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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효과 떨어지는 약제 급여 퇴출기전 마련
임상효과 떨어지는 약제 급여 퇴출기전 마련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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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재 의약품 사후관리 방안 논의 공청회서 정부·학계·시민단체 공감대 형성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됐지만 실제 임상에서 효과는 떨어지는 의약품에 대한 급여 퇴출기전 마련에 정부와 관련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가 공감대를 나타내 곧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11월 7일(수)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약품 등재 후 평가 및 관리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항암요법연구회가 공단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지난 5월부터 진행해 온 연구결과를 토대로 발제가 이루어졌고, 각 분야의 전문가 패널토의도 함께 진행됐는데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긴 오후 5시 30분경 종료돼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김흥태 국립암센터 교수는 ‘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급여 등재 후 사후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현 약제관리제도를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약제 급여 등재는 매우 까다롭지만 등재 후에는 효과가 어떤지에 대해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고, 급여 등재 후 효과가 어느 정도이면 효과가 없다고 판정할지 객관적 기준도 없으며, 급여 등재 후 공정하게 퇴출시키는 시스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가를 받기 위해 가용된 ‘임상시험자료와 진료현장’의 상황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임상근거(RWE)를 기반으로 끊임 없이 재평가하여 정책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약 등의 환자 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약품 등재 이후 실제 임상에서의 사용실적 등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평가 및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훈 이화의대 교수는 ‘고가항암제 사후관리방안 및 제도운영 원리약제 사후관리’ 주제발표에서 efficacy(효능)와 effectiveness(효과)의 차이를 고려한 해외 각국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Real World Evidence(임상현장근거 이하·RWE, )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웨덴의 경우 조건부로 급여된 12개의 약제 중 4개 약제에 대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결과 제출을 요구한다”며 “급여 검토 시 추후 사후관리를 고려해 efficacy 자료와 자국의 실제 진료 현장효과 간의 차이 검토를 당연시하는 의사결정구조가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특히 관련 법령 및 규정에 대해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약제 건강보험 등재 후 사후관리를 위해 건보공단 산하에 자문기구를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신약 등 약제 등재를 위한 급여 적정성 평가를 심평원장 자문기구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처리하고 있는데, 공단도 등재 후 약제 사후관리를 위한 자문기구를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약제 급여 등재 후 평가 및 대상선정 및 방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약제 사후 관리는 물론 약제 허가 시점에서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의료비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고가의 항암제의 경우도 허가가 났다고 하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많은 해외 국가들의 관련기구에서는 비용과 효과에 대해 다양한 가치평가 도구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암 환자의 경우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다만 “암환자에게 많은 비용을 쓰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타협을 이루려면 객관적 자료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작심한 듯 “RWE를 통해 약가가 인하됐으면 좋겠다. 이미 다국적제약사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 동안 조 단위의 돈을 벌었다”며 “면역항암제의 경우 약값을 현재 수준에서 10분의 1로 깎아도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허가 자체를 취소하자는 건 아니고 급여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제약사, 시민·환자단체, 정부, 심사평가원,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급여약제 사후관리방안 마련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를 대표해서 나온 김소은 MSD 상무는 “우리나라에서 약제 사후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우리 회원사들도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며 다만 “사업평가를 RWE로 한다면 약제 등재 시 결과와 비교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확실한 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정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팀장은 “급여등재 약제에 대한 사후관리가 약가인하 등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며 “약제 사후관리를 위한 독립기구가 신설된다고 하더라도 제약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가 투명하게 공개돼 전달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송기민 정책위원은 “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에서 급여 등재 약제 사후관리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R&D 지출비용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지출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약제 사후관리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실제 임상효과가 떨어지는 약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퇴출기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로 인해 환자들의 약제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선택권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실 박영미 약제기준부장은 “약제의 급여가 등재되기까지 매우 까다롭다고 하지만 한 번 등재되고 나면 퇴출은 더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에 약제 사후관리를 위해 학계에서 RWE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면 이를 심평원에서도 적극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상진 책임연구원은 “급여 등재 약제에 대한 재평가와 주기적인 사후관리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가 가장 고민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충돌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패널토의에서 정부 측 입장을 전달하러 나온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학계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나타내 급여 등재 의약품에 대한 퇴출기전 마련을 공식화했다.

곽 과장은 “약제의 급여 등재는 어렵지만 등재 이후에는 아무런 관리기전이 없고 약제 급여 보장성이 확대되며 안전성이나 유효성조차 불확실한 약제까지 급여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현 시점에 보험자로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급여 약제 사후 관리방안이나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 현재 학계에 수용 가능한 모델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라며 “사후관리에 있어 심평원, 공단, NECA 등 각 기관의 역할과 기능 조정 문제 역시 잘 배분해 중복요소를 줄이고 각 기관 특성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부터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공단으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진행 중인 연구 결과는 올 연말에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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