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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급여화 불구 행위량 안늘어…삭감 우려 때문”
“초음파 급여화 불구 행위량 안늘어…삭감 우려 때문”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11.2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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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건보공단, 토론회 열고 ‘문 케어’ 현장 목소리 청취

지난 4월부터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일선 의료기관의 삭감에 대한 우려 때문에 행위량 증가는 당국이 예상한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부터 뇌·혈관·특수검사 MRI 검사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됨에 따라 의학적 필요성과 관계없이 환자들의 요구도가 높아져 의료기관과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박홍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본부(본부장·진종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의사회관 1층 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문재인 케어’ 추진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공단과 공급자단체 간 소통의 기회를 마련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공단 본부 급여보장실 현재룡 본부장도 특별히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토론회에서 의료계를 대변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교수, 종합병원장, 개원의 등 다양한 직종의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진이 참석한 만큼 자유롭고 활발하게 소통하면 좋겠다”며 “현재 의료계 최대이슈는 한방 추나요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필수항목을 급여화 하기도 어려운 시점에 과연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단 측의 입장을 알려 달라”고 밝혔다.

진종오 서울본부장은 “지역의사회와 공단이 이렇게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는 기회를 만드는 게 너무나 의미가 크다”고 말했고, 현재룡 본부장은 “일차의료기관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오늘 좋은 의견을 주시면 아는 대로 답변드리고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자유토론 시간에서 박지영 급여보장실 예비급여부장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가 시행된 지 6개월여가 지났는데 행위량은 예상의 절반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현재룡 본부장은 “급여화 과정에서 예상치를 과다추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유진목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금천구의 경우 기존 관행수가가 낮아 급여화되면서 수가가 꽤 높아졌지만 대신 병명과 증상, 사진 등 요구하는 기재사항이 더 많아지고 단순 착오에 따른 삭감도 우려돼 건강보험이 적용돼도 초음파를 많이 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영민 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는 “첫 초음파 진단 시 본인부담금은 30%이지만 같은 증상으로 다시 초음파를 하면 예비급여가 적용돼 본인부담금이 80%에 달하기 때문에 추후 이에 대해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막막하다”며 “정부에서 일을 벌리면 그 뒷감당은 의료계가 해야 해서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문석균 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중앙대병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는 초음파나 MRI나 어차피 인력이나 시설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검사를 더 많이 하고 싶어도 많이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MRI의 경우 의학적 필요성이 없어 안찍어도 된다고 환자에게 설명해도 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니 무조건 해달라고 요구해서 의료기관과 환자 간에 계속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무리한 보장성 확대가 오히려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만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적정진료를 하는 대학병원의 경우 수가만 떨어졌고 의료질도 더 낮아지는 것 같아 매우 힘들다”고 전했다.

진종오 본부장은 “문재인 케어 핵심이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것이고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많이 검사를 받아보고 싶을 것이기 때문에 급여화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간 분쟁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초기 과정에서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문제 아닌가? 이 보다 앞으로 급여기준을 얼마나 더 정밀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부장은 “현장에서 80% 본인부담률 때문에 환자들에 대해 설득이 잘 안돼서 갈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심평원에서 경향심사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이전처럼 건별로 심사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열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나누리병원장)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대부분 개인이 투자해 설립·운영되고 있는 민간기관으로 이전에는 자율권과 비자율권이 공존하며 어느 정도 운영이 가능했는데, (문케어로 인해) 이젠 정부가 짠 파이에 모두가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재정파탄 시 민간의료기관의 생존권 위협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현재룡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설립과 의료서비스 공급을 대부분 민간이 자유롭게 하고 있어 그 위험도 민간이 다 안고가야 하는 구조로 이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제 민간의료기관도 위험을 체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급여든 급여든 의료기관 손실은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수가는 관행수가보다 높게 책정했다. 혹시 낮은 부분이 있어도 총액을 따져보면 의료기관이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 본부장은 특히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 건강보험 진료만으로 의료기관 수익을 보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원가수집 및 파악도 원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의사회는 의사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당뇨병환자 소모성재료 처방전, 보호(입원, 진료)기간 연장승인 신청서발급에 대한 수가 지급 △의원급 외래수술 항목 개선 △정맥마취료 수가 개선 및 토요일·공휴일 수가 가산 적용 △과별 급여기준에 대한 합리적 개선 △왕진비(방문진료) 수가신설 등 현안들에 대한 공단의 입장을 질의했고, 이에 공단 측은 업무영역과 관련해서는 개선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왕진수가신설과 관련해 현 본부장은 “왕진뿐만 아니라 모든 방문의료서비스 수가개선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익강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공적 건강보험을 통해 민간재와 공공재를 다 통제하려 하고 있는데 건강보험 보장률을 목표대로 70%까지 끌어올린다면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민간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또 체납 건강보험료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건강보험증에 사진을 넣어 주민등록증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다면 매년 발생하는 부정사용과 이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박홍준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공단 측에 ‘건강보험 한방 분리 실시’에 대한 입장을 묻기도 했다.

이에 진종오 본부장은 “의사회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가입자에게 선택권이 있고 현대의학에도 종별을 구분하고 있으며 종별총액계약제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준 회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현 의료제도에 대해 의원급에서 상급종합병원까지 모든 종별의료기관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게 확인됐다. 이런 방향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관계당국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전체적으로 역행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인식과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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