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U-19 축구 국가대표팀 닥터를 마치고
AFC U-19 축구 국가대표팀 닥터를 마치고
  • 의사신문
  • 승인 2018.11.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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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구 2018 AFC U-19 축구 국가대표팀 닥터(순천향대 부천병원 정형외과 교수)

정정용호의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우승 도전기는 사우디와의 결승전에서 1-2로 패하면서 아쉬운 준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 4강 팀에 내년 폴란드에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진 만큼, 6년 만에 U-20 월드컵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였다.

이영구 2018 AFC U-19 축구 국가대표팀 닥터 명찰

사실 우리 대표팀은 AFC U-19 챔피언십 최다 우승국(12회)이지만, 최근 들어 다른 아시아 팀들의 기량이 많이 발전하면서 2014년과 2016년 AFC U-19 챔피언십에서 두 대회 연속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이러한 탓에 대표팀 선수들과 코치진은 이번 챔피언십 시작 2달여 전부터 합숙하며 많은 부담과 긴장 속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FIFA 규정상 국제 축구대회에는 팀 닥터가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있다. 팀 닥터가 없이는 경기가 진행될 수 없으며, 대회 내내 선수들과 코치진, 지원팀의 의료를 담당한다.필자는 현재 스포츠 인증전문의로서 대한스포츠의학회 총무이사와 대한수영연맹 의무위원으로 활동하며 많은 스포츠 손상에 대한 진료와 치료를 해온 연유로 8강 경기인 타지키스탄 경기부터 팀 닥터로 합류했다. 이 경기에서 대표팀이 1:0으로 승리하면서 U-20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 가장 중요한 경기에 대표팀 일원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

격렬한 운동인 축구는 항상 부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팀 닥터는 선수들이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 상태인지 확인하고 코치진과 상의하여 선수 선발을 돕는다. 경기 중에는 언제 생길지 모르는 선수들의 부상 상황에 대비하고, 다친 선수가 계속 경기를 뛸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 코치진에게 의견을 전달한다. 경기 직후에는 국제도핑위원회(WADA)위원들과 상의하여 선수들의 도핑테스트를 진행한다. 

특히 경기 다음 날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반드시 점검하는데, 경기에 뛴 선수의 대부분이 한두 군데 이상 부상을 당한다. 많은 운동량으로 인해 근육 경련부터 심한 타박으로 인한 근육 파열과 골절 의심까지 선수들의 부상 정도도 다양해 다음 경기까지 빠른 회복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매일 선수단의 부상 정도를 파악하여 국제축구연맹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려면 일반 정형외과 의사 경험만으로는 부족하고, 스포츠의학전문의 교육을 받고 관련 경험을 쌓아야만 가능하다.

도핑테스트 전 기념촬영 중인 이영구 2018 AFC U-19 축구 국가대표팀 닥터(가운데)와 공격수 전세진·엄원상 선수

축구 선수의 발목 부상은 선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칫 어린 선수들의 꿈과 미래가 꺾이지 않도록 팀 닥터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부상 상태를 살폈다.개인적으로는 족부족관절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며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데, 스포츠 선수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발목 인대 파열을 관절경으로 치료하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해 2016년 미국족부족관절학회에서 Roger A. Mann 상을 받은 경험이 팀 닥터로 활동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스포츠 손상에서 관절경적 치료는 다른 치료에 비해 재활 기간이 짧아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쉽게 대회는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어린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무게와 책임감을 견뎌내며 코치진과 하나가 되어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선수들을 비롯해 조병득 단장님과 정정용 감독님 이하 코치진, 김성진 트레이너 이하 메디컬팀, 그리고 조지훈 팀장님 이하 지원팀 등, 국가대표팀 모두가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했는지 옆에서 지켜봤기에 결승전 후에는 나도 모르게 땀과 눈물이 섞여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필자는 이 선수들이 내년 U-20 월드컵 대표팀에서 선전해 이번 준우승의 아쉬움을 떨쳐버리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느새 AFC U-19 챔피언십이 끝나고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온 지도 보름이 지났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보여준 책임감과 뜨거운 열정, 경기장에서 느낀 감동은 아직도 내 가슴에 생생하다.

어린 선수들 덕분에 필자가 의대를 졸업하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던 새내기 의사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의 마음가짐과 열정으로 오늘 하루도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한다.

글·사진  : 이영구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형외과 교수

2018 AFC U-19 챔피언십 준우승 후, 기념촬영 중인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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