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PC방 살인사건'…의료윤리위반 논란까지 불러와
'강서 PC방 살인사건'…의료윤리위반 논란까지 불러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10.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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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교수 글에 '환자비밀준수 위반' VS '의사 아닌 인간으로서 분노' 갑론을박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담당의사가 피해자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한 글을 SNS에 게재해 수십만 명이 조회함으로써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자 의료인들 간 의료윤리 위반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교수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지난 19일 사건 피해자 응급담당의사였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통해 당시 상황과 피해자의 참혹하고 잔인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그가 느낀 안타까움과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처음엔 사건에 대해 함구할 생각이었지만 CCTV나 사건 현장 사진까지 보도됐기에 입을 연다”며 “침대가 모자랄 정도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던 피해자는 온몸이 피투성이에 상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복부와 흉부에는 한 개도 없었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고 전했다.

남궁 교수는 또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다. 대부분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후방에 있었다. 개수를 전부 세는 것은 의미가 없었고, 나중에 모두 서른 두 개였다고 들었다”며 “그 길이를 보고 나는 생각했다. 보통 사람이 사람을 찔러도 칼을 사람의 몸으로 전부 넣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에게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해자는 이 칼을 정말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찔렀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 두피에 있는 상처는 두개골에 닿고 금방 멈췄으나 얼굴과 목 쪽의 상처는 푹 들어갔다. 귀는 얇으니 구멍이 뚫렸다. 양쪽 귀가 다 길게 뚫려 허공이 보였다. 목덜미에 있던 상처가 살이 많아 가장 깊었다. 너무 깊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복기했을 때 이것이 치명상이 아니었을까 추정했다. 얼굴뼈에 닿고 멈춘 상처 중에는 평행으로 이어진 것들이 있었는데, 가해자가 빠른 시간에 칼을 뽑아 다시 찌른 흔적이었다. 손에 있던 상처 중 하나는 손가락을 끊었고, 또 하나는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 사이로 들어갔다. 피해자의 친구가 손이 벌어져 모아지지 않았다고 후술한 기록을 보았다. 그것이 맞다. 다시 말하지만,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그는 그 짧은 시간에 피를 사십 개나 맞았다. 사방이 피바다였다. 그는 결국 그 자리를 한 번도 떠나지 못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죽었다. 참담한 죽음이었다. 얼굴과 손의 출혈만으로 젊은 사람이 죽으려면 정말 많은, 의도적이고 악독한 자상이 필요했다. 그는 이미 현장에서 거의 죽은 사람이었다”며 “그날 이후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다가도 그 생각이 나면 한동안 말을 멈췄고, 학회장에서도 문득 이를 악물었으며, 사람들과의 식사에서도 잠깐씩 뇌압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나를 떠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이 매일 응급상황을 맞닥뜨리는 응급의학과 의사이면서도 사건 이후 한동안 충격에 벗어날 수 없었음을 토로했다.

남궁 교수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은 장장 원고지 27.8장에 이른다. 이전부터 의사 작가로 인터넷상에서 유명했던 남궁 교수의 글은 SNS를 통해 대중에 공개되자마자 수십만 명이 조회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본 사건이 세상에 더 널리 알려져 피의자를 엄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청원 수가 90만 개를 넘겨 역대 최고 수준인 100만 개를 목전에 둘 정도(10월 22일 오후 기준)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해당 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네티즌 A씨는 “남궁 교수가 글을 씀으로써 의료인으로서 환자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의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분노했기 때문이며 그의 글로 인해 해당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알려져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진행되게 된 것”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네티즌 B씨는 “소설과 같은 그의 글은 의료윤리 및 환자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공익적 목적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환자의 동의 없이 환자의 치부를 낱낱이 공개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고 대한의사협회나 응급의학회 등 의료단체 차원의 징계까지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윤현배 서울의대 교수, “의료윤리 및 환자비밀준수 위반…공익 목적도 없어”

남궁 교수의 글이 대중에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의료계 일각에서도 남궁 교수가 환자비밀준수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론도 서서히 제기되기 시작했다.

서울의대 윤현배 교수는 남궁 교수의 글이 공개된 지 하루 만인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글에 대해 “당연히 환자의 동의는 구하지 못했을 것이며,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언급도 어디에도 없다. 정보공개의 공익적인 목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명백한 의료윤리와 의무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번 (남궁 교수가)이국종 교수의 환자정보 공개도 옹호하길래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환자비밀 준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는 글도 드물게 보이기는 하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의사가 아닌 분들의 글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사협회나 의료윤리학회, 응급의학회 등은 무엇을 하고 있나?”고 반문했다.

윤 교수는 “이국종 교수와 남궁인 전문의 등 생사를 넘나드는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헌신과 고충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과도한 영웅심 혹은 반대로 지나친 나르시즘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하며, 이러한 성찰과 실천만이 우리의 업을 여전히 숭고하게 지켜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두 분은 나에게 생생한 교육 소재를 계속 제공해 주는 동시에 나의 마음과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고 글을 맺었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윤리적 문제될 수 있지만 지나친 비판은 말아야

이와 관련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남궁 교수가 나쁜 취지로 글을 쓴 것은 아니겠지만 공공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에 환자의 상태에 대한 부분을 공개한 것은 윤리적으로 다소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윤리지침 제 17조 ‘의사는 그 직무상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부분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윤리지침에서 지칭한 ‘비밀’이란 특정인 또는 일정한 범위의 사람에게만 알려져 있는 사실로서 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는 사실을 말한다. ‘비밀은 객관적으로 비밀로 취급할 정도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정의된다. 이번에 공개된 환자의 상태가 비밀에 해당되는지는 더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이번 기회로 모든 의료인은 늘 환자의 비밀이나 정보 공개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더해 “동료의사의 행동에 대해 과도한 영웅심이나 나르시즘을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 역시 전문직다운 적절한 행동은 아니며 남궁 교수가 그런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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