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을 내렸다는 이유로 의사를 구속한 판결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의사들의 SNS에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이제 못할 짓이다’라거나 ‘환자를 위한 최선을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울분을 토하거나 의사로서의 자괴감을 토로하는 글이 폭주하는 상태다.
앞서 지난 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횡경막탈장과 폐렴 등의 증세로 환아가 사망한 희귀 증례와 관련해, 환아를 진료한 의사 3명(응급의학과, 소아과, 가정의학과)에 대해 전원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삭발식과 함께 오는 11월 11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선포했고, 전국의사총파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시군구의사회와 협회, 학회 등은 앞다퉈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표명하며 ‘의사 석방’ 촉구와 함께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꼬집으며 재판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SNS상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의사들이 의학적 지식으로 사건에 접근하면서 ‘결국 의료계를 위축시키고,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몰고 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은 “의사들이라면, 특히 환자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본 의사라면 가슴 쓸어내리는 순간들을 여러 차례 경험할 것”이라며 “이번 구속 사건은 진료현장에서 쉼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수많은 의사들을 위축시키기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이 괴로운 이유는 ‘언젠가 내가 구속될 수도 있다’라는 두려움이 아닌 위험 때문에 위축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주는 자괴감, 의사의 자존심 때문”이라며 “나를 보호하기 위해 환자를 위한 최선을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A 의사는 “의사는 돈을 밝혀서도, 피곤하다고 실수해서도, 오진해서도 안 되며, 윤리적으로 완성돼야 하니 다른 어떤 잘못도 못하는 것이냐"면서 “대한민국은 왜, 유독 의사에게만 과도한 기준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냐”고 했다.
그는 “'불가항력적'이란 말이 있다. 의사는 신도, 성인(聖人)도 아니기에 우리 모두가 실수하는 것처럼 의사도 실수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도 통계적·확률적으로 생각해 환자를 진단하고 판단하는 것으로 배가 아프다고 병원을 찾은 환자의 소견 하나로 뭘 알아내야 하냐.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의사도 알 수 없다"면서 "죽을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 만큼 죽음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소연 했다.
B 의사 역시 "의사도 사람이고 사람도 실수를 한다"고 운을 띄운 뒤 "의사는 신이 아니라 인간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최선을 다 했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분쟁이 생기면 중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의료 행위의 선의성’을 감안해 인신형벌까지는 가지 않고 가벼운 과실의 경우 민사상 책임으로 그치거나 면책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C 의사도 “인간은 완전하지 못하기에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결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결국 의사들에게 의료 행위를 하지 말라는 소리와 다를 게 뭐냐”고 지적했다.
D 의사는 “의사는 신이 아니기에 절대로 전지전능할 수 없다”며 “이런 식의 판결은 두통이 있으면 MRI를 찍고 속이 쓰리면 무조건 내시경을 하는 등 극단적 방어 진료만 유발할 것이고, 그럼 또 과잉진료라 의사를 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희귀 케이스를 정확히 진단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료인을 구속한 이번 사건에 대해 어이가 없으며 이 사건의 판사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 의사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이제 못할 짓”이라면서 “의사도 이제 의사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하며, 'change or stop, stop to change' 할 때로 대한민국의 의료가 멈추더라도 바꿔야 한다. 이렇게 두들겨 맞고도 가만히 있으면 말 그대로 가마니로 본다”며 최대집 의협회장의 결단을 요구했다.
F 의사는 “현재 의사들의 마음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다음은 누구일까’, ‘모든 환자를 100% 정확히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의료계는 잘못을 눈감아 달라는 것이 아닌 과한 판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앞으로 의사 누구나 구속될 수 있다는 결과다. 결국 의사들은 위험도가 높은 진료과는 지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