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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총, 오진한 의료진 법정구속에 “의사들이여, 분노하라”
전의총, 오진한 의료진 법정구속에 “의사들이여, 분노하라”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10.25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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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향해 ‘날선 비판’…“마지막 자존심은 의사들이 지켜야 할 것”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의료사고를 낸 의사들을 법정구속하면서 의료계의 분노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앞선 지난 2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선의종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료진 3명에게 각각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바 있다.

이에 전국의사총연합은 25일 오후 4시경 성명서를 내고 “현재 의사들도 성남 모 병원에서 사망한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한다. 다만, 고의성이 없는 의사의 단순 오진이 언제부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는가”라며, “의사라는 직업은 매일 환자의 죽음과 싸우는 직업이다. 의사는 환자를 살려냈을 때, 질병으로 인한 환자의 고통을 치료해줬을 때의 보람과 기쁨으로 살아가는 존재다”고 했다.

그들은 의사가 신이 아니라면서 “판사가 오심을 할 수 있듯이 의사도 오진을 할 수도 있다. 단순 오진에 대해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사과하고, 충분한 배상을 해 문제를 해결함이 마땅한 것”이라며, “무조건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전했다.

전의총은 “심사가 엄격해 CT 한 장 쉽게 찍지 못하는 이 나라에서, 과연 평생 동안 오진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한 번의 오진으로 법정 구속 등 형사 처벌을 받고 면허가 취소되는 이 나라에서 맘 편히 진료할 자신이 있는가”라며, “의사는 전문가다. 다른 모든 전문 직종들이 정부 권력 앞에 휘둘리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는 절대로 휘둘리지 않는 마지막 자존심을 가진 자들이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제는 전문가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 휘둘릴 지경이다. 단지 의사라는 이유로 응급한 환자를 도와줬음에도 살리지 못했다면서 수억 원대 배상 소송에 휘말리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면 과잉진료나 부당청구라고 비난받는다”며, “심평원의 지침을 지키며 최소의 방어 진료를 하다가 오진이 발생하면, 의사로서 최선의 진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을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의총은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이 의사가 단순히 금고 이상의 판결만 받으면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라는 법안까지 발의한다”며, “개원의·봉직의들이 일어나야 한다. 언제까지 저수가에 박리다매의 진료로 버틸 수 없다. 물가도 치솟고 임금도 치솟지만 의료수가는 제자리인 현실에 분노하지 않는 의사가 어디 있는가. 이제는 박리다매식 진료로 오진을 하면 평생의 직업도 날아가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야 하는 현실이 된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전의총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게도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바로 전공의들의 미래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차가운 세상으로 의사로서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고, 진료의 자유마저 박탈한다. 의사의 고유권한인 진료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이 지금까지 정부가 의사들에게 해온 일”이라며, “힘든 공부를 통해 취득한 의사면허가 이제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범죄자가 돼 취소되는 현실에 부딪혔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의료문제들을 모두 의사의 탓이라 비난하는 무서운 현실이 바로 여러분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의대생들 역시 대한민국의 의료현실을 깨달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

특히 전의총은 의협을 향해서도 ‘각성하라’고 나무랐다. 그들은 의협에 “더 이상 협상을 운운하는 정부에 끌려 다니지 말고, 대정부 투쟁에 앞장서라. 정권에 휘둘려 중심을 잃은 법조인들 앞에 당당하게 마지막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싸워야 하며 대한민국의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의사들이 앞장 서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전의총은 “이제 정부에 어떠한 요구도 내세울 것이 없다. 많은 악법과 나쁜 의료제도, 그리고 의사의 마지막 보호장치마저 무참하게 짓밟아버린 사법부를 향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자”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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