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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4번 C단조 작품번호 491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4번 C단조 작품번호 491
  • 의사신문
  • 승인 2018.10.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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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54〉

■비극적 정서를 내포하며 도전을 요구하는 협주곡
이 작품은 피아노협주곡 제23번을 완성하고 3주 만에 작곡한 곡이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0번에 이어 두 번째 단조 피아노협주곡으로 그의 모든 협주곡을 통틀어 가장 진지하고 독특하며 드라마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목관이 모두 동원되는 등 관현악 편성이 장대하고 독주 카덴차가 생략되어 제2악장이 3부 형식, 제3악장이 변주곡 형식을 가지고 있다. 목관 파트의 규모와 독립성에 있어서는 자신의 피아노협주곡들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아울러 예단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악상과 전편을 긴밀하게 아우르는 유기적인 구성, 그리고 독주자의 가장 높은 능력을 요구하는 즉흥성 등 고도의 가치와 풍부한 매력을 지녀 그의 최고 걸작으로 추앙된다. 협주곡보다는 교향적인 성격이 강한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아 베토벤은 이 곡에 깊은 존경과 감탄으로 면밀한 연구를 바친 결과 C단조의 자신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작곡하였다.

C단조는 그가 자주 썼던 조성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같은 조성의 작품들은 저마다 심오한 내용을 지녀 그 정서의 깊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이 곡에 C단조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특히 신중을 기했던 것 같다. 음악사가들은 시종 어두운 열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베토벤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하고, 또한 C단조의 그림자 속에 막을 내림에도 이전 피아노협주곡 제20번과는 궤를 달리한다. 어쩌면 `비창'이야말로 이 곡의 전반적인 정서를 가장 효과적으로 요약할 수도 있다. 첫 악장에서 주제가 거칠게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상처가 그러하고, 다정하면서도 안타까운 탄식이 서린 제2악장에서 떠오르는 정서가 그러하며, 탈출구를 향해 나아가는 듯이 하다가 다시금 어둠의 뒤안길로 말려들며 마무리되는 피날레가 던져주는 막막함이 그러하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모차르트 연구가인 마생 부부는 이렇게 해석하기도 했다. “이 협주곡은 분명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 맞닥뜨려야 하며, 그러한 삶에 감성을 부여하기 위한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시험과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이 협주곡은 독주자에게 까다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독주자는 먼저 연주에 임하는 내내 그 정서적 무게와 깊이를 감당해야 하고, 나아가 카덴차 부분의 처리와 모차르트가 남긴 다소 모호한 이정표들을 해독하기 위한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는 피아노협주곡 제23번처럼 제1악장을 위한 카덴차를 남겨 놓지 않았다. 따라서 독주자는 별도의 카덴차를 준비해야 한다. 또 자필 악보를 보면, 다른 곡들과는 달리 거의 베토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어지러운 수정과 가필의 흔적들이 발견된다. 마지막 악장의 세 번째 변주 부분을 보면 예닐곱 개의 서로 다른 버전이 남아 있는데, 문제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러한 것은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하면서 각별히 고심하고 심혈을 기울였음을 말해준다. 물론 시간이 부족했던 탓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이 곡은 실제 연주무대에 올린 후에야 완성됐었을 수 있다. 원본을 남겨 놓지 않은 탓에 오늘날 이 곡은 독주자들의 종합적 역량과 모차르트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처음에 유니슨으로 제시되는 제1주제는 일종의 숙명적인 기운을 느끼게 하며, 이후 거칠게 터져 나오는 총주는 무척 위협적이다. 피아노는 변화무쌍한 관현악 사이를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사색하듯 누비며, 피아노와 관현악 사이에 조성되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견지하며 악상은 진행된다.

△제2악장 Largetto 서정적인 노래가 면면히 흐르며 은은한 빛과 애틋한 그림자가 교차하는 느린 악장이다. 아름다운 시절을 향한 동경과 정한을 담은 듯한 그 흐름은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백작부인이 부르는 카바티나 `Porgi, amor(주소서, 사랑의 신이여)'를 환기시킨다.

△제3악장 Allegretto 모차르트가 오랜만에 쓴 변주곡 피날레이다. 먼저 관현악이 주제를 차분하고 은근한 긴장감을 머금은 채 꺼내 놓으면 8개의 변주가 이어진다. 새로운 선율이 도입되는 제4변주는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C단조로 복귀한 제5변주에서는 대위법적인 전개가 두드러진다. 제6변주에서는 조성이 바뀐 가운데 오보에가 감미로운 선율을 낭랑하게 노래하여 희망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제7변주로 넘어가면 다시 C단조로 복귀한다. 이후 카덴차가 나온 다음 마지막 변주로 넘어가고, 격렬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마무리된다.

■들을 만한 음반
△클라라 하스킬(피아노), 이고르 마르케비치(지휘), 파리 콩세르 라무뢰 오케스트라(Philips, 1960)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 네빌 마리너(지휘). 성 마틴 인 더 필드 아카데미(Philips, 1973)
△로베르트 카자드슈(피아노), 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CBS, 1964)
△미츠코 우치다(피아노), 제프리 테이트(지휘), 잉글리시 쳄버 오케스트라(Philips, 1988)
△잉글리드 헤블러(피아노), 콜린 데이비스(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Philips,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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