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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사 11월호 낭만닥터 인터뷰(백대현 방배성모정형외과의원 원장)
서울의사 11월호 낭만닥터 인터뷰(백대현 방배성모정형외과의원 원장)
  • 의사신문
  • 승인 2018.10.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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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을 찾길 바라요”

유쾌, 호쾌, 명쾌… 백 원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이끌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삶을 즐기고 사랑하는 진중하고 열정적인 그가 보인다. 진정한 낭만닥터 백 원장을 만나본다.

백대현 방배성모정형외과의원(서초구) 원장

#운동을 즐기는 정형외과 의사
백 원장의 꿈은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의사였다. 고교 시절 6.25 전쟁으로 의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부친과 의사인 친척들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그는 회상한다. 이제껏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 적 없다는 천생 의사 백 원장. 그런 그가 정형외과를 택한 이유는 뭘까.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어요. 의대 시절부터 막연하기는 했지만 정형외과를 꿈꿨죠. 대학교 때는 농구부, 탁구부를 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어요. 지금은 서울시의사회 탁구동호회와 서초구 의사 테니스동호회, 서울시의사회 산악회를 하고 있죠. 올해 11월에는 서울시 구별 의사회 테니스대회가 있는데요. 어제도 서초구 의사회 회원들이 우리 아파트 단지에 모여서 연습했어요. 태어나서 테니스를 가장 열심히 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목표가 생겼으니 저는 최선을 다하는 거고요. (웃음)”
지난 9월에는 전국 의사 탁구대회 복식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백 원장은 열정적인 스포츠맨이다. 등산은 산을 오르내리며 마침내 정상에 닿는 힘든 과정을 통해 느끼는 묘한 희열감이 있으며, 테니스는 야외에서 동료들과 짝을 이뤄 호흡을 맞추고 조화를 이루며 땀 흘리고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백 원장은 말한다. 특히 탁구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부상 위험이 적으면서도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운동이라, 나이 들수록 더 좋은 운동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백 원장은 2015년 12월 부천시장배 생활체육 오픈 탁구대회에서 남자 5부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저는 운동을 통해 삶의 원동력을 얻고 마음을 재충전하고 있어요.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운동이 중요하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보통 제 나이대에는 드럼이나 색소폰과 같은 악기를 배우기도 하는데요. 저와는 안 맞는 거 같아서 시도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자’고 생각해서 스포츠 활동을 더 깊고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모두 자신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영양분이 될만한 방법을 찾길 바랍니다.”

#독서의 기쁨, 글 쓰는 행복
운동만 즐기는 줄 알았는데 백 원장은 글도 쓴다. 2016년에는 고등학교, 대학교 때부터 모은 글들을 묶어 수필집을 펴냈다. 백 원장에서 백 작가로 변신하게 된 책은 <바람 부는 날이 날기 연습하기 좋은 날>이다. 책 제목은 어떤 역경은 곧 뛰어오르기 쉬운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는 의미로, 출판 훨씬 전부터 염두에 둔 제목이다.
“주변 분들이 ‘운동만 하는 줄 알았더니 글도 쓰냐’며 출판 소식에 놀라시더군요. (웃음) 책을 펴낸 건 제 생에 가장 잘한 일 TOP5 안에 드는 것 같아요. 그만큼 뿌듯했어요. 몇 달 동안 열정을 가득 담아 만든 책이에요. 그때는 왜 그렇게 책 출판에 대한 열정이 절정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사람은 열정이 생겼을 때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도 문득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펜을 든다는 백 원장은 의료계 신문 매체에도 종종 기고한다. 또 작년에는 우연히 서점 문에 걸린 ‘대통령배 고전 백일장대회’ 포스터를 보고 과감히 도전해 입상도 했다. ‘안 되더라도 도전하자’는 그의 열정이 만들어낸 일이었다. 그는 당시 일화를 전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당시 백일장 감독관님께서 제 나이가 아마도 참가자 중 가장 많았는지, 시험장에 들어가는 저를 막고서는 참가자가 아닌 참가자의 부모인 줄 아시더군요. 하하!”
사실 백 원장은 고등학교 때 이과임에도 친한 친구들을 따라 문예반에 들었다. 문학의 밤 행사에서는 시 낭송을 하기도 했다. 이과생의 시 낭송이라… 아마 그때부터 백 원장의 문과적인 성향이 꽃 피우기 시작한 게 아닐까.

