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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PC방 살인 가해자는 심신미약자?…감형 두고 ‘갑론을박’
[이슈] PC방 살인 가해자는 심신미약자?…감형 두고 ‘갑론을박’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10.22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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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범죄 처벌 강화 청원 85만 ‘훌쩍’…법률적 분석 들어보니?

최근 강서구 한 PC방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슈의 중심은 가해자의 정신과적 심신미약이었다. 가해자의 심신미약이 감형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심신미약자로 알려진 가해자가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가해자는 평소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지 3일 만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됐다. 심신미약 상태의 범죄를 감형할 수 없게 해야 하며 오히려 강력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청원의 골자다.

현재 청원 참여인원은 87만 명을 넘어선 상태. 이는 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난민법 반대 청원글이 71만으로 최대 참여인원을 기록한 바 있다. 

<사진=국민청원 장면 캡쳐>

그러나 심신미약 범죄의 감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의료계를 중심으로 심신미약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과 심신미약은 전혀 다른 의미라는 것이다. 즉 심신미약은 형법상 개념의 정신의학이 아닌 법률상의 개념이 강하다는 뜻.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은 심신미약과 전혀 다른 의미”라며 “심신미약 상태의 결정은 단순히 정신질환의 유무가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과 심도 있는 정신감정을 거쳐 법원이 최종판결을 내리는 전문적이고 특수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재 가해자는 심신미약의 여부는 물론, 정신감정을 통한 정확한 진단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 우울증 약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심신미약과의 개념을 혼동해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관계자는 “중대한 범죄는 당연히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며 정신질환 자체가 범죄를 정당화하는 수단은 절대 아니다”며 “우려되는 점은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과 심신미약을 혼동해 마치 감형의 수단처럼 비춰지는 것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이들에 대한 또 하나의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치료받아야 하는 정신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받게 하고 처벌받아야 할 범죄가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정신질환자들이 불필요하게 잘못된 편견과 낙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한 사실관계에 입각한 여론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법률적 해석: 심신미약 상태의 범죄와 감형

심신미약은 심신장애의 일종으로 국내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형법 39조에 따라 심신상실자의 경우 행위에 대하 처벌을 하지 않고 있으며 심신미약자는 행위에 대한 형의 감형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pixabay>

그렇다면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심신장애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써 전문 감정인(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의견에 꼭 기속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도1194 판결).

법원의 판단은 미국 모범형법전, 독일형법과 같이 생물학적 방법과 심리적 방법이 혼용되는 추세인데 즉, 가해자의 생물학적 비정상적 상태와 심리적 변별능력, 의사결정능력 등이 검토된다는 뜻이다. 

한편 법률전문가들에 의하면 심신장애에 대한 감형 판결이 최근 들어 굉장히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살인사건에 대한 감형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판단이 규범적·윤리적인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실판단으로서의 경험적 기준에 의해 형벌에 의한 처우가 적절한가 여부, 즉 ‘처우효과’를 고려한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

결과적으로 판결에서 혼합적 방법을 취할 경우, 비교적 객관적 기준설정이 가능한 정신과의사의 생물학적 판단을 존중하고 또 법관도 사실판단에 관해 인간이해를 위한 과학적 지식탐구의 방법에 의한 납득할만한 판결이 대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전성훈 서울특별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는 “70~80년대에만 해도 우리 사회가 음주에 관대하다보니 심신장애에 대한 판단도 관대한 부분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심신장애에 대한 감형기준이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통해 판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형법 10조와 관련해 대다수의 판결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결론나지만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판례는 특별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알려지는 것이다. 전체적인 통계를 봤을 때 심신장애를 통한 감형, 특히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관계만으로는 형량이 줄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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