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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의사구속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의료사고, 의사구속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 의사신문
  • 승인 2018.11.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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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구속사태로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10월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횡경막 탈장과 폐렴 등의 증세로 환아가 사망한 희귀 증례와 관련해, 환아를 진료한 의사 3명(응급의학과, 소아과, 가정의학과)에 대해 전원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의사단체 및 학회는 앞 다퉈 단순 오진을 한 의사 3명을 법정구속 한 수원지법 성남지원의 1심 판결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의료계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이가 사망했고 진료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과 의사단체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는 듯하다. 마치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서 다툼을 벌이 듯 의사들은 변명하고, 국민들은 더욱 완고한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To err is Human-인간은 실수를 한다”는 의료진의 변명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진료일선에서 실수는 항상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시스템적인 접근을 통해 예방할 일이지 인신구속과 실형 등의 처벌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판결은 방어 진료, 과잉 진료 및 진료 회피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왜곡을 가중시켜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로 쇠락시킬 것임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미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에서는 의료과실을 포함해 의료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선의의 의학적 판단을 범죄화해 결국 환자가 손해를 본다며 비형사적 해결조치를 촉구해온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과도한 연속근무, 전공의 진료의 관리감독 한계에 대한 문제제기와 시스템적 접근을 통한 해결책 강구를 좀 더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미국 뉴욕주의 12세 소년 로리는 농구를 하다 팔꿈치를 긁혔고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후 귀가하였다가 나흘 후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병원에서 패혈증 증상을 간과한 것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뉴욕주는 패혈증 관리를 위한 법안 일명 `로리 규정'을 도입하였고 현재 뉴욕주의 병원은 패혈증 관리를 시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목동병원 사태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 환경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이 사망한 환아와 유가족의 깊은 슬픔을 넘어 환자 안전과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진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의사에게만 묻기 이전에, 국회와 정부는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관계법 제정 등 의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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