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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치노 닮은 스릴러에 위대한 부성애와 치유 담아
카푸치노 닮은 스릴러에 위대한 부성애와 치유 담아
  • 의사신문
  • 승인 2018.11.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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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서울시의사회 의학문인회 독후감 공모전 수상작 〈1〉 : 최우수상 - 기욤 뮈소의 `파리의 아파트'를 읽고 
전 준 연금천 제이미즈산부인과

시간이 날 때마다 들르게 되는 서점, 그리고 서가 제일 앞에 항상 꽂혀있던 기욤 뮈소의 책들과 스쳐지나간 지 몇 해 만에 한 책을 집었다. `파리의 아파트'.

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명 극작가인 가스파르와 전직 경찰 매들린이 파리의 한 아파트에 함께 살게 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이 같이 살게 된 아파트는 유명 화가였던 숀 로렌츠의 집이었고, 그가 죽은 뒤 집을 관리하던 이는 그가 남긴 3점의 작품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윈 트라우마가 있는 가스파르와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갖지 못한 아픔을 지닌 매들린은 숀의 삶과 메시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그가 숨겨놓은 메시지를 찾았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유괴당해 살해된 아들 줄리안이 살아있다고 믿었던 아버지 숀을 대신하여 가스파르와 매들린은 종결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줄리안이 유괴되긴 했지만 사망하진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아동연쇄살인마의 낡은 배에 감금되어있던 줄리안을 구출했다.

그 후, 가스파르와 매들린은 줄리안을 입양하여 키우며 본인들의 상처를 치유함과 동시에 가족 안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이미지즘 작가로 10년 넘는 시간동안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선 기욤 뮈소의 가장 최근 작품인 `파리의 아파트'는 그의 전작인 `브루클린의 소녀'와 많이 비교된다. 타임슬립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는 로맨스물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 두 작품은 범죄 스릴러에 속하기 때문이다.

유괴와 살인사건을 다루고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의 흐름은 댄 브라운의 작품들을 떠오르게도 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의 거리와 카페를 언급할 때에는 영화화된 `다빈치 코드'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댄 브라운의 작품이 역사적 사건, 종교, 암호 등의 요소들을 활용해 더욱 깊은 스릴러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파리의 아파트'는 개인의 상처를 반추하며 인물의 감정을 더욱 자세히 묘사하고, 동시간대에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줌으로써 조금은 더 부드럽게 접할 수 있는 스릴러가 되었다. 다른 스릴러물들이 에스프레소와 같다면 이 작품은 카푸치노와 같이 부드럽고 포근한 요소들이 섞여 입맛을 자극하는 듯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된 기욤 뮈소가 부성애를 담아 쓴 작품이라는 점 또한 특징적이었다. 아버지로써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아이를 향한 애착을 표현하는 모습은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써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물론 나는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방법으로 메시지를 남기진 못했겠지만. 하지만 임사체험에서 죽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중 아들은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아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인 숀의 행동이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다. 임사체험이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육감으로, 본능으로 아들이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하는 편이 더 공감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스파르와 매들린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가스파르는 어릴 적 아버지가 본인의 눈앞에서 죽음을 맞이했으며 그 장소가 파리였기에 특정한 상황을 마주하면 감정이 폭발한다. 매들린은 사랑했던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이별 후 다른 사람과 낳은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전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숀 로렌츠의 사연을 접했을 때에는 싱글맘이 되기 위해 인공수정을 앞두고 있었다. 이 둘에게 숀의 이야기는 마치 소독약과 같았다. 처음에는 쓰린 상처를 더욱 아프게 했으니. 하지만 상처와 마주하고 줄리안을 찾아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사이에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상처받은 영혼인 줄리안을 보듬어주고 싶다는 연민의 감정이 들어가자 이들의 상처 위에 새 살이 돋아났다. 그리고 그 흉터는 `가족'이라는 훈장으로 그들 곁에 남았다. 어떤 이들이 보기에 이 세 사람의 결합은 마치 막장드라마와 같은 조합일 것이다.

