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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가 전면 철회해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가 전면 철회해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11.09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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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복지부 강력 비판…면허 이외 범위 허용 말아야

바른의료연구소가 9일 성명을 통해 한의사의 5종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건강보험 등재를 검토하겠다는 보건복지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5종의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며 이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을 질의한 바 있다.

이에 복지부는 서면답변을 통해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제시된 5종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현행 의료법령상 한의사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5종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건강보험 등재와 관련해 한의사협회 등과 협의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러한 입장을 밝힌 복지부를 비판하며 의료기기 5종의 한방건강보험 적용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절대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복지부와 정춘숙 의원실에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우선 헌재 결정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5종의 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의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는 많은 흠결이 있다는 것. “무엇보다 대한의사협회나 안과학회, 이비인후과학회 등 의료계의 자문을 전혀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의계의 주장만을 반영하여 내려진 잘못된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결정내용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5종의 의료기기는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동의보감에는 안구의 구조와 대표적 안질환에 대해 그 원인과 치료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한의과 대학의 교육과정에서 한방진단학, 한방외관과학 등의 강의와 실습을 통해 기기들을 이용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기본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침술이나 한약처방 등 한방의료행위 방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한의사가 이 기기들을 사용한 진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녹내장에 대해서 동의보감은 안압상승으로 인해 두통, 충혈 등이 발생한다고 녹내장(녹풍)의 증상을 포착하고 있고, 한의사는 이에 대해 의사와 같이 안압하강제 등을 투여하여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간과 폐를 보하는 방식으로 처방한다. 이러한 녹풍(녹내장)의 진단을 명확히 하기 위해 안압측정기를 사용하더라도 결과의 해독이 필요 없고 자동으로 추출된 결과만으로 안압의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점에서 보건위생상 아무런 위해가 없다. 종래 한의학에서는 집게손가락으로 안구를 살짝 압박하여 그 저항의 정도 등을 가지고 안압을 측정하기도 하였으므로 안압측정기의 사용은 이러한 절진(切診)의 현대화된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이유로 이 5종의 의료기기를 사용한 진료행위는 한방의료행위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연구소는 “안압측정기를 사용하여 안압의 정상 여부를 판단하니 보건위생상 아무런 위해가 없다는 것은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는 질환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황당한 판결”이라며 “헌재가 의학 자문을 전혀 받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집게손가락으로 안구를 살짝 압박하여 안압을 측정하기도 했으므로 안압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은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 헌재와 복지부가 자동측정기와 자동화기기를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혈당이나 혈압과 같이 자동으로 측정되어 나오는 수치에 대해 일반인 정도의 상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자동으로 수치가 나온다 하여 모든 사람이 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는 것.

연구소는 “의사들마저도 안과의사가 아니면 그 수치를 함부로 해석하거나 어떤 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 항공기 조정기판의 수치들이 자동으로 나온다 하여 아무나 항공기 조정할 수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복지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헌재는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의료기기 검사 과정에서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만을 바라본 것이라는 것.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는 지적이다. 검사 과정에서는 위해가 없다고 해도 그 결과를 잘못 해석할 경우 국민건강에 아주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안압측정기를 사용한 결과 안압이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녹내장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만약 정상 안압의 녹내장이 있는 환자임에도 한방의료기관에서 안압측정기 검사 후 녹내장이 없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 환자는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한의사의 5종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등재 검토 입장을 밝힌 것은 국민건강 보호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로서의 심각한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한방의료기관에서 안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한방고서에 수재된 녹풍이 아니라 의학에서의 녹내장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는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5종 의료기기에 건강보험 적용을 한다면, 이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철저히 구분하는 대한민국의 의료이원화 체계를 보건복지부가 정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결국 복지부는 5종 의료기기의 보험등재를 시작으로 의료이원화 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의료일원화를 획책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결론내렸다.

연구소는 “검사 과정이 아니라 검사 해석상의 오류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의료기기 5종의 한의사 사용과 건강보험 등재는 결코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며 복지부에 대해 “면허되지 아니한 의료행위를 한의사에게 허용하고, 게다가 건강보험 등재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표명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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