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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대목동병원 공판, ‘무엇’이 핵심이고 ‘어떻게’ 진행되나
[초점] 이대목동병원 공판, ‘무엇’이 핵심이고 ‘어떻게’ 진행되나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11.22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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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의 올해 공판 일정이 마무리 됐지만 사건은 오히려 미궁 속으로 빠진 모양새다. 

심문 과정에서 검체 자체의 오염 가능성부터 시작해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진실 공방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주사제 분주 중 간호사 손에 의한 세균 감염을 주장하는 질본 연구원과 여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료계의 의학적 소견이 충돌하며 재판부도 법정에서 난감함을 연출 했다는 후문.

지난 9월 4일 시작된 이번 공판은 본래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두 차례씩 연속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속속 법정에 출석한 의료계 증인들이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자 추가적인 전문의 감정을 위해 4, 5차 공판이 11월로 미뤄졌다.

그러나 지난 16일, 20일 진행된 법정 다툼의 양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질본과 의료계가 첨예한 대립구도를 형성하며 사건 결론에 대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4, 5차 공판에서는 질본의 조사 결과의 신뢰여부 등 사안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질의됐고 인증 진술서 및 심문을 통해서는 의료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시트로박터균의 유전자 지문 형태가 다른 점 △다른 오염경로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앞선 1, 2, 3차 재판에서는 조사결과로 나온 패혈증에 의한 사망과 분주과정에서 간호사의 손에 의해 감염이 이뤄졌다는 견해 등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면 2달여 만에 진행된 이번 4, 5차 공판에서는 질본의 역학조사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질본이 실시한 PFGE(Pulsed-Field Gel Electrophoresis) 검사방식의 신뢰성이 무너지는 순간 역학조사의 모든 결과가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질본 연구원이 PFGE 검사가 세계적인 검사표준임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의료인 측 변호인들은 PFGE 검사 지침에서의 시간과 실제 검사에서의 전기영동 시간이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신뢰성을 의심했다.

또한 인증 진술서를 제출한 황적준 고대의대 교수는 PFGE보다 최신 유형인 텐오버(Tenover) 검사법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이 조사 자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유전자 전장검사의 공개까지 요구하고 나서 판결과정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유전자 전장검사는 역학조사 목적이 아닌 연구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한 번도 외부로 결과가 노출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를 뒷받침 해줄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역학조사의 허점을 파고드는 의학적 소견들이 속속 등장하자 유전자 전장검사 결과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판결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유전자 전장검사의 공개 여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도 외부 공개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질본 연구원은 증인심문에서 “역학조사를 위한 유전자 전장검사를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 공개는 내부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국가적 중대 사안인 만큼 결과 공개가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하는 만큼 유전자 전장검사의 공개 여부는 추후 귀추를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다.

■ 향후 공판의 진행 방향: 병원 감염관리 대한 제도적 문제점 지적

한편 향후 공판은 병원 내 감염관리에 대한 제도적 문제점과 관련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공판의 증인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무과장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우선 심평원과 관련해서는 지질영양제 청구 삭감 내역에 대한 심층 질의가 예상된다.

심평원이 지난 8월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보낸 사실조회 신청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신생아중환자실(NICU) 지질영양제 청구 시 삭감 내역이 50건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동안 의료계는 신생아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지질영양제 분할주사에 대해 신생아 치료에 적합한 용량이 없어 의료기관들이 삭감을 각오하고 불가피하게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고 해당 관행을 묵인해 온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심평원은 해명자료를 통해 지질영양제 스모프리피드주의 경우, 일부 용량 사용 및 잔여량 폐기 후 1병 전체를 청구 시 삭감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으나 이번 사실조회 확인을 통해 이 같은 해명이 거짓으로 들어난 것이다.

문제는 경찰이 이번 신생아 사망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이대목동병원에서 시행돼 온 주사제 분주관행을 지목했다는 점에 있다. 주사제 분주관행이 오롯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향후 공판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에 대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인증과 관련된 관리·감독의 책임 여부가 질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해당 사건가 터진 뒤 이대목동병원이 감염관리 분야 우수 인증을 획득한 상급종합병원이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복지부의 의료기관 감염관리 인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향후 공판은 내년 1월 9일, 15일, 16일 총 3일에 걸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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