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가 한의계에 대해 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실패한 지자체 한방치매관리사업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한의협)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13일 ‘치매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을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이번 토론회에서 치매 예방과 관리 및 치료에 한의약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일부 지자체의 한방치매관리사업(이하 한방치매사업) 등에서 드러난 한의약의 높은 활용도와 기여도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치매국가책임제에 한의계의 참여와 역할 방안을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연구소는 그동안 시행된 한방치매사업을 다시 정리하고, 2017년도 서울시 사업결과를 추가로 분석하여 지자체 한방치매사업은 실효성과 안전성 검증에서 완전히 실패한 사업임을 밝혔다.
또 한의협 페이스북에서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된 사실"이라는 내용에 반박했다.
연구소는 우선 지자체 한방치매사업은 한방치료의 치매예방 및 치료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입증에 실패하고, 혈세만 낭비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7월 서울시가 2016년도에 5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노인들의 치매와 우울 예방관리를 위해 시행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이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속출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
특히 2017년도에도 2016년도 사업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이 그대로 재현되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2013년에 발표된 의정부시 한의약 경도인지장애 사업 발표 논문이 한의계에서 한의약 치료의 치매예방 효과의 주요 근거로 자주 인용되고 있지만 연구 내용을 왜곡했다고 꼬집었다.
논문에는 오로지 '조등산'이나 '당귀작약산' 등의 한약만으로 치료했다고 기술했으나, 연구자의 언론 인터뷰와 의정부시 보건소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약 이외에도 영양식, 영양제, 웃음치료, 원예작업치료 등의 치료가 함께 시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는 것.
연구소는 이를 두고 “한방과 무관한 치료를 병행했음에도 한약으로만 치료했다고 보고한 것은 연구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 부산시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 역시 예방효과 없는 오류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60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한방치료를 통해 치매예방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행됐지만 2017년도 사업에서도 대상자 선정의 문제, 예방효과에 대한 결과가 없다는 점, 허가된 면허 외의 의료행위, 본인부담금 면제를 통한 의료법 위반 소지 등 2016년도에 노정된 문제점들이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것.
익산•김제 치매 예방관리 시범사업은 예방효과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2015년 익산•김제시 한방치매관리 시범사업에서 유의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환자가 아니라 선별검사상 정상인 노인들이 포함된 사업에서 인지기능평가 점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치매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연구원들이 "한약 투여 여부에 따른 결과라고 보기에는 두 집단 모두 매우 적은 대상자를 가지고 비교한 결과이므로 이를 과장해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됨"이라고 밝힌 것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고 게다가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더 나아가 전 세계 여러 연구에서도 한방의 치매에 대한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의협 공식 페이스북에서는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라며 ‘치매의 한약물 치료에 대한 체계적 임상논문 고찰: 국내문헌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연구소에서 사실 확인한 결과, 한의약 치료가 치매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것.
연구소에 따르면 이 논문에서는 1963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발표된 임상연구 논문 23편을 분석했다. 이 중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단 1편에 불과했는데, 이 연구조차도 이중맹검 여부가 불확실했으며, 탈락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어 Oxford rating Scale이 1점에 불과한 매우 낮은 수준의 연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치매(痴매)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 동향 고찰’ 논문에서도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국내의 치매관련 임상과 실험 논문을 분석했지만 메타분석을 통한 체계적 문헌고찰이 아니며, 치매 치료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논문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중국한약이 경도인지장애에서의 인지 효과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에서도 2003년부터 2015년까지의 임상연구 51개를 분석했는데 이 중에서 무작위 대조 연구는 15편이었으며 중국한약 복용군에서 MMSE 점수가 대조군 또는 보존적인 치료군에 비해 다소 높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라는 것.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연구에서 대상자 수가 적은 것과 연구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결국 한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한 논문이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알츠하이머병에서 한약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 고찰’ 논문에서도 서로 다른 한약을 이용한 16개의 임상 논문을 분석했다. 한약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연구 방법상의 결함, 치매 진단기준, 치료약제, 평가 분석 방법의 이질성으로 인해 통합적인 분석은 불가능했으며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며, 임상에서 활용하기 전에 표준화된 한약재와 개선된 연구방법을 이용한 다기관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검증이 요구된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 또한 한약의 치매 치료 효과를 입증한 논문은 아니었다는 것.
연구소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두침 치료 효과의 임상 관찰’ 논문에서도 233명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3군(전침치료군, 변증침치료군, 약물치료군)으로 나누어 8주 동안 치료했다. 치료 전후에 MMSE, 사진 인식, 시계 그리기 검사를 비교했다.
페이스북 홍보 자료에서는 ‘MMSE평가에서 전침치료군과 변증침치료군에서 약물치료군에 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며 보다 나은 효과를 기록했다.’고 해석하며,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음에도 불구하고,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치매’ 치료에 침치료 효능이 검증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논문에서는 ‘치료 전후 세 군 모두에서 MMSE와 시계 그리기 점수에서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를 왜곡하여 마치 치매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의계에서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 한방치매사업들조차도 오류와 허점투성이이며, 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실패한 무의미한 사업임에도 이러한 문제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매년 사업이 진행되어 해마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의협이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라며 그 근거로 내세우는 논문들도 한약의 치매에 대한 효과를 입증한 논문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그럼에도 한의계는 실패한 지자체 사업결과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논문들을 근거로 들어서, 한방 치료가 치매에 있어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것처럼 주장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 하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한의계에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