하지만 왠지 이들이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픔을 극복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더 큰 행복과 안도감을 느낄 자격이 있는 사람들 같아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이 사회의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모두 치유의 울타리가 되어 사람들을 보듬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우연히 만난 가스파르와 매들린처럼 나와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책, `파리의 아파트'는 매일 환자들과 소통하며 의사로 활동하는 내가 잠시나마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범죄 스릴러의 중심에서 치유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날 좋은 가을, 창가에 앉아 아포가토를 먹으며 기욤 뮈소의 다음 작품도 기다려본다.

 

심사평 - 유형준  심사위원장

“자기사유 문자 언어화하는 동료들에 감사”


수상자 여러분 축하합니다. 아울러 좋은 작품을 응모해주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7편을 문학적 글짓기, 예술성, 감동 공감, 자기사유 등 네 가지 관점에서 심사하여, 대상작 없이 최우수상 한 편, 우수상 두 편을 선정하였고, 3편을 장려상, 그리고 한 편을 참가상으로 뽑았습니다.

장려상과 참가상 작품의 특성적 개성에 의미 있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감을 표하면서, 이 자리에선, 시간 관계로, 최우수작, 우수작에 대한 심사 소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우수상을 수상한 장편 추리 소설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을 읽고'입니다. 극단적 생각, 하나도 내려놓기 싫은 지나친 욕심에 대해 자신의 규범으로 명확히 평가하는 등의 독후감은 필자의 자기사유가 얼마나 튼실한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화자의 시각이란 문학예술적 측면에서, `글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다카유키의 관점에서 사건을 보기 때문에 다카유키가 범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는 표현이 범한 화자의 정체성 교란은 다소 아쉽습니다. 즉, `독자들'이 아닌 `나'의 시각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듭니다.

역시 우수상 수상작인 임덕식의 ``채식주의자'를 읽고'는 소설 `채식주의'를 필자의 의학적 지식과 경험으로 감상해 나간 독서 흐름은 옅지 않은 독서와 독후감 쓰기 역량을 가늠하게 합니다. 그 역량이 지어낸 문단 문단의 온전함이 각각의 섬처럼 흩어져 있음은, 소설 `채식주의'가 본디 갖고 있는 운문성 단절을 감안하더라도, 반드시 되살핌을 요구합니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위대한 부성애, 그리고 치유에 대하여- 기욤 뮈소의 `파리의 아파트'를 읽고'입니다. 스릴러 소설을 감상하고 그 감상을 글로 적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자칫, 스릴에 몰입하여 스스로를 상실하게 되어 자기 사유를 놓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걷어내었습니다. 오히려 필자의 표현처럼 `카푸치노와 같이 부드럽고 포근한 요소들이 섞여 입맛을 자극하는 듯하다.'며 자연스럽게 풍성한 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는 심사위원 전원이 이 작품을 최우수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로서'를 `아버지로써'로 쓴 맞춤법 위반은, 맞춤법이 글짓기의 기본임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불편함을 줍니다.

심사를 하는 내내 기뻤습니다. 지독하게 반복되는 바쁜 의료 일상 속에서 책을 읽고 자아를 만나 자기 사유(自己思惟)를 끌어내고, 그 사유를 문학적 글 솜씨로 문자 언어화하는 의사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더러 눈에 띄는 허술함이 심사의 기쁨을 줄이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독후감 편편에 담긴 더 좋은 작품으로의 가능성이 그 허술함을 넉넉히 삭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심사에서 대상을 선정할 수 없었음은 못내 서운합니다.

읽은 책은 나누어야 합니다. 책을 읽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책 안팎의 여러 자아와 타자가 한데 어울려 자연스럽게 서로를 다듬어 주고 서로의 정체성, 특히 우리 의사들의 의성(醫性)을 확장시켜 줍니다. 그렇습니다. `독서는 자아를 넘어 타자를 껴안는 일'이고, 독후감은 그 껴안음을 더 오롯하게 해주는 느낌이며 느낌을 적은 글입니다. 더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소망하면서, 다시 한 번 모든 수상자분께 감사와 격려와 축하를 드립니다. 아울러, 더욱 정진하시길 기도합니다.

■2018년 10월29일, 제3회 서울시의사회 독후감 공모전 심사위원 성상규 의학문인회 회장, 김동희 의사신문 편집부국장, 시인·수필가 유형준 등을 대표하여 심사위원장 유형준이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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