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바자회에서
국립암센터 바자회에서
  • 의사신문
  • 승인 2018.11.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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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98〉

정 준 기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명예교수

 

나는 대학병원을 퇴직 후 현재 경기도 일산에 있는 국립암센터에 초빙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은숙 원장님이 나를 국립암센터 발전기금재단 이사로 임명하였다. 마침 지난 수요일 이 재단 주최로 바자회가 열려 참여하였다.

`국립암센터와 함께하는 꿈, 나눔, 사랑 자선경매'라는 이름으로 암센터 검진동 8층에서 행사를 하고 있었다. 저녁 6시에 국제회의장에서 공식 경매를 시작하고, 낮 시간부터 세미나실에서 사일런스 경매, 로비에서 바자 판매를 진행하였다. 고양시 지역 주민 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과 먹거리를 준비하였고, 암센터 직원뿐 아니라 입원 환자,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먹거리를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발전기금재단 팀에서는 그야말로 `소통과 나눔의 한마당'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나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화장품 제조업을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고가 제품 세트로 10개를 기부 받았고 참석한 부서장, 재단 이사들도 한 두 품목을 경매에 기증하였다. 재능 기부를 하기 위해 참석한 연예인들이 소장품을 가져 오기도 하였다. 특이한 물품으로는 폐암환자인 화가 한 분이 수 십 명의 달마 스님을 한 폭에 담은 그림이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화가는 이 그림을 기부하고는 유명을 달리 했다고 한다.

`국립암센터발전기금' 재단은 올해부터 중견 탤런트이며 서울예술대학 교수인 박상원씨를 회장으로 추대하였다. 전 회장은 문화체육부 장관도 지낸 유인촌씨 였단다. 대중에 쉽게 다가가는 데에는 인기 연예인이 적격이다. 우리가 그들의 용모와 신상을 잘 알고 있어 처음 만나도 반갑고 친지처럼 느껴진다. 이 번에도 모든 참석자들이 박상원 회장을 반겨 악수하고 사진을 같이 찍으며 좋아했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휴대폰에 한 컷을 담았다.

본격적인 경매에 앞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KBS 앵커로 친숙하고, 또 우리 재단 이사인 임성민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면서 암센터와 발전기금에 대해 소개하였다. 여성 사중창단과 평창 어린이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어린이 합창단은 한 달 전에 만들어져 많이 어설펐지만 `고향의 봄'에 이어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해줘'를 정성껏 불러 감동과 함께 잠시 청중들에게 생각하는 기회를 주었다. 암환자의 사기를 돋우어 주려는 주체 측의 탁월한 기획이었다.

이정규 개그맨이 진행한 경매는 처음 참석한 나에게는 흥미의 대상이었다. 모두들 암환자 진료와 연구에 도움을 준다는 선의로 참가했지만 아쉬운 것은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하지는 않아 큰 수익은 올리지 못한 듯 하였다. 다만 마지막 경매품인 네델란드 자전거를 박상원 회장이 예상가격 보다 5배 넘게 입찰하고 암환자 어린이학교에 기부해 끝맺음을 감동으로 장식하였다. 그는. 서울대 안규리 선생의 외국인 노동자 진료도 도와주는 등 착한 인상과 걸맞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이 오랜 기간 꾸준히 인기가 있고 점차 `국민 탤런트'가 되어 가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재단 측의 많은 준비와 노력으로 전체적으로 평가해 A 학점을 받을 만한 행사였다. 아쉬운 것은 직원들의 참여가 적었으며, 전국적이 아닌 고양시에서만 후원한 행사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우리에게 직장은 경제적 수입을 얻는 장소이자 사회적 공헌과 자기 완성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 업무는 물론이지만 직장 전체 차원에서 협조하며 이루어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우리는 평소에 너무 이런 개념 없이 사는 것은 아닌지? 암센터 여러 직원들 가운데에서도 업무상 의료인이 중심이 되듯이 이런 전체적인 일에서도 의료인들이 자각해 다른 직원들을 이끌어야 하겠다.

국립암센터는 당연히 우리나라 전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암센터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장소와 교통 문제이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암에 관련된 사업과 진료를 맡긴 국립암센터를 일반인의 접근이 아주 힘든 위치에 만들어 놓고 이에 대한 보완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암센터는 특성상 병원이 있어야 하고 통원을 위한 교통 수단이 반드시 확장되어야만 한다. 지금이라도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국회에서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선 행사는 별개로 치더라도 평상 시 암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통원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적 암관리, 예방, 연구, 검진 등 사업이 많아질수록 비효율이 커지고 있다.

그 나마 고양시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국립암센터를 적극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에 밤 늦게 귀가하는 내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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