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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기관의 실정에 맞는 업무 범위 설정 필요”
“보건기관의 실정에 맞는 업무 범위 설정 필요”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11.0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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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협 “공보의 배치 127개 보건소 중 판독 전문 하는 전문의 6명 뿐”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진료 기능 축소를 포함한 보건기관의 실정에 맞는 업무 범위 재조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송명제, 이하 대공협)는 6일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근무자 무분별 진료 및 처방 요구 사례’를 발표했다. 

대공협 이한결 학술이사는 “보건소와 보건지소 근방 민간의료기관의 진료 기능이 중첩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목으로 부적절한 진료를 요구받고 있는 사례를 수집해 공공의료자원으로 배치된 공중보건의사의 역량을 진료 부문에 집중시키는 것이 옳은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보된 70건의 사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에 해당하는 일반의와 인턴 과정을 수료한 공중보건의사 중 61.9%가 본인의 능력 이상의 진료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28.6%는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환자에게 전원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전원시키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측의 강한 거부 및 소속 기관으로의 민원 제기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진료를 한 적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대공협 관계자는 “불가피한 진료의 구체적 사례를 들여다보니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님에도 흉부 엑스레이를 판독하는 사례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의료급여 대상자가 약제비 면제를 위해 일반의약품 처방을 강요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부터 토혈로 내원한 환자에게 문진 중 응급 질환이 의심되어 내과 전문 의원을 찾을 것을 권유하였으나 아무 약이나 달라며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근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사업 실적을 위해 일반의에게 영유아 검진을 맡기거나, 보건의료원에 배치된 일반의에게 안과, 피부과, 응급의학과 등의 진료를 보도록 하고 있었다. 전문 인력의 원활한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목에 맞지 않는 자원을 배치하면서 과연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진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 말했다.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전문의의 경우는 어떨까. 형태는 달랐지만 ‘능력 이상의 진료’를 수행하고 있는 점은 같았다.

동 설문에서 전문의 응답자의 75%가 다른 전문영역의 진료를 보고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님에도 결핵 검진 영상 판독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있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전시 행정과 선심성 공약의 실현 도구로 전락해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공협 관계자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마다 교체되는 의료 자원으로 진료의 연속성 및 높은 의료 질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료 제공’을 명목으로 하는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기능을 지역 민간의료기관으로 상당 부분 이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명제 회장은 “무분별, 부적절한 진료는 의료 빈틈을 채우려다 되려 빈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보건기관 본연의 업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업무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또한 “이번 사례 모음은 보건소와 의원급 의료기관이 겹치는 곳에서 보건소의 진료기능은 축소하고 공중보건 및 교육 사업에 몰두해야 한다는 정당성을 강화하는 자료다. 앞으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국민들에게 의료빈틈을 효율적으로 채울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대공협은 2018년 10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와 지난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근방의 민간의료기관 분포현황’ 조사를 시작으로 2018년 하반기에 대대적으로 시행할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진료적정성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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