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시술을 위한 마취 중 리도카인에 의한 약물 부작용으로 뇌사에 빠진 환자에 대해 담당 의사가 4억 원 상당의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책임의 이유는 사후조치 소홀이었다. 마취 과정 이후 경련이 시작됐을 때 적극적 조치가 없어 저산소성 뇌손상이 유발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리도카인 부작용으로 뇌사 상태가 된 환자의 법정대리인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해당 의사가 4억475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11년 A씨가 강남의 B성형외과를 찾으며 시작됐다.
A씨는 레이저 지방용해 시술을 받기 위해 수면마취를 받았고 성형외과 의사 C씨는 전신마취제인 케타민과 최면진정제인 도미컴을 투약, 국소마취를 위해 마취제인 리도카인을 복부 피하지방에 주사했다.
그러나 약물 투여 직후부터 양팔이 떨리기 시작했고 마취과 전문의 D씨를 호출했지만 당시 D씨는 다른 병원에서 마취 중이었다.
당시 A씨는 목 부위부터 강직이 시작됐고 양팔과 발이 들썩이며 경련을 지속했다. 이에 C씨는 에어웨이, 앰부백 등을 이용해 산소공급을 시작했다.
마취과 전문의 D씨가 B성형외과를 찾았을 때 이미 맥박이 잡히지 않는 상태였고 이에 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 내 삽관을 시행 후 100% 산소를 공급하고 강압제인 에피네프린, 심박 수 증가를 위한 아트로핀, 신경계 안정을 위한 덱사를 투여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 시켰다.
그러나 A씨는 현재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해 중증의 사지마비, 의사소통장애, 경직, 연하장애, 배뇨장애 등의 병을 얻게 됐다.
이에 A씨의 대리인은 성형외과 의사 C씨의 업무상과실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 소송의 쟁점: 경과관찰 및 사후 조치 소홀에 대한 과실·설명의무 위반
이번 소송의 쟁점은 △진료기록 부실기재 △사전검사 미실시에 대한 과실 △국소마취제 투여상의 과실 △마취과 전문의에 의한 감시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 △경과관찰 및 사후 조치 소홀에 대한 과실 △설명의무 위반 총 6가지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경과관찰 및 사후 조치 소홀에 대한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C씨의 잘못을 인정했다.
심정지를 사전에 예방할 있는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경련이 발생해 점차 목 부위에 강직이 오는 등의 증상을 보인 환자에 대해 C씨는 즉시 항경련제를 투여하고 충분히 경과관찰을 한 뒤 경련의 진행 양상과 활력징후의 변화에 따라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하거나 에피네프린을 투약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정지가 발생했다면 기관내삽관, 산소공급, 심폐소생술의 실시 등을 했어야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해 원고에세 심정지가 발생해 저사소성 뇌손상으로 현재 후유증이 유발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환자A씨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시술에 앞서 시술 동의서에 서명했고 그 동의서에 시술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불가항력적으로 야기될 수 있는 합병증 또는 특이체질로 인한 우발적 사고 발생 가능성 등에 관해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사C씨가 환자 A씨에게 마취방법과 그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에 관해 설명 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에 비춰봤을 때 C씨가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것.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A씨가 현재 상태가 됐다는 인과관계는 없지만 설명 의무 위반으로 인해 자기결졍권이 침해됐고 이에 대한 손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법원은 의사 C씨의 배상책임 비중을 70%로 제한했다.
리도카인의 독성을 완전하게 예방하기 어렵다는 점과 임상에서 흔히 사용된다는 점 때문이다.
법원은 “리도카인의 리도카인은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국소마취제로서 그 독성을 완전하게 예방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점, 국소마취제로 인한 부작용 발생빈도가 낮고 이 사건 시술 자체가 위험성이 매우 높은 시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책임 비중을 70%로 제한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 병원 같은 소규모 병원에서 마취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독성 증상 등에 대해 즉각적 대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