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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강산' 콧노래 나오는 가을 품은 원시림
`아름다운 강산' 콧노래 나오는 가을 품은 원시림
  • 의사신문
  • 승인 2018.11.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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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41〉  `한라산 천아숲길'

가을이 무르익는 시기에 어머님과 장모님을 모시고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출발한다. 떠나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제주의 가을을 더욱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천아숲길을 간택했다. 천아숲길은 한라산 둘레길 중에 한 코스로 남녀노소 단풍을 감상하며 걷기에 아주 편한 곳이다. 천아숲길 코스는 천아수원에서 시작하여 천아오름, 노로오름, 한대오름, 돌오름까지 10.9km의 구간으로 제주 가을 여행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 가을을 대표하는 단풍 명소 천아숲길로의 행복한 여행
아침을 뷔페에서 여유 있게 즐기고 출발점인 천아수원지로 향한다. 한라산을 횡단하는 차로에서 벗어나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도로에 들어서니 길 옆 나무들이 우리를 호위하며 안내한다. 도로 끝 수원지에 차를 세우고 숲길 입구로 다다르니 단풍잎으로 수를 놓은 길이 오는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어제의 비바람으로 예쁘게 물든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져 아쉽긴 했지만 아름다운 주변 풍광에 감탄하며 오늘 여행을 기대해 본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큰 하천 건너편으로 천아숲길 시작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난코스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큰 바위들을 짚고 하천을 건너는 것이다. 한라산 계곡은 현무암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나날을 물이 마른 건천으로 보낸다.
하천의 바위 위에는 누군가가 소원을 빌며 쌓아올린 돌탑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늘어서있다. 우리가 돌탑을 모델 삼아 사진을 찍는 동안 두 어머님께서는 조심스럽게 바위를 넘어 무사히 횡단에 성공하셨다.

숲길로 들어서 멋진 단풍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만들고 조금 이동하니 두 번째 난코스인 절벽 같은 언덕이 우리를 기다린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중간중간 쉬면서 오르니 걱정했던 것보다 쉽게 전원 등반에 성공한다. 이제부터는 낙엽 쿠션이 깔린 평탄한 숲 속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단풍과 초록 나무들이 어우러진 길에 가끔씩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합쳐져 자연과 우리가 하나가 된 느낌이다. 어제 내린 비로 보통은 물이 흐르지 않던 하천에 작은 폭포까지 만들어져 감미로운 물소리까지 더해진다.

■한라산 원시림과 어울려진 가을의 영상을 감상하며 걷는 천아숲길
본격적으로 숲길이 시작되면서 길옆으로 초록빛 조릿대 군락이 가득하다. 조릿대를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 오솔길이 이어지면서 바닥에는 울긋불긋 단풍잎들이 물감처럼 퍼져있다. 갑자기 환해지더니 두 갈래 큰 하천이 합쳐지는 곳이 나타난다. 어디선가 굴러내려 온 검은 얼굴의 바위들과 붉은 얼굴의 자갈돌들이 초록 이끼로 한껏 멋을 부리며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원시림 같은 환상적인 풍광에 잠시 빠져들어 `아름다운 강산' 노래를 콧소리로 흥얼거리며 감탄을 연발한다.

다시 오솔길을 따라 천아숲길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이번에는 커다란 개울물이 우리를 기다린다. 평소 같으면 물이 흐르지 않아 그냥 지났을 터인데 어제 내린 비로 징검다리를 건너야하는 세 번째 난코스로 등장한 것이다. 두 어머님께서는 나뭇가지로 만든 지팡이로 돌다리를 두들겨 보듯 징검다리를 점검해 주신다.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개울 속에 가라앉은 낙엽들과 물 위에 비춰진 나무들이 합쳐진 신비스런 영상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징검다리를 건너자 이제부터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처럼 넓어진 길로 숲 속 여행이 이어진다. 숲 속의 맑은 공기와 함께 나란히 걸으면서 오늘의 점심 메뉴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다. 잠시 후 갈림길이 나타나고 천아숲길의 첫 번째 목적지인 임도삼거리임을 표지판이 알려준다. 아쉽지만 어르신들의 걷는 시간을 고려해서 오늘의 숲길여행은 여기를 반환점으로 하고 되돌아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점에 무사히 도착해서 2시간 반의 행복한 숲길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천아숲길 단풍은 10월말에서 11월초가 절정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전체 구간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자가용으로 가는 경우 `해안동 산 217-3'으로 검색해서 가면 천아수원지 출발점이다. 가을 산행은 온도차가 심하므로 입고 벗기 편한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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