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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0m 회색봉 올라 설상훈련·고소 적응 시작
3480m 회색봉 올라 설상훈련·고소 적응 시작
  • 의사신문
  • 승인 2018.11.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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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호른(Matterhorn) 등정기 〈상〉
서 윤 석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이탈리아의 세계적 등반가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는 등반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저 없이 “살아 돌아 오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낭가파르밧(8126m-`운명의 산')에서 사랑하는 동생을 잃고, 마나슬루(8156m)에서는 함께 간 동료를 잃은 그의 당연한 대답이다.

■2018년 7월29일
어젯밤 9시에 KMG(Korea Mountain Guide, 대장·전용학)팀 6명은 이탈리아의 밀라노 말펜사공항에 도착해 공항근처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리고 아침에 밀라노를 출발하여 이탈리아의 북서쪽에 위치한 브로일(Breuil Cervinia) 마을에 4시간 만에 도착하였다. 발트르낭스(Valtrenance)계곡 끝머리에 위치한 작은 산골마을에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문하였는데 마침 산악자전거 대회가 열려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스위스의 체르마트(Zermart) 마을과 비교하여 규모는 좀 작지만 역시 스키, 등산, 산악자전거의 메카로 이탈리아의 산악영웅인 장 앙투안 카렐(Jean Antoine Carrel 1829-1890)의 고향이기도 하다.

우리는 먼저 고소적응을 하기위해 산악자전거 대회 출전 선수로 북적이는 곤돌라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3480m의 회색봉(Testa Grigia)에 올라 3800m의 클라인 마터호른(Klein Matterhorn)에서 흘러내린 능선까지 설상훈련 겸 고소적응 훈련을 하였다. 날씨는 청명하고 기온은 섭씨 10도 정도 되는것 같다. 마을고도가 2000여미터로 한번에 1500m를 오르니 고소에 예민한 대원은 두통을 호소하여 안정 후 천천히 고도를 높였다.

시원한 눈밭을 걸으며,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에 땀을 흘리고 있을 고국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3시간여를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고소적응을 한후 하산하기 위해 곤돌라역으로 이동하였다.

크램폰(crampon-아이젠)을 착용할 기회가 많지 않아 매번 처음 같은 느낌이지만 습설(濕雪)인 까닭에 걷기에는 큰 불편은 느끼지 않는다. 많은 스키어들과 산악스키어들은 다양한 코스의 슬로프를 마음껏 질주하며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일년 내내 스키를 즐기는 이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2018년 7월30일
오늘은 예비일로 등반을 위한 짐정리와 등반에 관한 전반적인 토의가 있었다. 몇 가지 행동식을 준비하고는 알파인 센터(Alpine Center)에 들려 내일 오리온(Orionde) 산장까지 이용할 지프를 예약하였다. 고도 2000m의 마을에서 2800m의 산장까지 차도가 놓여 있어 체력을 아끼기에 안성 마춤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마터호른은 체르마트(Zermatt-스위스)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독일의 유명산악잡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터호른(스위스)은 안데스의 알파마요, 카라코람의 K2, 파타고니아의 피츠로이, 알프스의 그랑조라스 그리고 히말라야의 마차푸차레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들이라고 규정지었다. 더구나 유명한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로도 쓰일 정도로 체르마트에서 바라보는 마터호른은 장쾌하고 미끈한 모습으로 여러 사람 마음에 오래도록 각인된다. 아름다움을 넘어 썸뜩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브로일(이탈이아) 마을에서 보는 모습은 호랑이가 꼬리를 쳐들고 있는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울퉁불퉁한 평범한 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알프스의 몽블랑(Mont Blanc 4810m)이 정복된 후 마터호른은 여전히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였다. 이때에 우연히 알프스에 발을 들인 20세의 영국청년 윔퍼(Edward Whimpher 1840-1911)의 눈에 들게 된다.

영국의 전성기 때인 이즈음 알프스 원정대의 스케치작가로 참여 했던 윔퍼에게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들과 설원은 새로운 세계임이 분명하였다. 1861년에 처음 발을 들인 그는 마터호른을 오르기 위해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넘나 들으며 정상등정의 기회를 엿본다. 체르마트에서 브로일 마을로 넘어가 그는 이탈리아의 가이드인 카렐을 만나 같이 등정 할 것을 요청하여 인연을 쌓게 된다. 그렇지만 카렐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터호른 초등의 욕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윔퍼가 탐탁치는 않았다. 몇 번의 정상도전은 실패로 끝나고 카렐은 이탈리아산악회의 후원으로 별도의 등정을 계획한다. 하지만 윔퍼도 만만치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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