러나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에 대한 선행 없이 의료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의료계의 커다란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매번 정부의 뜻에 따라 선심성으로 의료정책이 결정되어서는 안되면 공론화를 거쳐 땜질식 처방이 아닌 올바른 공공의료의 강화,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 등이 논의되어야 하겠다. 잘못된 의료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현재 뿐만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의료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보건의료전문가,일반 시민,보건정책 관계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올바를 의료정책 입안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겠다.

지난 10월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를 선고 받거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취소된 날부터 5년 이내에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 되었다. 현재에는 의료법 및 보건의료 등 대상범죄를 의료행위와 관련된 것을 위반 시에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건에 대해서만 면허취소가 되었는데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이상의 형 집행유예를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고, 현행법에는 재교부 기간이 3년인데 이를 5년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모든 범죄에 대해 죄의 경중이나 정황의 고려 없이 의사면허를 취소 시킨다면 사소한 범죄로 인해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도 현 사회에서 너무 많은 의사가 면허취소로 고통 받을게 명확하다. 민·형사상 처벌을 받고 거기에 더하여 면허취소의 처분을 받는다는 것은 유독 의료인에게만 이중적인 처벌을 강요 하는 것이다.

의료기관 내에서의 폭행 또한 예전부터 문제시 되고 있다. 이제는 그것이 도가 넘어 폭행을 막아야 할 경찰관까지도 응급실에서 폭행을 한 사건까지도 생겼다. 의료기관 내 폭행은 주로 주취자에게서 많이 일어나는데 음주로 인한 폭행은 감경 사유가 아니라 가중사유가 되어야 한다는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한 법이 발의 된 상태이다.

최근 발생한 대리수술을 막겠다고 경기도 지사가 경기도내 공공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및 촬영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도 환자 동의 하에 수술실 CCTV의 설치 및 촬영을 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만 환자 동의 없이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리수술을 막겠다고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일까? 우리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비도덕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는 당연히 엄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은 선진국처럼 의사면허관리기구를 설치하여 부도덕한 의사를 관리 할 수 있도록 의사협회에 권한을 줘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불법 사무장병원을 단속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특사경제도)을 주는 것도 의사들에 대한 초 법적 조사가 이루어 질 수 있다는 문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예고 내용을 보면, 거동불편 환자 등이 이용하는 병원급 의료기관 및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설비 등의 소방시설 등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성폭력범죄를 저지르거나 업무상 과실로 환자를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거나 자격정지 하는 법안 등 의료계를 압박하는 많은 법들이 시행 중이거나 입법예고 된 상태이다.

이런 여러 문제들이 우리의 강력한 반발을 일으키는 주 원인은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입안자들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근시안적으로 땜질식 법안을 만들어 시류에 편승하기 보다는, 의료정책을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과 함께 심도 있는 토론과 협의를 거쳐서 의료발전의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더 나은 의료의 질 향상 및 의료 환경조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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