#영화광이자 여행광
운동, 독서, 글쓰기 외에도 백 원장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건 영화와 여행이다.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평이 좋은 영화는 거의 다 봐요. 전공의 때도 쉬는 날 비디오 2~3편을 몰아서 보곤 했어요. 스토리가 있고, 타인의 생각과 인생을 간접 경험해 본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영화는 독서와 같다고 생각해요. 영화 한 편을 2시간 정도 보는데, 책 한 권도 집중하면 2~3시간 동안 읽잖아요. 전 ‘영화 보러 갈까?’ 하는 생각이 들면 간편하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바로 예약하고 쉽고 편하게 잘 보러 다녀요. 어떤 형식을 따지지 않고 좋은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다는 것, 정말 부담 없고 좋잖아요? 저는 극장을 동네 슈퍼 드나들듯 자유롭게 다니는 편입니다. 집에서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영화관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다 보니 영화도 혼자 보게 됐어요. 혼자 보면 집중이 잘 되고 여운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어요. 혼자 영화 보는 게 잘 안 되셔도,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백 원장은 영화를 재밌게 보는 두 가지 방법으로 ‘누군가 좋다고 하는 영화라면 바로, 극장 상영이 끝나기 전에 봐라’, ‘혼자 영화를 보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를 강조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백 원장은 주저 없이, 즉흥적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가 항상 머리에 기억하는 말이 있어요. 여행은 갈까, 말까 하면 가라! 쇼핑은 할까 말까 하면 하지 마라! (웃음) 기억에 남는 여행은 2012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매달 하루에 한 번, 당일치기로 진행한 해파랑길(강원도 통일 전망대에서 부산 오륙도까지의 동해안 길) 완주 여행이에요. 한 여행사의 기획 상품이었던 해파랑길 여행은 매달 한 번씩 동해를 보러 간다는 마음으로 6년을 따라 다녔어요. 감격스럽게도 걸어서 완주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인생 여행은 수년 전에 제 고향 수원에 가서 어린 시절 살았던 집들, 다녔던 학교들, 자주 놀았던 놀이터, 공터 등을 돌아본 추억 여행입니다. 그리고 강원도 강릉에서의 군의관 시절 오로지 열차에 대한 호기심과 열차가 주는 느낌을 맛보기 위해 떠난 강릉에서 태백까지, 소위 지그재그 열차(경사가 높은 곳을 오를 때 철로가 Z자형으로 설치된 스위치백 철도를 달리는 열차)인 영동선 열차 여행을 떠났던 게 인상 깊어요.”
세상에 나쁜 여행은 없다는 백 원장. 다양한 여행을 혼자서도 온전히 즐길 줄 아는 그는 올해 5월 무작정 떠난 스페인 여행을 인생 여행으로 꼽았다.
“병원 리모델링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요. 짜증 섞이고 날카로워진 자신을 발견했죠. 마음이 번 아웃(burn out)된 상태랄까. 그래서 평소 가고 싶었던 스페인으로 무작정 혼자 떠났어요. 갑작스러웠던 스페인 여행은 또 하나의 인생 여행이 되었답니다.”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추스른 백 원장은 여행 후로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그 경험을 통해 백 원장은 말한다. 
“개인적으로 힘든 순간은 여행, 독서, 운동 등으로 돌파하는 편입니다. 운동 등을 통해 육체를 단련하듯이 정신도 육체처럼 단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말로 ‘멘탈 갑’인 나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의사 동료들도 위기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나 자신, 특히 마음을 잘 케어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길 바라요. 의사는 환자도 돌봐야 하지만 자신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
진료실 밖으로 퍼져나오는 백 원장의 목소리는 얼핏 의사보단 친근한 이웃, 가까운 지인에 가깝다. 병원 근처에서도 길을 걷다 단골 환자를 만나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다. 환자들도 그런 백 원장의 수더분함을 좋아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이 공감 능력을 만들어주고, 이는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 화가, 작가, 배우 등 어떤 분야의 대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결국 ‘인간을 사랑하고 이해해야 한다’더군요. 모든 직업이 그래요. 특히 의사는 환자, 즉 인간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인간애가 중요해요.”
매사 호기심이 많은 터라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며 삶을 즐기는 그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수양하기 위한 반성과 질문도 멈추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과 취미, 자기 객관화를 통해 백 원장은 더 나은 인간이자 의사, 선배, 부모가 되려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다.
“지금 내가 잘살고 있는지,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 스스로 자주 물어봐요. 목표를 세우고 이뤄질 때까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기다리기보단 그냥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해 살고 싶어요. <뮤지컬>이란 노래에서도 말하잖아요.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내가 되어야만 한다’고!”

#Love Yourself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던 백 원장은 중년부터 독서량이 늘어나면서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책을 출판한 후엔 ‘젊은 시절 내게도 멘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몇 년 선배보다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몇십 년 선배가 방황하던 젊은 시절 멘토가 돼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의대생 동아리 후배 20~30명을 모았다. 사비로 중국 음식점 룸을 빌리고 와인 한 박스를 준비했다. 오랜 기간 준비한, 후배들의 인생에 도움 될 이야기와 함께.
“사실 학교 선배가 인문학적인 삶에 대해 제 논의하는 시간과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때는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막을 수 없는 열정이 후배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삶의 이야기, 잘 살아갈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인간 대 인간으로 해주고 싶게 만들었어요. 의사가 될 후배들, 의사인 후배들에게 의사가 아닌 인간적으로 뭐가 힘든지도 들어보고 조언해주고 싶었죠. 3시간가량의 모임이 끝나고 후배들이 좋게 생각해줘서 다행이었어요. 오히려 준비한 걸 다 못해서 아쉬웠어요. (웃음)”
그런 그에게 인생의 모토가 됐던 말은 무엇일까. 백 원장이 답한다.
“오프라 윈프리의 ‘다른 사람의 호감을 얻으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 홍콩의 영화감독 왕가위의 ‘무엇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한 때는 없다’, 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인 ‘내 언젠가 이런 꼴이 될 줄 알았지’를 좋아해요. 이 말들은 달달 외우고 다닌답니다. (웃음) 그리고 최근,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은 ‘행복을 찾으러 여기저기 다녀보았지만 행복은 바로 내 안, 내 마음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는 말도 찡했어요.”
백 원장은 동료·후배들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꿈꾸되, 현재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즐겼으면 한다고 전한다. ‘이는 제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라는 덧붙임과 함께…. 자신을 즐겁게 하는 일을 계속 찾고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을 실행하면 행복한 의사가 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환자도 저절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백 원장은 오늘도 말한다. “Love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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