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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잇단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 실형…핵심은 무엇인가?
[초점] 잇단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 실형…핵심은 무엇인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10.26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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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 '의학적 기준 관례' 근거해 판단, 다만 특수성 고려돼야…근본적 해결방안 필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현직 의사 3명이 모두 실형을 선고받자 의료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5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방상혁 상근부회장 등이 의료인들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수원지법 성남지원을 찾아 항의의 뜻으로 삭발식까지 거행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의료과실 사건으로 진료 참여 의료진이 전원 구속된 일은 이례적인 만큼 이번 사건의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사건의 핵심: 오진(업무상과실)과 의료진 전원 구속

이번 의료진 실형 선고의 핵심은 의료진의 오진 여부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기 성남에 위치한 A병원 의료진 3명은 복통을 호소한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에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을 발견하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좌측하부폐야에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발견됐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이례적으로 진료를 담당한 3명의 의사가 모두 구속된 사유에 대해서는 선행진료에 대한 상식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고 재검사가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성훈 서울특별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는 “의사간의 수평적 업무 분담에 있어서 다른 의사의 선행 진료를 신뢰하고 후행 진료를 한 경우에는 후행 진료 의사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선행 진료 의사의 판단이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임에도 후행 진료 의사가 이에 상식적인 의문을 가지고 재검사 등을 하지 않고 후행 진료를 한 경우, 후행 진료 의사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이번 성남 사건이 그런 사례인 듯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료계는 선의의 의도를 갖고 진료에 임하지만 항상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료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도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위험을 예견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아지지 않을 경우, 향후 응급한 환자에 대해서는 상급의료기관으로 단순히 전원 조치함으로써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만을 다하고자 하는 방어 진료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오진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 의학적 기준‧의료관행‧특수성 고려

그렇다면 법원에서는 어떤 기준에 의해 의료인의 오진이 판단되고 있을까.

의료행위는 인간의 생명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과실 소송은 보호법익의 최고성을 갖게 되며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의사도 항상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쉽게 말해 좋지 못한 의료행위에 대한 결과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항상 의사들에게 주의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의료인에 대한 과실판정 기준은 ‘의학상 과실’과 ‘기술상 과실’로 나눌 수 있는데 의학상 과실을 다른 말로 옮기면 오진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제대로 진단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결과를,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오진 여부의 판단은 의학적 기준과 의료관행에 따르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 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는다”(대법원 1987.1.20.선고 86다카1469판결)”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의료사고 당시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돼야 한다(대법원 1987.1.20.선고 86다카1469판결)”고 규정했다.

여기서 의료행위의 특수성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의료행위는 일반적으로 예측곤란성, 고도의 전문성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의학적 기준과 의료관행 안에서 의사들의 재량권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법규로써 의료행위 기준을 미리 명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의견 논쟁: 명백한 실수 VS 드문 사례

이제 다시 이번 사건으로 돌아와 보자. 재판부는 의료진의 오진과 환자의 횡경막 탈장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의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흉부 엑스레이 촬영 당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은 명백한 이상소견이었다”며 “이상소견만으로 횡경막 탈장을 진단하기 쉽지 않지만 이를 발견했더라면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 전에 증세 호전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전 법제이사도 “이번 성남 사건의 경우 3명의 의사가 4차례의 진료를 봤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엑스레이를 촬영해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을 보고했음에도 ‘횡경막탈장 및 혈흉’을 진단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진료기록감정, 신체감정,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결과통지 등을 종합할 때 법원이 이를 심각한 오진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각한 오진이라는 법원의 판단에 대한 반대의견도 나오고 있다. 횡경막 탈장이 임상현장에서 상당히 드물게 나타는 케이스라는 것이 그 이유다.

성남지원 앞 시위현장 모습

이세라 의협 총무이사는 25일 의사구속 항의 삭발식에서 “횡격막 탈장은 임상현장에서 상당히 드물기 때문에 흉부외과나 외과 의사도 정확한 판별이 어려운 질환”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 같은 사례는 외과 전문의 20년 경험 중에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발생 빈도가 극히 낮은 질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료계약 자체가 위임계약이기 때문에 오진에 대한 지나친 문책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진료계약 자체는 위임계약이므로 최선을 다했다면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의사는 신이 아니고 일정비율의 오진은 불가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오진에 대한 지나친 문책은 위임계약의 본질에 반하고 정상적인 진료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오진에 대한 법원 판례: 오진 가능성多‧재량권 인정

임상에서 흔히 발생하지 않는 소견에 대해 재판부는 어떻게 판결하고 있을까.

대정결핵성 임파선염을 위장질환으로 오진해 개복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질환 확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의료인에게 책임이 없다고 선고한 판례가 있다(대법원 1980.3.25.선고 79다2280판결).

해당 사건에서 의료진은 흉곽촬영, 소변, 혈액검사 등의 방법만으로 진단하고 그 이외의 의학적, 병리학적 방법에 의한 정밀진단은 하지 않은 채 원고의 질환을 위종양이나 위궤양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개복수술을 한 결과 환자의 질환이 투약방법에 의해 치료가 가능한 대장결핵성 임파선염으로 판명돼 조직검사에 필요한 부분을 떼어낸 후 그대로 봉합수술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장결핵성 임파선염은 그 증상 및 증후가 다양해 복강경 검사나 방사선상소견 등 여러 가지 보조적 방법으로 확진하기가 어려워 오진율이 70~95%에 달한다”며 의료진의 책임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 다른 판례로는 교통사고 골절 후 수술방법상의 과오로 발목을 절단됐지만 대법원은 의료인의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사건이 있다(대법원 1996.6.25.선고 94다13046판결).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은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자기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조치 중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 개인 처벌 능사 아닌 근본적 해결 필요

아직 법정 다툼이 끝나지 않은 이대목동병원 사건 및 이번 성남지원 의료인 구속 판결 등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인 구속 사태가 잇따르자 의료계는 보다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의협은 “최근 의료과오 사건에서 의료진에 대해 100% 손해의 책임을 지우는 배상판결을 하거나 해당 의료진을 구속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면서 “전문가 직업군에 속하는 의료분야에 있어서도 업무상 과실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사법부의 판단이 과연 정의에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방상혁 상근부회장도 “의사들의 숭고한 소명이 이 사회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사회는 의사들에게 전지전능함을 요구한다”며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다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구속되는 현실이다. 이런 사회에서 제대로 의업을 수행할 수 없다. 법정구속은 의사인권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보다 현실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의료인 개인에 대한 책임보다는 구조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전남의사회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과실은 의사에 대한 처벌이 아닌 병원차원에서의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것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며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책임을 면제하여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 의료과실은 민사책임 여부로 진행하고 일정 영역에만 형사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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