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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사 11월호 시인의사(김기준 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
서울의사 11월호 시인의사(김기준 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
  • 의사신문
  • 승인 2018.10.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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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물의 의미

김기준

 
수술을 위해
마취준비실에 들어오면
누구나 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슴이 뛰는 소리가
천장을 울린다
아마도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심정이 이러하리라

분주히 움직이는 의료진 사이로
사뭇 흐르는 긴장감

말 못하는 간난쟁이의 본능적인 울음소리에
곱게 화장한 처녀아이도
근육질의 헌칠한 총각아이도
입 굳게 다문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도
머리 하얀 할아버지, 할머니도
천장만을 응시하다
호수처럼 눈물 고인
순박한 눈 꼬옥 감는다

어찌해 볼 수도 없이
엄습해 오는 공포, 이 떨림

하필 내가 왜
원망도 들 것이며
좀 더 잘해줄 걸
회한도 들 것이며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야지
다짐도 할 것이고
부끄럽고 초췌한 마음
여기저기 빌어도 볼 것이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운명 앞에
홀로 마주서면
착한 아이가 된다
그렇게
착한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걸 통해
착하고 아름다운 관계에 대하여
추억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내면의 소리에 비로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눈물의 의미’이다

 

김기준 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

김기준 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는 월간 시see 제 7회 '추천시인상’에 당선됐으며, 시집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과 사물에 대한 예의'를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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