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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국가책임제 두고 의-한 갈등 ‘재점화’
치매국가책임제 두고 의-한 갈등 ‘재점화’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11.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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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안전성‧효능 입증 안돼” VS 한의협 “한의약 통한 치매예방 필요해”

한의계가 치매치료에 한의사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 하면서 논란이 가시화 되고 있다.

한방에 선호도가 높은 고령 노인환자 중 치매환자가 많이 분포해 있다는 점에서 한의약을 활용한 치매국가 책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한의협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의료계는 효과와 안전성 입증에 실패한 한의학이 치매예방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어 또 다시 의-한의계의 마찰이 예상된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13일 오후1시30분 국회에서 ‘치매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의협은 한의약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고 있는 안전성과 효과성 부분의 논란을 없애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묻어났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한의약이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다수의 국내외 학술논문과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며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국경을 초월해 증명되고 있는데 치매 예방과 치료에 사용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최혁용 회장은 보중익기탕의 치매 치료효과에 대한 학술논문과 한의학연구원에서 실시한 십전대보탕을 발효한 한약이 기억력을 개선한다는 연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임상결과들을 소개했다.  

또한 최 회장은 “일본의 경우 일본신경학회가 치매 환자들에게 억간산과 조등산과 같은 한약을 처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중국 역시 경도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침 치료를 시행해 상태가 호전됐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도영 대한한의학회 회장도 “세계 다양한 학술지에서 치매환자의 장애증상에 한약치료를 권고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약은 아직 국가치매관리에 배제돼 있다. 한의약이 치매 치료에 국민 선택권을 확대 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잇따른 주제 발표에서도 연자들은 줄곧 한의약의 효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인철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는 치매국가책임제에서 한의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며 치료효능을 소개했고 권승원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도 일본의 치매 진단 한방약치료 현황을 사례로 들며 국내 진료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역설했다.

■ 의료계, 지자체 사업으로 편승하려는 심산…복지부 "내부 논의하겠다"

반면 의료계는 냉담한 반응이다.

한의계가 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실패한 지자체 한방치매사업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토론회에 하루 앞선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의계가 일부 지자체의 한방치매관리사업 등에서 드러난 한의약의 높은 활용도와 기여도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서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한방치매사업은 실효성과 안전성 검증에서 완전히 실패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서울시 어르신한의약건강증진 사업의 경우, 치매선별검사만으로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을 감별할 수 없음에도 사업 대상자를 무분별하게 선정해 마치 한방 치료로 호전된 것처럼 발표했다는 것이 연구소의 입장이다.

안전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사업 전후 실시한 혈액검사 상 한의약 치료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보고서에 나온 자료를 보면, 한의약 치료 후 상당수의 대상자에서 간기능과 신장기능의 이상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간기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치인 GOT(정상: 0~40 IU/L)를 보면, 평균이 26.76에서 28.0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고, 무엇보다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2차 이상) 26명의 경우 사업 전 39.54에서 사업 후 68.46(28.92↑)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전 기준치 초과자(1차 이상) 23명의 경우 50.39에서 사업 후 46.65로 감소했음에도 전체 평균의 간 수치가 악화된 것을 보면, 사전 검사에서 정상이던 대상자 중 상당수에서 치료 후 간수치가 상승했거나 일부 소수에서 간기능이 심하게 악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발표 논문 자체를 왜곡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구소는 “2013년에 발표된 경기도 의정부시 한의약 경도인지장애 사업 발표 논문은 한의계에서 한의약 치료의 치매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논문에는 오로지 '조등산'이나 '당귀작약산' 등의 한약만으로 치료했다고 기술했는데 연구자의 언론 인터뷰와 의정부시 보건소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약 이외에도 영양식, 영양제, 웃음치료, 원예작업치료 등의 치료를 함께 시행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연구소는 “한의계는 실패한 지자체 사업결과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논문들을 근거로 들면서, 치매에 대한 한방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것인 양 주장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확실히 검증받아야 한다. 이런 명백한 근거가 없다면, 한의계는 더 이상 무리한 주장을 통해서 국민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중대한 국가사업을 어지럽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충현 복지부 치매정책과장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복지부는 한의계 측에 확답을 줄 수 없지만 내부적 논의를 거쳐보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조충현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과장은 “예전에도 비슷한 국회 토론회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때에 비해 오늘 토론회에서 한의계가 근거와 사례를 많이 보강한 것이 보인다”며 “그러나 이 자리에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확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제 역할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총괄하는 업무다 보니 오늘 제시된 제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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